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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의료원장 인사, 교수들 여론조사 결과 반영돼야" 교수들 문제제기

    "현 의료원장 계획대로 동백병원 등 무리한 투자 안돼…내실 다지고 교육·연구 강화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06-22 16:11
    최종업데이트 2018-06-22 18:33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사진=연세의료원  
     
    연세대의료원 교수들이 의료원장 교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수들이 투표를 통해 선호하는 의료원장 후보를 총장에게 제출한 가운데, 교수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인사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22일 복수의 연세의대 교수에 따르면, 연세대 총장이 교수들의 투표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현 의료원장 연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정황이 일부 나타나면서 교수들이 발칵 뒤집혔다.  
     
    앞서 이달 9일 연세대의료원 전임교원 666명 중 90% 이상인 600여명은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대한 ‘의료원장 최종 후보자 결정 인터넷·모바일 여론조사'(복수투표 가능)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과 윤도흠 연세대의료원장이 과반수를 넘어섰으며 이 원장이 윤 원장을 10%포인트 가까이 앞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의무부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는 11일 김용학 총장에게 교수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출했다. 이후 7월 초 연세대 교원인사위원회를 거쳐 7월 중순쯤 재단이사회에서 보고한 다음 최종적으로 의료원장이 결정된다. 윤도흠 의료원장은 2016년 8월 1일 취임했으며 그의 공식 임기는 올해 7월 31일까지 2년이다. 
     
    교수들이 현 의료원장의 연임이 아닌 '교체'를 택한데는 현 의료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 인천 송도국제병원 등의 무리한 투자에 있다. 현재 병원의 경영 상황 자체가 진료수익에 의존해야 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등 의료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 이병석 원장의 공약을 보면 규모의 확장이 아닌 연구기관의 위상을 강화하고 산하병원 간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동백세브란스병원과 송도국제병원도 공격적인 투자가 아닌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에 따르면, 동백세브란스병원 건설에 3500억원이 소요되며 송도에 500~1000병상 규모의 병원·연구시설을 건립하면 향후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세대의료원의 한 교수는 “동백세브란스병원 설립을 위한 자금 확보를 하기가 어렵다. 무리하게 자금을 쓴다면 자칫 재정난에 휩싸일 수 있다”라며 "전국 병원들의 병상수는 이미 포화상태다. 연세의료원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하드웨어의 확장과 진료 활성화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의료원의 다른 교수는 “전공의가 주당 8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으로 환자들이 늘면서 교수들의 피로감이 심각하다”라며 “환자 진료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의료원의 경영실적을 보면 실제로 진료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의료원의 의료수익(입원, 외래, 검진)은 2조105억원이었고 의료외수익은 108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은 2조1185억원이었다. 의료원 전체 매출액의 95%가 의료수익이고 나머지 5%가 의료외수익인 셈이다. 또한 지난해 연세대의료원의 연구수익은 340억원으로 서울대병원(986억원)에 비해 3분의 1수준이었다.  

    교수들은 대체적으로 연세대의료원의 본질인 연구와 교육의 활성화에 무게감을 둘 것을 원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감염으로 인한 신생아 사망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환자안전을 위한 내실을 다질 때라고 강조했다. 
     
    교수들 90% 이상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것은 위기의식을 갖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면 재단과 교수들 사이의 내부 갈등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 절차에 따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