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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케다③ 타겟을 정하고 실탄을 준비한 후 인수를 진행하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2018-05-11 06:00
    최종업데이트 2018-05-11 06: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16년 9월에 새로운 다케다가 150억달러의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파이낸셜타임즈(FT)에 나왔다. 글로벌 연구개발(R&D) 총책임자인 플럼박사는 “업계에서 최고의 연구개발 회사가 되겠다(become the best R&D organization in our industry)”고 포부를 밝혔다.
     
    그 이후 다케다가 다양한 회사들과 딜(deal)을 진행하면서 신약후보 물질을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사들이자 ‘혹시 우리 프로젝트도?’하는 희망이 여기 저기서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그 큰 돈은 단순히 과제를 사들이는 푼돈만은 아니었다. 2017년에는 다케다의 200억달러의 ‘인수합병 군자금(M&A War Chest)’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그 대상이 미국 회사를 사들인다는 소문이었다. 타깃을 이미 정하고 전쟁을 위한 실탄을 상황에 맞추어 더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2018년 봄의 글로벌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는 다케다가 3월 28일 샤이어 인수를 고려 중이라고 밝히면서 500억달러 이상을 제안(offer)한 소식이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희귀질환,특수질환 전문 제약사 샤이어(Shire)를 인수합병의 타깃로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인수 제안 발표와 함께 샤이어 주식은 17% 상승해 발행주식의 시가총액은 380억달러로 올라 그 다음날 장을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산업 매거진인 ‘제약 경영진(Pharmaceutical Executive)’의 ‘2017년 글로벌 제약사 50위(Top 50 Global Pharma Companies 2017)’ 보고에 따르면 다케다는 2017년에 글로벌 19위에 올라있고 샤이어(Shire)는 22위에 올라 있었다. 다케다 운명과 변혁이 묘하게 얽힌 해인 2013년에는 다케다는 13위였고 샤이어는 32위였다. 그 때에는 다케다가 샤이어를 쉽게 합병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매출 크기가 비슷한 상황이 돼 버렸다. 더구나 시장은 다케다를 비웃듯이 합병의사 발표 후 샤이어의 주가는 올라가고 다케다는 떨어졌다.
     
    4월 19일 뉴스는 다케다가 샤이어 주식 전량을 18일 종가(37.54파운드) 보다 24% 높은 주당 46.5파운드, 총 427억파운드(약 64조원)에 인수하는 세번째 제안을 발표했다. 주당 17.75파운드의 현금과 28.75파운드에 상당하는 다케다 신주로 지급하는 조건이다. 샤이어는 이날 “기업 가치와 향후 성장 가능성을 현저히 과소평가 했다”는 판단에 따라 제안을 거절했고 다케다는 새로운 제안을 할 때 마다 인수가액을 높여왔다고 밝혔다.
     
    샤이어는 이번에 제시한 액수도 만족스럽지 않으나 더 좋은 조건을 내놓을 수 있을지 다케다 측과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보톡스의 대가 앨러간(Allergan)이 샤이어 인수 검토중인 것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인수(takes over)’ 규칙에 따르면 5월 17일까지 오퍼를 하든지 아니면 그만 둬야 하는 규칙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이번 인수 루머 때문에 앨러간의 주가가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케다는 유력한 경쟁자 하나가 나가 떨어진 상황이기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필자는 생각됐다.
     
    드디어 4월 26일 FT는 다케다가 샤이어를 650억달러(약 70조원)에 인수키로 잠정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샤이어는 혈액과 면역계통의 희소병 치료약 생산으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샤이어는 그동안 여러 차례 다케다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샤이어는 잇단 협상을 통해 계속 인수가격을 높인 끝에 70조원에 합의했다. 다케다가 이번 샤이어 인수를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하려는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애브비나 화이자 등의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덩치를 키웠다는 것이다.
     
    왜 다케다가 샤이어를 인수하고 싶어했을까? 1986년 설립된 샤이어는 처음부터 치료방법 선택의 여지가 적은 희귀질환을 타겟으로 선정했고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뒀다. 희귀질환 제품을 가진 제약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웠다. 2016년에는 미국 백스터에서 분사한 바이오 기업을 320억달러(약 34조원)에 인수, 매출액을 배로 늘리면서 혈우병 치료약 최대 업체가 됐다. 희귀병은 경쟁 약품이 거의 없어 가격이 높아도 수요의 변동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에 샤이어의 강점은 높은 수익력이다. 작년 매출액은 152억 달러, 순익은43억 달러로 매출액은 다케다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순이익은 4배 이상이었다.
     
    샤이어는 혈액질환, 면역질환, 신경계질환, 안과질환, 리소좀축적질환, 위장질환, 내과질환, 내분비질환 및 유전성 혈관부종에 이르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새로운 모습의 다케다는 종양학과 위장관질환, 중추신경계 3개의 분야와 백신 치료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기에 만일 샤이어를 인수한다면 다케다의 핵심 치료 영역을 강화하면서 샤이어의 희귀질환 프랜차이즈를 추가해 다케다의 R&D 전략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다케다 변혁의 시작은 다케다 가문의 7대 후계자이자 1993년부터 최고경영자(CEO)로 회사 경영을 책임져 왔던 다케다 구니오부터다. 일본 제약업계의 성장을 위해선 미국과 유럽의 거대 제약그룹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글로벌화 하려면 서양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전략적 기술제휴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7대째 내려온 가족경영의 견고한 틀 안에서 이런 경영전략을 마음껏 펼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을 포함한 창업주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2003년 다케다가 가문 출신이 아닌 하세가와 야스치카(長谷川閑史)에게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넘겼다. 해외시장 동향에 밝은 하세가와를 2009년에는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해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과제를 맡긴 것이다. 하세가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창업주 일가 및 임원 자녀들의 입사를 금지하는 사규를 만들었다고 한다. 놀라운 결정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하세가와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으로는 글로벌화(化)가 어렵다고 확신해 GPR40 작용제가 실패하는 상황 아래인 2013년 12월 1일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며 전 GSK 백신사업 책임자였던 47세의 크리스토퍼 웨버를 영입해 최고경영자(CEO)를 준비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케다는 웨버가 2014년 6월에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사장으로 취임했고 다시 2015년 4월에 하세가와로부터 최고경영자(CEO)직을 넘겨받아 변혁의 수장이 됐다.
     
    왜 필자는 다케다 3탄까지 쓰게 됐나? 다케다가 시작한 2003년의 변혁의 시작부터 열렬히 응원하며 그들의 변혁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 나라 제약업계의 갈 길을 먼저 간다고 생각됐다. 파면 팔수록 다케다의 지난 결정들이 존경스러웠다. 지금은 불가하게 보여도 한국 제약사의 같은 성(姓)의 최고경영자(CEO)가 7대가 내려가기 전에 이런 변혁을 시작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다케다 이사회는 5월 8일 ‘샤이어 인수 최종 합의’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