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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개호보험 ‘본인 부담률 10%→30%’의 의미

    재원확보 빨간불…보험 수급자 2018년 633만→2025년 826만명, 급여비 2018년 10.8조→2025년 21조엔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센터장

    기사입력시간 2019-03-18 10:35
    최종업데이트 2019-03-18 10:4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웅철 칼럼니스트]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개호 보험’이라는 새로운 사회보험을 시행해 사회 전체가 고령자들의 간병과 수발을 책임지고 있다. 고령화 심화 1인 세대의 증가 등으로 고령자 간병을 가족에게만 떠넘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개호’(介護)란 간병과 수발을 의미한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8년 후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데,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그것이다. 새로운 보험 도입 당시 두 나라의 고령화 정도(2008년 한국 9.1%, 2000년 일본 17.3%)를 비교하면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도입은 발 빠른 조치였다. 개호보험의 동태를 살피는 것은 우리의 장기요양보험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본 개호보험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본인 부담률의 인상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일본 고령자들은 간병 서비스를 받을 때 본인 부담금을 최대 30%까지 내야 한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을 시작한 이래 본인 부담률 10%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5년 8월부터 일정 소득 이상 고령자에 대한 본인 부담률을 20%로 높였고, 이번에  불과 3년 만에 또 다시 30%까지 높인 것이다.
     
    물론 여전히 피보험자 대부분(약 90%)은 10%만 내면 되고 개인소득이 일정 구간을 넘는 일부(10% 정도)만 20~30%의 부담을 진다. 30% 적용 대상은 연간 소득이 1인의 경우 340만 엔 이상, 부부 등 2인은 463만 엔 이상으로 현역 때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부자 고령자’들이다. 이들은 전체 서비스 수급자의 3% 정도(약 12만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개호보험 관계자들이 ‘본인 부담률 30%’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개호보험의 지속성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개호보험 혜택을 받는 고령자 전체 인구가 늘고, 특히 75세 이후 후기 고령자들이 급증하면서 일본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간병 수발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본 국민의 개호보험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2017년 기준 일본 개호보험 급여비는 10조 엔(약 100조 원)을 넘어섰다.(10.8조엔) 일본의 전후(戰後) 베이비부머가 후기 고령자가 되는 2025년에는 전체간병비용이 21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개호보험이 시작될 당시 급여 규모 3.3조 엔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임에 분명하다.
     
    간병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보험 수급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0년 당시 보험급여 대상(보험 수급 인정자)은 218만 명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급자는 633만 명, 2025년에는 826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재정 압박은 단순히 급여 대상자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수급 대상자의 ‘질적 변화’에 더 심각성이 있다. 간병이 필요한 ‘초(超) 고령자’의 급증으로 1인당 간병비용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고령자 인구는 2018년 3월을 기점으로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인구가 65~74세의 전기 고령자를 넘어섰다. 또 일본 총무성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 인구가 261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20.7%)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70세 인구가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90세 이상 인구도 200만 명을 넘었다.
     
    연령별 1인당 간병 급여비 차이(2015년 기준)를 보면 90세 이상 1인당 개호보험 급여비는 연간 159만 9000엔으로 75~79세 급여비(17만 1000엔)와 약 9배나 차이나 났다. 2025년 7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75세로 진입하면 보험급여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일본 정부도 개호보험의 재정 압박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보험자들이 납부하는 개호보험료를 3년마다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2000년 평균 개호보험료가 월 2911엔이었던 것이 올해 기준으로 전국 평균 월 5869엔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 인상(재정 확충)과 함께 급여비 억제(비용 절감) 조치도 진행해 왔다.  2006년에는 급여비 절감과 관련해 ‘파격 조치’도 있었다. 노인 요양 시설 입주 시 부담하게 되는 주거비와 식비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후 요양시설에서의 주거비와 식비는 전액 이용자가 부담하게 되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개호보험 적용 복지용구 급여에 대해서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복지용구를 대여(렌트) 해서 사용할 때 용구 가격이 일정 정도를 넘을 경우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고가의 첨단 복지용구의 등장으로 렌트에 소요되는 보험급여비 부담이 커진 것에 대한 정부의 조치였다.

    세계 최장수 국가 일본은 현재 28.1%의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에는 30%를 넘어서 3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시대가 온다.

    개호보험의 지속을 위해서는 ‘재원 확보’와 ‘급여 억제’는 앞으로도 핵심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닛세이기초연구원 미하라 다카시(三原岳)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개호보험의) 재원 확보 차원에서 세(稅) 부담을 늘리는 것은 사회적 합의도 어렵고 후대(後代)에 짐을 지우는 것이어서 실현되기 어렵다”며 “결국 피보험자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피보험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의 피보험자가 의료보험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일본 개호보험의 피보험자는 40세 이상 의료보험 가입자로 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