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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 없는 정신보건법"

    전공의협의회, 정신보건법 개정 촉구

    기사입력시간 2017-04-11 15:40
    최종업데이트 2017-04-11 15:41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오는 5월 30일 시행하는 개정 정신보건법을 비판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취지에 동의하지만 방안은 실망스럽다"면서 "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정신과 의사들을 비롯한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전협은 2인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 소견을 필요로 하는 계속입원의 적합성심사가 인권 보호의 핵심에서 빗나가는 절차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환자 인권 보호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수의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느냐가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진료행위가 이뤄지고 있을 때 이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안전망은 정부가 강요하는 동료 의사끼리의 감시가 아닌 권위와 전문성을 가진 준사법적 기구에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선진국은 의사의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에 더해 사법기관이 환자의 환경을 고려해 입원 적절성을 평가하는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또한 사법입원제도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있다.
     
    대전협은 "정부는 이미 부족한 진료시간으로 쫓기고 있는 의료진에게 서로의 감시자 역할을 떠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지역사회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진료공백을 야기해 오히려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대전협은 개정 정신보건법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의 '마땅히 치료받을 권리' 또한 훼손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개정 정신보건법이 입원 조건을 '자타해 위험성 혹은(OR)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서 '자타해 위험성이 있으면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협은 "해당 조건은 치료가 유지되지만 약물 순응도가 떨어져 퇴원 후에는 자발적인 치료 중단과 상태 악화가 충분히 예상되는 환자들도 당장 자타해 위험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조건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며, 헌법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과도 대립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전협은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환자를 사회에 내보내면 이러한 환자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지역사회는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면서 "현재 지역정신보건센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과도한 업무로 파업이 이어지는 등 이미 포화상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전협은 ▲개정 정신보건법 및 시행령 개정 ▲정신질환자들의 법적 권리를 수호할 전담 자원 마련 ▲퇴원 후 환자들이 양질의 정신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인프라 강화 마련을 관련 부처에 요구했다.

    대전협은 "모든 사람의 인권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지켜야 할 절대적 가치"라면서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은 환자, 보호자,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자와 지역사회, 그 누구의 인권과 안전도 제대로 보호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