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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2심서도 의료진 전원 무죄…1심보다 무죄 명확화

    재판부 "분주 위법하지 않고 역학조사와 수사 한계 인정"...변호인 "마음 고생한 의료진, 4년만에 완전 무죄 입증"

    기사입력시간 2022-02-17 07:16
    최종업데이트 2022-02-19 08: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7명 전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배형원 강상욱 배상원)는 16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2심에서는 1심과 무죄 판결을 했더라도 분주 행위 자체가 위법하지 않고 역학조사와 수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무죄를 더욱 공고히하는 판결이 나왔다.  

    2017년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피고인인 의료진 7명(조수진 교수 등 교수3, 전공의, 수간호사, 간호사 2)은 지질영양 주사제 스모프리피드 준비단계에서 오염에 따른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역학보고서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를 근거로 2018년 4월 4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이 중 의료진 3명(교수 2, 수간호사)은 법정구속됐다가 풀려났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 13합의부는 2019년 2월 21일 형사1심에서 의료진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전공의를 제외하고 의료진 6명의 오염 가능성을 높이는 분주행위를 막지 않은 주의의무 소홀은 인정했다. 하지만 스모프리피드 분주행위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에 따른 패혈증 사망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분주 위법하지 않고 역학조사와 수사 한계 인정 

    이번 판결문 주요 내용에 따르면 재판부는 분주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역학조사와 수사, 기소의 한계에 대해 인정하면서 다른 감염원 내지는 오염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임상예후를 봤을 때 패혈증도 당시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우선 12월 15일 스모프리피드 주사기 오염 부분은 검체의 외부 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1심 판결과 같았다. 재판부는 "중심정맥관을 통한 스모프리피드 투여에서 한 명의 환아를 제외한 세 명의 환아 중심정맥관 팁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라며 "감염경로가 중심정맥관 혈류감염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돼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주사제 분할사용이 금지되지는 않고 적절한 감염관리가 전제되는 한 분주 그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실제로 분주는 널리 행해지고 있고, 최근 코로나 19 백신도 1개의 약병에서 소분돼 여러 명에게 분주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매우 오랫동안 분주가 이뤄져 왔는데, 분주로 인한 패혈증과 이에 따른 사망이 확인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분주가 과거의 분주와 무엇이 어떻게 달라 주사제 오염이 발생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라며 "구체적으로도 누구의 어떤 행위 때문에 오염이 발생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모프리피드 오염이 반드시 분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제조, 운송, 보관, 투여 등 분주 외 다른 과정에서의 오염가능성을 배제할수도 없다”라며 “시린지펌프에 의한 스모프리피드 투여는 다른 병원들에서도 널리 행해지고 있고, 이를 부적절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통의 의료행위로 공통의 의료행위를 추론한 검사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해자들에게서 12월 16일 공통적으로 패혈증 임상증상이 처음 발현된 점을 볼 때 공통의 원인이 동시에 발생했고, 공통된 원인은 공통된 의료행위로부터 비롯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직전에 분주된 스모프리피트가 감염원인이라고보는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라며 “즉 동시사망으로부터 동시감염을 추론하고 공통된 의료행위를 추론한 후 공통 의료행위로 스모프리피드 분주를 특정, 한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패혈증 진행 경과는 환자마다 달리 나타날 수 있고, 특히 미숙아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임상예후에 비춰 패혈증이 모두 공통적으로 12월 16일 비로소 처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1심보다 무죄 명확히 입증한 판결...사건부터 2심 판결까지 4년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피해자 4명이 거의 동시에 동일한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으로써, 유사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이었다”라며 “이는 관련자들을 단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자칫 법리와 증거가 아닌 감정과 직관에 호소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은 기본적으로 추론에 근거하고 있고 더욱이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가능성은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만을 채택, 조합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을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가 아닌 인재로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거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문을 통해 분주마저 무죄가 아니며, 감염원인과 감염경로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도 의료진의 책임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 1심보다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장 변호사는 “스모프리피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외에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가능성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설령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이 사건 분주, 지연 투여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그런데도 단순히 국가기관의 선의와 가능성의 상대적 우월에 근거해 유죄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처음 사건 당시부터 역학조사부터 엉터리를 주장하며 의료진의 완전히 무죄를 입증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라며 "그동안 마음고생한 의료진은 무슨 죄인가. 고의가 아닌 의료행위에서 어떤 사망원인이라도 의료진을 이렇게 단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