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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불제 투쟁, 위법 소지·의원 문턱 높아져 실현 가능성 미지수"

    [칼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기사입력시간 2018-06-08 06:27
    최종업데이트 2018-06-08 11: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 방법으로 총파업에 앞서 선불제 투쟁(건강보험 청구대행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선불제 투쟁은 건강보험법 위반과 환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선불제 투쟁이란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모두 환자에게 청구한 다음, 환자가 직접 공단부담금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건강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불편함을 알리고, 이에 따른 심사와 삭감을 직접 경험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제3자 지불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진료비용(채무)의 지불자는 건보공단이고, 환자는 그 일부만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용을 환자에게 전액 청구하는 것은 건보법 위반이다. 건강보험법 제47조에는 각 조항마다 환자가 공단에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의협이 추진하는 선불제 투쟁은 환자가 직접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토록 하는 것인 만큼 건보법 위반의 소지가 높다.
     
    환자가 직접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도록 하려면 건강보험법 내 조문을 ‘요양기관은’에서 ‘요양기관 등, 요양기관 또는’ 등으로 바뀌어야 가능하다. 건강보험법 상 의료기관만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환자는 청구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선불제가 정착된 프랑스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환자에게 모든 비용을 청구한 다음 환자가 나머지의 70%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선불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처럼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에 한해 환자들이 진료비를 선납 후 건보공단에 환자가 직접 청구하도록 한다면, 일단 국민들이 의원 방문의 문턱이 높아진다. 의원 진료비가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합쳐서 낸다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진료 횟수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진료비 수납과 관련된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
     
    프랑스 의원들은 환자들 스스로 단골 의원을 정하는 주치의제를 시행하는 만큼, 청구건수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 환자 1인당 월평균 의료기관 방문수는 최소 5개소 이상에 달할 것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각각 방문한 의료기관을 전부 따로 청구해야 한다. 여기서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 

    특히 환자들이 건별청구나 월별 청구, 연말 보험청구 등의 방법으로 사후 청구를 하더라도 건보공단에서 모든 금액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선불제는 건강보험 비용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이 단체소송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
     
    선불제는 본인부담금 과다청구와 관련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환급금 신청이 급증할 것이다. 본인부담금 환급금 신청은 의원 또는 약국이 법령의 기준을 초과해 더 받은 본인 부담금을 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할 진료비용에서 공제하거나 징수해 진료를 받은 사람에 한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요양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 본인이 본인부담금 환급금을  신청하도록 돼있다. 다만 본인이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 직장가입자나 가족이 신청할 수 있다.
     
    의료기관이 많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요양급여비용을 환자에게 직접 청구하라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 만일 그렇게 하더라도 여러 건수를 동시에 청구해야 하고 이에 대한 진료의 문턱이 높아지는 효과를 초래한다. 덩달아 의원급 의료기관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의협이 위법적 소지가 크고 부작용이 많은 방법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표현한다면 회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크다고 본다.
     
    한편, 선불제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건강보험법 제47조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 ①요양기관은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청구는 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로 본다.
     
    ② 제1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는 요양기관은 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를 하여야 하며, 심사청구를 받은 심사평가원은 이를 심사한 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공단과 요양기관에 알려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라 심사 내용을 통보받은 공단은 지체 없이 그 내용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한다. 이 경우 이미 낸 본인일부부담금이 제2항에 따라 통보된 금액보다 더 많으면 요양기관에 지급할 금액에서 더 많이 낸 금액을 공제하여 해당 가입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④ 공단은 제3항에 따라 가입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금액을 그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와 그 밖에 이 법에 따른 징수금(이하 "보험료등"이라 한다)과 상계(相計)할 수 있다.
     
    ⑤ 공단은 심사평가원이 제63조에 따른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여 공단에 통보하면 그 평가 결과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가산하거나 감액 조정하여 지급한다. 이 경우 평가 결과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가산하거나 감액하여 지급하는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⑥ 요양기관은 제2항에 따른 심사청구를 다음 각 호의 단체가 대행하게 할 수 있다.
    1. 「의료법」 제28조제1항에 따른 의사회ㆍ치과의사회ㆍ한의사회ㆍ조산사회 또는 같은 조
    제6항에 따라 신고한 각각의 지부 및 분회 2. 「의료법」 제52조에 따른 의료기관 단체 3. 「약사법」 제11조에 따른 약사회 또는 같은 법 제14조에 따라 신고한 지부 및 분회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청구ㆍ심사ㆍ지급 등의 방법과 절차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