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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원가에서 요시험지봉으로도 알부민뇨 검사 가능…만성콩팥병 선별검사로 단백뇨보다 더 권장

    [만성콩팥병 인식 캠페인] 요시험지봉 알부민뇨 검사보다 단백뇨 검사가 위험 과소평가

    기사입력시간 2021-11-23 12:01
    최종업데이트 2021-11-24 08:59

    사진: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연구소 나은희 소장.
     
    메디게이트뉴스-시스멕스코리아 공동 만성콩팥병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①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연구소 나은희 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만성콩팥병은 환자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높은 질병으로 꼽힌다. 대한신장학회 팩트시트(factsheet)를 보면 1년간 고혈압 환자의 총 의료비용 대비 만성콩팥병 3단계는 3배, 4단계는 5배, 투석전 5단계는 21배에 달한다. 또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포함한 동반 질환 이환율과 사망률을 높여 국가적인 보건 문제를 일으킨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삶의 질은 정상인 대비 75% 수준으로 인식되며, 사망 위험은 질병이 없는 정상인에 비해 7.2배 높다.

    질병관리청의 한국형 만성콩팥병 특성 분석을 위한 장기추적 정책용역연구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 심화로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증가하면서 매년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질병청은 만성콩팥병이 악화돼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 하며, 일부 환자들의 경우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기 전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이 먼저 생겨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예방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만성콩팥병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의 알려진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고위험 집단을 대상으로 검진을 하면 만성콩팥병이 확진되지 않더라도 교육을 통해 이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만성콩팥병 검진 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주 원인 질환은 당뇨병과 고혈압이기 때문에 만성콩팥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적어도 1년마다 요알부민배설량과 추정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연구소 나은희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성콩팥병 진단 검사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1차 의료기관에서 효과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어떤 검사를 활용하면 좋을지 알아봤다.
     
    Q. 만성 콩팥병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콩팥은 몸의 노폐물, 독성물질을 여과시켜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만성 콩팥병은 이러한 콩팥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만성적으로 병이 진행돼 결국은 콩팥이 기능을 잃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3개월 이상 콩팥의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 저하가 지속되며, 소변에서 알부민뇨가 나오거나 사구체 여과율이 60 ml/min/1.73㎡ 이하일 때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된다.

    Q. 만성콩팥병의 국내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요?
    만성 콩팥병은 전세계적으로 증가 추세고. 나라마다 다르지만 8~14%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가 2007~2008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7대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13.7%에서 만성 콩팥병이 발견됐다. 이 중 사구체 여과율이 60 ml/min/1.73㎡ 미만인 3기 이상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5.0%였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연구소의 연구에서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소변에서 알부민뇨가 나온 기준으로 하면 16.3%, 단백뇨가 나온 것을 기준으로 하면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Q. 만성 콩팥병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만성 콩팥병의 증상으로는 피로감, 집중력 감소, 식욕감소, 수면장애, 부종, 아침에 눈이 푸석푸석함, 잦은 소변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심한 증상이 없어 적절한 검사를 하지 않으면 만성신부전 직전에 도달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고령, 만성 콩팥병 가족력이 있을 때는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나 소장은 "콩팥병을 포함해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의 특징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콩팥병도 증상이 없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만성적이게 되면 치료법이 없고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해야 한다. 또한 오래 진행되면 합병증으로 조기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만성콩팥병의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 소장은 만성콩팥병을 주의해야하는 인구집단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와 주요 원인 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사람, 요로감염이나 전신감염질환이 있었거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을 꼽았다. 만성콩팥병 가족력이 있거나 콩팥이 하나만 있는 사람, 콩팥 크기가 작은 사람도 만성콩팥병 위험이 높아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나 소장은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100명 당 남성은 12.9명, 여성은 11.8명에서 신장병증이 생긴다. 특히 당뇨병 환자 1만명 당 남성 117명, 여성 100명 정도에서는 말기신부전으로 이어진다"면서 "당뇨병학회에서는 증상과 관련 없이 최소 1년에 한 번은 만성콩팥병 검사를 하도록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콩팥병을 가장 빨리 진단하기 위해서는 알부민뇨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표준법으로 검사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소변을 모아 알부민이 얼마나 배출됐는지 봐야 하는데 세균감염 우려 등 여러 이유로 1차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요시험지봉을 이용해 알부민뇨 대신 단백뇨 검사를 많이 해왔다.

