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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격막 탈장 오진 의사 3인 항소심 선고...응급의료 특수성 이해·전공의 책임은 가중 우려

    응급의학과 의사 무죄와 소아과 의사 ·가정의학과 전공의 유죄 엇갈린 이유

    최대집 회장 "소아과·가정의학과 실형 선고에 유감…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추진"

    기사입력시간 2019-02-15 11:44
    최종업데이트 2019-02-15 11:44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수원지방법원 제 5형사부는 15일 응급의학의 특수성을 인정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는 무죄, 소아과 의사에게는 주의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40시간, 가정의학과 전공의에게는 주의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의료계는 응급의료 특수성을 인정하는 첫 판례를 환영하면서도 수련받는 전공의의 책임은 가중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법원은 이날 횡경막 탈장 8세 어린이를 변비로 오진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의사 3인 사건에 대해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1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금고 2년,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금고 3년,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금고 2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응급의학의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은 "응급의학은 급성질환과 외상환자의 최종 진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임상의학으로, 제한된 시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초 진료 과정에서 응급의학과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법원은 "과실 있다고 볼수 밖에 없다"며 "지난 2013년 5월 27일 피해자가 내원 당시 증상은 횡경막 탈장 초기 증상으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고 말했다.

    법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피고인은 응급실 진료기록을 정확히 살피지 않았고 이상소견을 밝힌 영상의학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 두번이나 오진을 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두 번 진료 과정 중 한 번이라도 이를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다른 처치를 했다면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중하기 때문에 사회봉사를 추가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당시 가정의학과 전공의였던 피고인(현재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당시 가정의학과 전공의였던 피고인은 비교적 열악한 환경서 응급진료를 한 사정을 일부 참작했다"며 "하지만 피고인은 피해자가 내원 당시 이상소견을 담긴 영상의학보고서가 병원 내부 시스템을 통해 공유됐는데도 불구하고 확인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의 보호자가 변비약을 처방을 받았는데도 복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복부 엑스레이를 촬영한 이후, 피고인이 수련중인 전공의라 하더라도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평균적인 전공의에게 요구되는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법원은 " 피고인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판독 요청을 하지 않고, 상급병원에 보내지 않은 것은 피해자가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며 "피고인은 의사로서 주의의무 다하지 않았다. 설령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은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속된 의사 3인은 지난해 10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금고 1년6개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금고 1년을 선고 받았다.

    구속된 의사 3인은 수원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0월 29일 유족 측과 합의한 이후 지난해 11월 9일 보석으로 석방 돼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아 왔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항소심 선고가 끝난 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응급의학과의 특성을 이해한 판결은 환영한다면서도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당시 가정의학과 전공의였던 의사에 대한 실형 선고에 유감을 표명했다.

    최 회장은 "의사의 의료행위는 고의가 아닌 한, 고의에 의한 중과실이 아닌 이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최선의 진료를 다 할 수 있다"며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당시 가정의학과 전공의 1년차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 관행에 의료 특수성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해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과거 판결보다 의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전공의 1년차 의사에게 주의의무 위반 법리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현장에 있는 전공의들의 동요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한의사협회는 오늘 판결을 계기로 의료분쟁에 관해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하도록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