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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인성면접은 최소한의 도구...부적합자 미리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영환 회장, “현실적으로수능성적에 의존해 의대생 선발하는 실정”

    기사입력시간 2018-11-14 06:34
    최종업데이트 2018-11-14 06:34

    사진: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영환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의료인의 인성 함양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성균관의대가 ‘인성 기반 절대평가제’ 추진 계획을 공개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료인 국가고시에 인성면접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성을 기반으로 한 의학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최근 지난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영환 회장(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의학교육의 현 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 최근 의과대학 내에서 인성면접 도입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인성면접 전형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인성면접은 최소한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인성이 좋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부적합자나 문제가 될 요인을 미리 알아내고 준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능성적에 의존해 의과대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수능성적은 절대평가로 활용하고 이후에는 동일한 출발선에서 면접으로 선발이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인성면접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는 인성면접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신뢰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형성돼야 한다. 나아가 이를 위해 잘 훈련된 사람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준비돼야 한다.

    또 입시 기간에 쫓겨서 진행되는 면접보다는 캠프나 프로젝트 수행 등을 통해 일정기간을 관찰하는 방법 등이 의과대학에도 도입돼야 한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우수한 의료인 양성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의 형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4차 산업혁명시대 키워드는 개별 기술의 발달로 특정 짓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상과 아날로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뤄지는 ‘공유’와 ‘융합’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가치는 바로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체 정신을 함양한 의료인 양성이다.

    이를 위해 ‘과학적 가치’ 일변도로 성장을 해 온 의학교육에 ‘인문학적 가치’의 중요성이 균형을 맞추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문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인지적 역량’을 넘어 ‘비인지적 역량’ 교육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 최근 보건복지부 예산안 중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신규 편성되는 등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전체 의료인을 위한 프로그램과는 약간 거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투자는 긴 안목에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의학교육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방향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모든 의과대학에서 융합연구의 활성화 방안과 관련 전문가간의 교류 증대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 차원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책도 확대해야 한다.

    다만 의학이 임상의학의 ‘기술적 속성’에만 정신을 빼앗겨 기초의학이 흔들리는 현상을 초래한 것처럼 의학의 ‘과학적 속성’만을 강조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의학의 근본인 올바른 인간 이해에서 비롯하는 ‘인문학적 속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강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지난 9월부터 한국의학교육학회 회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 내 주요 추진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선 학회가 그간 잘 유지시켜 온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매년 진행되는 ‘의학교육학술대회’, ‘유한 의학교육 평가컨퍼런스’, ‘의학교육 아카데미’, ‘신임교수워크숍’ 등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 학회지인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를 통해 회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모든 임원진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기관들과의 유대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

    이제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역사가 한 세기를 훌쩍 넘어서면서 보다 질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모든 기관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노력이 중요할 것 같다.”

    - 미래 의료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태도는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남다른 사명감을 요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러운 요구일 가능성이 높다.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은 무언가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의식보다 선택한 과정에 대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개개인이 중요한 구성원 중의 하나임을 반드시 기억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를 위해 둔감해진 자신의 감각을 예민하게 해야 하고 세속적 조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늘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사회 변화가 가속화되는 최근 강조해야 할 의학교육의 가치는 무엇인가.
     
    “근대의학 교육이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기까지를 의학교육 제 1시기로 정의한다면 20세기 후반 이후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질적 성장을 이뤄가는 지금은 제 2시기로 정의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한국적 의학교육의 정체성과 함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의학교육이 가지는 가치를 재정립하는 제 3시기를 이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