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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지방, 의료격차 없이 건강한 나라를 원한다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⑤ 안치석 전 충청북도의사회장

    기사입력시간 2021-12-03 06:31
    최종업데이트 2021-12-03 06:31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캠프들이 여러 단체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대선 공약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를 사전에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의료계가 각종 악법에 대한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철호 전 의협 의장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②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의료분쟁처리 특례법 제정"
    ③박상준 의협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④최운창 전남의사회장 "지역의료 살리기"
    ⑤안치석 전 충북의사회장 "서울과 지역 의료격차 최소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울 공화국? 지방도 살아야 나라가 산다. 우리나라는 두개의 나라이다.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서울과 지방러 등 나누고 내 편과 네 편이 서로 다르다. 같은 땅덩어리에서 살아가는데도 차이가 많이 난다.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5000만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공공기관과 대학교, 박물관과 공연장의 상당수도 서울에 몰려 있다. 현 정부 출범이후 부동산 폭등으로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2배나 올라 지방 아파트값과의 차이가 3억 4000에서 8억 2000만원으로 너무 크게 벌어졌다. 폐기물 처리 같은 님비시설물의 93%는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사람과 돈이 모두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의료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 쏠림과 지방 인구 감소로 인해 국가균형발전과 문케어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의료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지방에 사는 환자는 수도권의 빅5로 올라가고, 사망률 격차 등 의료수준이 점점 벌어진다. 제 때 양질의 의료가 제공됐다면 줄일 수 있는 ‘치료가능한 사망률’을 보면 인구 10만명당 서울은 44.6명이지만 충북은 58.5명에 이르고, 서울 강남구는 29.6명인 반면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지방이 너무 높다. 응급실 30분 이내 접근 불가능 인구 비율도 전국 평균이 4.6명인데 비해 강원은 13.9명, 전남, 경북은 10명을 넘는다. 지방에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병의원과 우수한 의료진이 상당히 부족하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시군구가 140곳, 응급의료센터가 없는 곳이 141개로 의료 양극화가 심하다.

    내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필두로 의사에게 익숙한 안철수, 최대집 후보가 국민의 부름을 받기 위해 뛰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 집행부 역시 대선후보 공약에 의사를 위한 보건의료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여야 모두 바람직한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꼽고 있다. 경쟁과 효율만 따지기 보다는 균형과 배분을 통한 상생 전략이 하나의 중요 원칙으로 고려되길 바란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줄인다고 일방의 양보와 손해를 요구하는 의료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서울은 자유와 경쟁, 지방은 지원과 통합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도록 다른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의료균형발전을 포함한 국가균형발전은 차기 20대 대통령 정부에서도 핵심 국정과제가 돼야 한다. 나라의 발전과 성장은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것보다 지방이 어느 정도의 균형추를 갖고 동시에 견인할 때 더 효과적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각 시도로 넘기고 국공립 의료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한다. 전국 어디든 사람이 도시로 몰리고 있어, 22곳에 달하는 지방 도시권역과 행정권역의 불일치를 고려해 의료권역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방 인구와 산업구조를 기반으로 권역의료와 지역 진료권을 매칭해 재편하고 사람과 중점업종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과 의사에게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입주조건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병의원의 재배치와 의료인프라 구축이 조성될 것이다. 지역의사 등 우수 인재를 지방에서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 고교평준화를 해제하거나 지역인재 50% 할당제를 의무화해 서울로의 인재유출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같이 따라가야 한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병의원은 신축이나 의료장비 구입에 개인의 투자와 책임으로 운영하는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공공의료는 병의원이 없는 곳에 국공립병원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공립병원이 공공의료를 내세우며 민간병의원과 다를 것 없이 경쟁하면서 운영하게 할 수 없다. 지역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나 감염병과 재난 등 국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공익의료 분야를 전담할 수 있도록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자. 국공립 의료기관을 지방의 실정에 맞게 배정하고 설치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임이다.

    코로나 19 치료에 거점 국립대학병원과 의료원을 포함한 국공립병원의 역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울러 코로나 예방 백신 사업에서 보듯 민간 병의원의 역할 또한 아주 크다. 국공립병원과 동일한 공익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민간병의원에도 공공의료에 포함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병의원의 역할을 폄하하거나 이익을 비난하기 보다는 국공립병원과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국민건강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 모두 최상위로 만들 수 있다.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필수의료의 지역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보건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현 정부는 의료전문가인 의협을 패싱하고 일부 학과와 특정 대학 교실 출신만으로 의료정책을 끌고 왔다. 그들은 의약분업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흔들었고, 문재인 케어로 이념의료의 실험장을 열었고, 공공의대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다. 그런데 의약분업은 아직도 불편하기만 하고, 문재인 케어는 보장율이 별로 올라가는 기미가 안보인다. 공공의대는 특정지역 국회의원의 민원해결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방 의료 현장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도록 이해와 개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서울 종로는 조선의 역사와 문화가 깊게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옛날 창덕궁에서 원남동사거리까지 창경원 옆길을 따라 돌담길이 있었다. 지금은 건너편 종묘를 옛모습 그대로 연결하는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창경궁과 종묘는 원래 한 울타리내에 이어져 창덕궁과 맞닿아 있었는데, 1932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 사후 일제의 만행으로 지금의 율곡로가 개통돼 둘로 갈라졌다고 한다. 조만간 이전 원래 모습으로 복구돼 하나의 궁궐로 연결되길 희망한다.

    서울과 지방, 차이 나는 두개의 나라가 아니라 의료격차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나라를 원한다. 아울러 너만의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 대통령을 기다린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