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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학회 "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 의사 자부심 갖고 단과 전문의와 역할 달리할 좋은 기회"

    일차의료 수가는 정액제+인센티브로 가야…비대면 모니터링은 환자 편의를 위해 필요

    내과의사회 등에 일차의료 협의체 제안…전국민 주치의 갖기 운동 전개 예정

    기사입력시간 2018-12-24 06:23
    최종업데이트 2018-12-24 08:24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가정의학회가 일차의료의 역할 강화를 위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만성질환의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를 시작으로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가 아닌 정액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질 관리에 나설 필요성도 주문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대한 개원의들의 비판이 한창이던 19일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개원의와 전문병원 봉직의 경험을 거쳐 세브란스병원에 들어온 특별한 이력이 있다. 


    만성질환 관리제, 합병증 줄이고 질 관리 위해 필요  

    -만성질환 관리제가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 

    만성질환 관리제(만관제)는 무조건 가야 하는 제도다. 특별한 이해득실 보다는 만성질환 관리를 통한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만관제의 문제가 있다면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협의를 거쳐 조정해나갈 수 있다. 

    만성질환관리의 포괄적인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급성기 질환, 심뇌혈관, 암 치료 등은 상위권인데 만성질환 관리는 하위권이다.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많이 생기는 만큼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평소 상담과 교육, 예방 등을 통해 한 사람의 만성질환 위험요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의 수가가 너무 낮다는 평가가 있다. 초회 교육 30분에 3만4500원이고 간호조무사 교육을 금지했다. 그런데도 개원의들에게 만관제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까. 

    일차의료에 대한 수가는 만관제 등 복잡한 제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신 만관제에 참여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안하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 참여하는 의사들이 만관제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수가가 어느 정도인지 자체가 아니라 수가 체계의 전반에 대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수가가 낮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행위별 수가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일차의료에서는 행위별 수가제에서 벗어나야 하고 정액제 플러스 인센티브가 이뤄져야 한다. 인센티브는 의료의 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나 의료비가 절감되는지 등에 달렸다. 

    현행 수가체계에서 치료에 대해 양적 평가만 하고 질적 평가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질적 평가는 의사의 양심에 따라서만 이뤄진다. 일차의료가 담당할 질병이 바로 만성질환이고 만성질환의 위험요소를 관리해야 한다. 이는 만관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만관제가 잘 정착되면 장기적으로는 주치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일차의료의 평가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환자를 진찰하고 관리하고 환자를 좋게 만드는 노력을 통째로 인정해야 한다. 의사들은 평가를 두려워하지만 정작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시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중증도를 조절할 수 있다거나 지역별로 만성질환 관리 비율이 다를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을 질적 평가로 평가기준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료계와 정부간 불신이 크지만 평가결과를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다. 기본적인 상식과 건강한 생각을 원칙으로 가져야 한다.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한 목표를 안고 가야한다. 이렇게 되면 만성질환 합병증이 생기지 않고 대학병원이 만성질환에서 할 일이 크게 없어진다.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될 수 있다.  

    -만관제의 비대면 모니터링은 원격의료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반대로 물어보자. 그렇다면 비대면으로 환자를 관리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환자 가족 입장에서 생각하면 비대면 모니터링이 없다면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복잡할 때는 원칙, 즉 환자 중심에 있어야 한다. 

    비대면 모니터링이 자칫 원격진료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일차의료 의사들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관련한 수가를 보전해줘야 한다. 환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만성질환 관리 방향으로 행위를 바꿀 수 있다.  

    -만관제는 젊은 의사들로부터 신규 개원에 진입장벽이 생긴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 IT시스템을 통해 모든 일차의료기관의 정보가 공개되고 주치의들끼리 적당한 경쟁이 필요하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시스템을 오해하는 것이다. 환자들의 선택에 맡기면 자율적으로 환자의 움직임에 따라 적정한 수준이 유지된다.   


    일차의료 개념 재정립하고 일차의료 전문의와 세부 전문의 나눠야

    -일차의료의 개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환자가 가장 먼저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을 일차의료 의사라고 일컫는 것인가. 

