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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뒤나 겨드랑이·사타구니에 반복해서 종기 생긴다면 화농성 한선염 의심해야

    [질환 인식 캠페인]⑨ 중증 환자 진단 1년 후 급여 적용…의심 환자 빠르게 진단명 기록하는 것 중요

    기사입력시간 2022-04-07 06:59
    최종업데이트 2022-04-07 06:59

    사진: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개원가 질환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① 폐동맥 고혈압: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② 유전성 혈관부종: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
    ③ 단장증후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
    ④ 대동맥판막 협착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⑤ 신경병증성 통증: 부산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인주 교수
    ⑥ 아칼라지아(식도이완불능증):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

    ⑦ 위마비: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⑧ C. 디피실 감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⑨ 화농성 한선염: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화농성 한선염은 10대 후반이나 이르면 사춘기에 들어서며 시작해 나이가 들어도 계속 반복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초기부터 잘 조절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증도가 높아진 경우에는 치료를 받더라도 좀처럼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계속 질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문제는 잘 알려진 질환이나 흔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개원가에서 진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기에는 단순 농양이나 습진성 병변으로 오인돼 간과되는 환자들이 많고, 상당수는 농루관과 흉터가 발생하는 단계로 진행된 뒤에야 진단을 받는다.
     
    이러한 중증 환자 치료에는 TNF-알파를 차단하는 주사제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 제도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진단받은지 1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 만약 환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종기로 진단받았다면,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받은 시점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는 "헐리 체계 기준 3단계 정도 되면 어떤 약제를 쓰더라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조기에 진단해 진행하는 것을 빨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질환이 의심되면 일단 화농성 한선염이라는 진단명을 전산 차트에 기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개원가 선생님들께 꼭 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농성 한선염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경우 의심해야 하는지, 환자 치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일선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Q.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이란 어떤 질병인가요?
    화농성 한선염은 땀샘 중 하나인 아포크린샘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아포크린 땀샘은 모든 부위에 존재하지 않고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특정 부위에 분포가 높기 때문에 화농성 한선염은 이외 다른 곳에는 잘 생기지 않는 성향이 있다. 이 땀샘이 있는 곳 중 특히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하며, 주된 발생 부위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항문과 생식기 주변, 여성의 가슴 아래 등이다.

    Q. 화농성 한선염의 유병률은 어떻게 되나요?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하지 않아 만성적인 종기 정도로 기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유병률을 알기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로 판단하는 것보다 실제로 훨씬 환자 수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상병으로 화농성 한선염을 진료 받은 환자는 2020년 기준 8378명이다. 외국에서는 비교적 이 병이 잘 알려져 있다. 인종별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약 4%까지 보고되며, 유럽과 터키 등에서는 1~3% 정도로 보고 있다.

    Q. 화농성 한선염의 증상은 어떻게 되나요?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염증이다. 처음에는 통증이 있는 붉은 염증성 결절이나, 안에 고름이 차 있는 종기의 형태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염증성 병변들이 계속 반복되면 염증이 피부 안쪽으로 연결되는 농루관(sinus tract)과 흉터가 발생한다. 보통 헐리 체계(Hurley staging system)를 기준으로 3단계로 병기와 중증도를 판정한다. 개별적인 염증성 결절과 농양을 보이는 1단계, 병변의 재발과 피하의 농루관, 반흔(흉터)이 형성되는 2단계, 광범위하게 결절, 농양, 농루관, 반흔이 융합된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자료: 대한여드름주사학회 홈페이지.

    활동성 병변과 흉터 혼재된 것이 특징…여드름과 치료법 달라 진찰 시 부위 확인해야

    최 교수는 "염증이 가벼울 때는 통증이 있는 단단한 결절 정도로 느껴지지만 진행하면 곪아 터진다. 그 과정 중 두세 개가 한꺼번에 뭉쳐 일부는 낫고 또 일부는 생기는 것이 반복되며 염증과 염증 사이에 일종의 관이 생긴다. 그 안에 계속 염증성 물질이 고여있는 형태기 때문에 아주 만성적으로 간다"면서 "결국에는 아주 활동성인 병변과 기존에 있던 곳이 좋아지는 흉터가 혼재돼 있는 양상을 갖는 것이 이 병의 임상적인 특성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젊은 나이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10대 후반이나 아주 일찍으로는 사춘기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70대 환자에게서도 이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질환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남녀의 차이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심한 타입은 남성이 훨씬 많아 보인다. 중증도가 비례하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흡연과 비만 등이 주요한 관련 요인이기 때문에 남성에게서 중증도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실제 진료를 볼 때 이 질환 자체가 갖고 있는 통증, 곪는 병변으로 인한 악취, 고름이 옷에 묻어나는 것 등 때문에 사회 생활을 활발히 해야 할 20~30대가 그런 부분에 장애를 느끼고 내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목 뒤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에 한 개 이상 종기가 생기고 과거력이 있다면 아주 강력하게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보통 한 개만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고, 처음에 시작할 때는 가벼운 정도라 그냥 간과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쯤 부터는 좀 더 심해져 환자 본인이 기억할 정도로 이런 병변이 있었다거나 개수가 여러 개거나 두 부위 이상을 침범하는 소견을 보이면 화농성 한선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처음에 한 두 개 생길 때 종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고, 항생제를 먹고 잘 치료가 되면 몇 개월 동안 잘 지내는 경우들이 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 엉덩이에 종기가 났다는 등으로 무시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면서 "그런 환자들 중 상당수가 화농성 한선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발생한 경우 여드름으로 오해할 수 도 있다. 최 교수는 "여드름은 보통 얼굴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얼굴 이외에 등이나 앞가슴에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여드름인데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생긴다면 예외적인 경우다"면서 "여드름과 화농성 한선염이 동시에 생기면 얼굴에 여드름이 있고 겨드랑이과 사타구니에는 화농성 한선염이 있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두 개는 같은 병이라 볼 수 없다. 여드름과 화농성 한선염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치료나 관리 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진찰할 때 부위를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금씩 진행하는 질환이지만 초기에 잡으면 일상생활 문제없어
     