    나 소장은 "근래에는 시험지봉에 단백뇨 검사뿐 아니라 알부민뇨를 검사하는 제품이 나와있다. 알부민과 크레아티닌을 같이 검사해 그 비율로 알부민뇨를 보는 것이다"면서 "이런 검사가 요시험지봉으로 나와 있어 개원가에서도 이를 이용한다면 알부민뇨를 충분히 검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UC-1000에서 사용되는 테스트 스트립(Test strip) 중 Meditape UC-12S를 사용하면, 기존 요화학검사 10종 외에도 추가적으로 마이크로 알부민과 크레아티닌에 대한 반정량적 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자료=시스멕스).

    나 소장은 올해 초 알부민뇨 선별검사로 요시험지봉 검사법의 유용성을 확인한 논문을 'Annals of Public Health Reports'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만성콩팥병 선별검사로 그동안 사용했던 단백뇨 대신 요시험지봉 알부민 크레아티닌 비율(Dipstick ACR)을 사용해 선별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 것이다.

    나 소장 연구팀은 전국 13개 도시에 있는 16개 검진센터에서 소변검사한 8만8479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요시험지봉 ACR, PCR(단백질-크레아티닌 비율)을 이용한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각각 16.3%, 12.7%, 11.9%였다. 요시험지봉 ACR과 단백뇨 또는 PCR 기반 만성콩팥병 위험 범주 간의 일치율은 각각 88.76%, 92.06%였다. 요시험지봉 단백뇨에 따라 그룹화할 때 만성콩팥병 위험 범주는 과대평가되기 보다 과소평가됐다. ACR 기반 범주를 사용해 만성콩팥병 위험이 중등도 또는 그 이상으로 분류된 피험자의 37.2% 또는 37.6%가 요시험지봉 단백뇨 또는 PCR을 사용했을 때 더 낮은 위험도의 만성콩팥병으로 재분류됐다.

    나 소장은 "지금처럼 단백뇨 기준으로 분류하면 만성콩팥병 위험이 중등도 이상으로 분류되는 사람의 3분의 1이 더 낮은 등급으로 분류된다. 중등도 위험이 있음에도 괜찮은 것으로 나온다는 의미다. 이런 사람들이 선별에서 제외되니 병 초기에 자세한 검사를 받아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받기 어렵다"면서 "건강검진은 병 초기 또는 증상이 없는 사람을 가능한 많이 골라내 진짜 병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검사 방법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면 건강검진에서 사용하기 어렵겠지만 소변검사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요시험지봉 단백뇨를 사용한 만성콩팥병 위험 범주는 ACR 기반 만성콩팥병 위험 범주에 비해 과소 평가됐다. 이러한 데이터는 1차 의료기관에서 만성콩팥병을 선별검사할 때 단백뇨가 아닌 요시험지봉을 이용한 알부민뇨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됨을 시사한다"고 결론내렸다.

    나 소장은 "만성질환은 위험인자를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은 흡연, 음주를 조심하거나 운동, 식이 조절로 병의 진행을 아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하고 위험인자를 인식해 발견되면 개선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에 신경써야 한다"면서 "개원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해 만성콩팥병을 조기에 발견, 관리를 하고, 필요하다면 신장내과와 협진을 하거나 환자를 전원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성콩팥병은 당뇨병, 고혈압과 굉장히 관련 있다. 비만으로 대사증후군이 생기고, 이로인해 당뇨병이 발생하다 보니 유병률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당뇨병 증가에 맞춰 만성콩팥병 환자도 증가할텐데, 조기에 발견하지 않는다면 신장 이식 등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면서 효과적인 선별 검사를 통해 환자들이 조기에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길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