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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학자가 한방치료 논문에 화가난 이유, 인디언 기우제가 과학적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어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9-12-13 13:00
    최종업데이트 2019-12-13 13:00


    #78화.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This is not science)

    지난 4일 올라온 영국 생물통계학자의 트위터가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됐다. 영국의 생물통계학자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한방난임 사업 논문 초록과 함께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임상 연구도 아니다. 터무니없다“라는 의견을 게재했다. 

    그는 “연구 디자인이 합리적이지 않다. 이 논문이 왜 데스크에서 거절되지 않고 나에게 심사 의뢰가 온 건지 믿을 수가 없다"라며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 논문을 검토하는 것은 시간낭비다’“라고 밝혔다.

    거기에 더해 심사 중인 논문을 공개하고 비난하는 것이 논문 심사 비공개 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있자 “사기꾼들이 자신의 업적을 위해 비윤리적인 연구를 하는 것을 더 걱정해라”라며 맞대응을 했다. 이 과정에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문제가 된 논문은 보건복지부가 한의약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부터 4년간 시행한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사업의 결과물이었다. 정부는 이 사업에 6억 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한 국가의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한 사업의 결과물이 외국 학자에게 ‘비과학, 사기꾼’이라는 공개 망신을 당했다. 

    이 연구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군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변수를 통제한 대조군이 없으니 효과를 비교해 증명할 수 없다. 

    물론 대조군 설정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기존에 실증된 보편타당한 과학적 이론으로 해당 치료 방법이 효과를 내는 기전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연구 결과조차 7개월의 효과를 일반 난임 치료 1개월의 효과와 비교하는 등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엉터리였다. 

    이는 마치 인디언들의 기우제를 연구해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발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영국의 학자가 저렇게 화가 난 것이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애초에 목적 자체가 ‘한의약산업 육성’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산업 육성이라는 목적을 미리 정해놓고 예산을 투입했고, 돈이 들어간 이상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내야 했다. 이론적 토대와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데 결과를 미리 정해 놓아 버렸으니 시작부터 끝까지 저런 무리수를 두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논란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선량한 한의사들 아닌가?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일이 엉터리 과정과 엉터리 결과를 만들어 내서 ‘비과학, 사기꾼’이라고 방송에 공개적으로 보도되고 망신당하고 이미지에 피해를 입는 건 그들이다. 대충 억지로 우기고 무작정 편을 드는 것이 능사가 아닐 텐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