    화농성 한선염만의 특징적인 검사 방법은 없다. 최 교수는 "다른 병이 아닌 것을 배제하는 감별 진단으로 이 질환을 진단하게 되는데, 화농성 한선염은 만성적이고 특징적인 부위에 생긴다"면서 "목이나 엉덩이에 종기같은 것이 있지만 몸에는 없다면 화농성 한선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육안과 환자의 과거력으로 충분히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타구니와 겨드랑이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에서 노출되지 않고, 젊은 나이의 환자들은 숨기고 싶어 할 수 있지만 진찰을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증도 자체가 병변 개수를 세거나 각각의 병변이 어떤 건지 만져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말만 듣거나 병변 한 두 개로만 평가하지 말고 호발 부위를 다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농성 한선염 치료법으로는 환자 상태에 따라 항생제와 비타민 A 제제, 스테로이드제, 여성호르몬제, 면역억제제, 염증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근거가 잘 확보된 내용은 많지 않다.
     
    최 교수는 "중등증 또는 중증에서 3개월 이상의 항생제 사용은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있고, 그런 약제에 효과가 없었을 때 염증 매개 물질인 TNF-알파를 차단하는 주사제가 상당히 의미 있게 효과있다는 것은 비교적 근거 수준이 높다"면서 "이 외 호르몬제를 사용하거나 비타민 A 제제를 쓰는 것은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헐리 스테이지 1은 개인병원에서 주사를 놓거나 필요할 때 조금씩 항생제를 쓰는 방법 정도로 조절할 수 있으나 중등도 이상이 되면 전원시켜 환자 관리를 좀 지켜보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이 질환은 결국 조금씩 진행하는 질환이다. 그래서 1단계에서 기본적인 약제로 잘 차단할 수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으나 병변 개수가 늘거나 어느 포인트에서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면 빨리 큰 병원을 가 항생제 등을 사용해 더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것을 강력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원가에서 빠르게 화농성 한선염을 진단명으로 차트에 기록한다면 빠르게 필요한 약을 쓰고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최 교수는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치료한 사례로 10여년 치료한 환자도 있는데, 잘 조절되는 상태로 지내는 분들도 많다. 헐리 스테이지 1과 같은 경우는 더 진행하지 않게 잘 조절해 아무 문제없는 일상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1년에 한 두 번 가량 종기 한 두 개 나는 정도에 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계속 진행해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화농성 한선염이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고가 약인 아달리무맙(Adalimumab, 제품명 휴미라)의 치료비 부담이 줄었다. 다만 산정특례 기준과 약이 적용받는 보험 기준에 차이가 있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준을 다 만족해야 한다.
     
    30%는 현재 치료법으로 개선 안돼…더 일찍 적극적인 치료 필요
     
    중증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는 무엇을 기준으로 얼만큼 개선됐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50~70% 정도 치료 효과가 있다.
     
    최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대상군 자체가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았던 난치성 환자기 때문에 주사제를 써도 많이 좋아지는 환자 비율이 70~80% 정도다. 현재 치료 방법으로 좋아지지 않는 나머지 30%는 결국 누군가에게 큰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학회, 의사, 환자 모두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중증도가 더 진행되기 전 빨리 생물학적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진단받은 지 1년을 기다려야 된다거나 기존 치료를 몇 개월 받아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기준은 환자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서 "재화가 제한돼 있으니 엄격한 기준은 있어야겠지만, 환자들에게 더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거나 아니면 제도 개선을 위해 학회(대한여드름주사학회)에서 많은 선생님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치료가 안 되는 30% 환자들을 위한 또 다른 옵션이 절실하지만 아직 어떤 염증 메커니즘을 차단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많지 않다. 다만 인터루킨 17(IL-17) 차단 약물을 사용해보거나 인터루킨 23(IL-23) 차단 약물을 이용한 연구도 이뤄지는 등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체중감량·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으로 악순환 끊도록 도와야
     
    화농성 한선염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치료 못지 않게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체중이 많이 증가된 경우 이 병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상대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면 약물의 농도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체중이 올라간다고 해서 약물을 무한정 많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조건이라면 체중이 적게 나가는 쪽에서 훨씬 더 약의 효과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성인들이 체중을 줄이는 것은 어렵고, 오랫동안 하루에 한 갑 이상 계속 피워왔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끊게 하기도 쉽지 않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문제다 환자들이 악취가 나고 사회생활을 잘 못하기 때문에 우울감도 있고 자꾸 술이나 담배로 빠지는 경향도 있다"면서 "하나의 고리를 끊어 내지 않으면 계속 악순환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환자들에게 체중 감량이나 생활 습관 개선에 대해 잘 설명하고 환자를 지지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사춘기 전후로 이 병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벼운 종기라고 예사롭게 넘기지 말고, 자꾸 반복하는 종기나 염증이 사타구니, 겨드랑이와 같은 특정 부위에 생긴다면 꼭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조기에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을 초기부터 잘 조절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