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의료전달체계 개선,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문재인 케어 중단 없이는 성공못해

    경증환자 상급종합병원 원천 제한해야…장기 처방·진단명 변경·실손보험 보장 등 속수무책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기사입력시간 2019-09-06 07:06
    최종업데이트 2019-09-06 07:0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4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단기대책에 따르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경증 환자는 줄이고 중증환자 진료는 늘릴 수 있도록 했다.이를 위해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을 강화하고 중증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은 높이고 경증 진료 수가 보상은 낮추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을 막을 수 없는 현재 의료전달체계에서 상급종합병원에 책임을 부여하고, 경증 환자를 다시 1·2차 의료기관에 돌려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경증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를 바꾸기 위해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책임을 부과하는 구조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만성질환자 장기 처방, 진단명 변경에 실손보험 보장까지 속수무책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이용이 늘었다. 지난 10년동안 의원의 내원일수 증가율은 14%이었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내원일수 증가율은 이보다 4배 높은 66%였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은 만성질환자에게 100~200일이 넘는 처방을 통해 병원에 붙잡는 관행이 계속돼왔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는 시스템을 아무리 만들어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원천적으로 갈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더 합리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비율을 높이고 경증 환자를 잡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경증질환 진단명을 중증질환 진단명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를 설득해 의원급으로 보낼지는 의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늘어나도 실손보험의 보장도 문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 환자를 진료하면 진찰료 본인부담금과 약제비 본인 부담률을 100%로 설정해 본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도, 실손보험사가 경증환자 진료비 지급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환자 부담은 늘지 않는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경증 외래환자에 대한 종별가산율을 0%로 하는 대신 재정적으로 손실분만큼은 중환자, 다학 제 통합 진료료 등 다양한 방안으로 보상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의 적정 수가 인상으로 비정상의 저수가의 필수 의료의 정상화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차의료 살리려면 수가 인상 없는 무리한 급여화 ‘문재인 케어’부터 바로잡아야 

    의원급 의료기관은 원가 이하의 의료비와 최저 임금인상으로 적자 경영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더욱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일차의료의 활성화를 위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 30% 인상을 가장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 진찰료 인상과 함께 경증환자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완화하는 선행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보면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며, 이보다 중증환자를 더 많이(최대 44%까지)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기대에 한참 부족하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을 바꾼다면 중증환자 비율이 최소 50%이상이어야 한다. 인센티브는 70% 이상인 경우로 해야 실효성이 있는 정책으로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본다. 

    2011년 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 시행으로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등을 마련했지만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억제하지 못했다. 지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더욱 악화된 결과, 2011년 21.6%에 달하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이 2016년에는 19.5%로 추락했다. 

    이처럼 이미 실패로 드러난 과거의 정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근본 원인은 무리한 문재인 케어 시행이다. 당장 문재인 케어를 중단한다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도 정부의 이번 개선안은 원인에 대한 치료 없이 대증 요법만으로 해결 하려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정부는 정작 원가 이하의 필수의료 수가 인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상급병실료 등을 급여화해 재정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시급하지 않은 비급여 진단검사의 급여화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촉발시킨 문재인 케어의 잘못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2011년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 시행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