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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본부 "간호사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직장내괴롭힘금지법'"

"피해자가 업무부적응자, 저성과자로 취급되지 않도록 관리감독 필요"

기사입력시간 19-07-16 16:29
최종업데이트 19-07-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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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며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법이 제정돼 시행되기까지는 땅콩 회항 사건,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간호사 '태움' 문화 등의 계기를 시작으로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특히 의료연대본부는 故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활동해왔다. 故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인정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제정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고자 대응해왔던 노동조합 투쟁의 성과"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로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가 온전히 사업장에게 내맡겨져 있다. 법에는 즉각적인 조사착수와 피해자, 가해자의 분리조치 등만을 담고있을 뿐이다. 피해자들이 신고 이후의 문제를 두려워하지않고 마음편히 문제를 제기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포항의료원의 경우 1차 신고상담을 간호부장이 하게 돼 있는데 직장에서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지위에 의한 괴롭힘을 상담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또한 가해자가 회사대표일 경우 더욱 해결이 요원해진다. 법에는 사용자 판단에 따른 징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어서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피해자는 결국 그 가해자에게 조치를 요구해야하는 셈이다. 땅콩회항 사건, 양진호 회장사건 등이 또다시 발생한다하더라도 그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소리다. 피해자들이 사건과 2차가해로부터 보호받고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되려면 회사의 인사조직과 독립적인 조사위원회와 괴롭힘심의위원회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두 번째로 괴롭힘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과 같은 초장시간, 고강도 노동구조를 가진 국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히 악마같은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병원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밤낮으로 사람을 연료로 태워서 결과물을 내는 시스템이 주 원인이다. 보건의료인력 수준이 OECD 국가들의 평균 절반 수준인 한국의 구조적 원인이 변하지 않는 한 일은 넘치는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내지 못하는 내 옆의 동료직원을 미워하게 되는 상황이 변할 리 없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서울대병원에서는 병원이 초빙한 노무사가 직장갑질 예방 교육에서 "업무부적응자와 저성과자가 문제제기 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의 주 내용이다"라는 말을 내뱉은 충격적인 사례가 공중파 뉴스에 실렸다. 괴롭힘의 원인과 책임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덧씌우는 망언이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은 겨우 시작일 뿐임을 보여주는 명명백백한 사례다. 법이 원 취지대로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으로 법이 현장에 적용되고 정부가 꾸준히 사업장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故박선욱 간호사, 故서지윤 간호사 등 연이은 간호사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제대로 발 딛고 당당하게 일할 권리를 확장해줄 토대가 돼야 한다. 법 시행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충원·신입 교육기간 확대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에 의료연대본부는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