    일차의료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한 사람의 건강 문제를 포괄적으로 책임지고 이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일차의료의 매력은 프라이머리(primary), 즉 중심이라는 데 있다, 단순히 숫자적으로 일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별한 치료를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한 사람을 책임지고 그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건강 문제를 돌보는 것이 바로 일차의료 의사다. 그래서 일차의료 의사들은 일차의료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일차의료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이 잘못됐다고 본다. 일차의료가 이대로 가다간 버틸 수 없다. 일차의료의 발전을 위해 한 발짝 뗀 것이 만성질환 관리제이고 최후에는 주치의제도로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얼마전 의료의 질을 평가해서 수익을 배분하는 책임의료기구(ACO)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일차의료 의사에게 환자관리의 책임을 많이 줘야 한다. 환자들의 건강이 잘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차의료는 단편적으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큰 그림으로 바라봐야 한다. 

    -일차의료는 왜 중요한가.  

    현재 일차의료의 신뢰가 너무 떨어진다. 의사 스스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재인식 과정이 필요하다. 환자들도 일차의료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정부 역시 일차의료 의사들을 도와줘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된다. 그렇지 않고 억지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면 환자들도 반발이 생길 것이다. 

    의사가 하루에 환자를 100명을 본다면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다.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진료한다. 검사를 많이 해서 비용효과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차의료 의사들에게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료시스템이나 변화상을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환자를 관리해야 할지를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공동개원 방향이 더 맞다고 본다. 환자의 니즈를 따라가면서 일차의료가 변화해야 한다.   

    -전문의 제도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전문의 제도는 일차의료 전문의와 진료과 전문의가 50대 50으로 나눠져야 한다. 가정의학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 일차의료 영역에 해당한다. 나머지 단과 전문의는 대형병원에서 첨단 의료에 흥미를 느끼는 전문가로 커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일차의료는 한 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진료를 하는 것이다. 일차의료 전문의와 개별 진료과 전문의는 다르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는 수련과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통합적인 진료를 교육할 수 있다. ​
     
    -만약 다수의 의사들이 주치의제, 또는 일차의료 전문의제도를 반대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변화는 개척자(pioneer)에 의해 앞서간다. 자신의 역할이나 방향에 대한 인식이 잡혀야 한다. 동기부여가 되는 의사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추종자(follower)들이 따라갈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해봤더니 기존의 방법으로 환자를 보는 것보다 수입이 적다면 정책을 없앨 수도 있고 수가를 조정할 수도 있다. 정부와 협상할 여지가 생긴다.  


    일차의료 전담의사 수련과 교육…내년 전국민 가족 주치의 갖기 운동  

    -가정의학회가 일차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가정의학회는 일차의료 전문 학회다. 학회는 정책의 이론이나 당위성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한다. 개원가만이 일차의료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차의료의 철학이나 기능 정립을 위해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가정의학회가 일차의료의 전문가 집단으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다. 가정의학회는 세계일차의료학회에 연결돼서 아태 지역에서도 일본, 대만,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과 연결되고 있다.  

    반면 대한내과학회는 일차의료 의사들로 구성되진 않았다. 대신 대한개원내과의사회가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의학회는 내과 개원의들, 내과의사회와 협업하고 함께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과 협업해 일차의료 협업체를 만들겠다. 

    -대학병원 가정의학과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나. 

    일차의료인이 꼭 필요한 양성과 교육이나 수련을 맡을 수 있다. 일차의료기관부터 대형병원까지 환자가 너무 분절화돼있다. 누군가 환자 자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기능을 해야 한다. 환자의 개념과 동료의사들도 서로 역할 분담이 돼야 한다. 환자들도 의사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신뢰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의사 스스로 환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환자와의 신뢰가 전제되면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의사들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일차의료의 역할과 기능에 관련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 

    -가정의학회는 앞으로 어떤 역할에 중점적으로 나설 것인가. 

    가정의학과는 환자를 포괄적으로 보는데 대한 자긍심이 있고 그런 과정에서 기쁨을 찾는 진료과다. 앞으로 가정의학회 입장에서 일차의료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관제 지원 현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기대치보다 떨어진다면 그 이유가 뭔지를 내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제3자적인 시각에서 지켜보다가 문제가 있다거나 참여율이 저조하다면 이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보겠다.  

    일차의료 협의체를 구성해 일차의료 담당하는 의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결해보겠다. 일차의료 의사들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가정의학회처럼 수익을 떠나 공익 단체에서 나설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별도로 내년에는 ‘전 국민 가족 주치의 운동’을 펼칠 것이다. 주치의는 무엇이고 주치의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리는데 주력해보겠다. 주치의라고 해서 의료계가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환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할 것이다. 가정의학과 의사들, 또는 일차의료 의사들이 국민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