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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 의술을 백성들에게 내리는 폐하의 성은으로 포장하소서"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0-09-15 12:54
    최종업데이트 2020-09-15 13:3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전하, 듣자 하오니 최근 백성들 중 일부가 시무 7조와 거듭 상소문을 올려 전하의 곁에 있는 간신들의 무리를 척결하자고 외친다고 들었사옵니다.

    아니, 도대체 대신들은 이미 집과 재산이 많은데 장안의 집값이 겨우 2.3배 올라 백성들이 못살겠다는 이유만으로, 또 조정 대신들의 자녀들이 특혜와 음서제 혜택을 조금 받았기로서니 양초 심지에 어쩌다 불을 붙어 만들어진 조정의 개국공신들을 간신들이라고 음해하고 탄핵을 권고한다는 말이옵니까?

    법무 대신과 토지 대신을 음해하는 사특한 무리들의 상소를 당장 물리치시고 내 사람이 먼저인 조정의 좌우명을 다시 한번 세우시기를 앙망하옵나이다. 또한 내가 하면 음양의 로맨스요, 남이 하면 천고 죄인의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교훈을 널리 알려야 하옵니다.

    다만 최근에 역병이 돌아 민심이 흉흉하오니 역병을 잘 활용하여 여러 백성들의 불만과 상소를 일거에 뒤엎을 기회이오니 소신이 전하에게 유리한 조언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첫째. 고로나 역병을 조정에 유리하게 지지층 결집에 잘 활용하시옵소서. 
     
    한반도 오천 년 역사에서 대대로 섬기던 상국의 우한이라는 곳에서 '고로나'라는 역병이 발생하여 상국의 신민들을 도탄에 빠뜨렸고 그들이 전파한 역병이 이제 전하의 백성들마저 전국 도처에서 쓰러지고 있사옵니다.

    이 민심이 흉흉한 시기에 전국의 의생들 단체에서 상국에서 고로나 역병이 넘어오지 않게 국경을 폐쇄하자는 망언을 일삼았사오나 이는 우리의 종주국인 상국의 황상 폐하가 진노할 일이므로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옵니다. 설사 민초들이 역병으로 몇 만명 더 죽어 나간다 해도 우리 조정에는 상국의 은혜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내게 필요한 사람이 먼저라는 조정의 도리에 맞는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따라서 고로나 역병이 상국에서 왔다는 것을 최대한 감추고 상국에 다녀온 우리 백성들의 부주의를 탓하여 엄히 다스림이 마땅하옵니다. 고로나는 우리 백성의 탓이옵니다, 전하.

    잊지 마시옵소서 전하. 백성들이 국가의 근본이라 저희가 그럴듯하게 포장은 하지만 우리 조정의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백성들이 아니라 상국의 은혜로운 지지와 조정을 지탱해 주는 개국공신들의 힘이옵니다. 또한 민주 노생, 한국 노생, 참여 백성, 인도주의의생, 보건 의료 노생 등 조정의 막강한 지지세력들의 공도 잊지 마셔야 하옵니다.

    둘째. 전국의 의생들을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치시옵소서.
     
    지금 전국의 불온한 의생들이 조정에서 백성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퍼주기 무상의술과 공공의생 양성소를 만드는 것을 반대하고 진정 백성들을 구하기 위한 필수 의술과 제세구민을 확충하라고 외친다고 하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의생들의 단체가 조정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자들이라 저들의 의견을 반영해준다는 것은 조정의 체면이 손상될 수 있사오니 우선은 곤장과 철퇴로 찍어 누르고 의생과 백성간의 갈등을 조장하여 민심을 갈라치심이 현명하실 것이옵니다. 저들은 모래알 같아서 조금만 자신들의 이익을 건드려도 알아서 흩어질 것입니다.
     
    거기다가 솔직히 이제 조정에는 의생들이 원하는 것처럼 백성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필수 의술의 질을 올리기 위한 재정을 투여할 여유가 없사옵니다. 또한 무상으로 퍼주던 나라 곳간에 쌀이 가득하다던 조정의 호언장담은 아시다시피 백성들의 민심을 달래고 의생들의 불만을 누르기 위한 전하께서 윤허하신 구라였사옵니다.

    모자란 재정을 메꾸기 위해서 조정이 해야할 것은 전국 도처에 있는 소달구지 함부로 모는 백성들에게 벌금을 부여하기, 실수하여 죄를 저지른 백성들을 협박하여 재산 헌납시키게 하기, 조정에 반기를 드는 대신들에게 의금부 개혁 완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친일파로 몰아서 재산 몰수 후 오지로 귀양을 보내고 적폐 청산을 하기 등등이 있사옵니다

    전하, 기억하십니까? 조정의 돈 한 푼 안 들이고 전국의 의생들이 자기 돈 들여서 의방을 만들고 운영해도 조정에서 강제로 지정해서 백성들을 진료하게 한 후에 백성들이 얼마나 조정을 칭송했었나이까?

    거기다가 의생들이 의술을 펼침에 결과가 좋지 않은 것들을 모아서 백성들이 원한을 풀 수 있게 때때로 조정에서 형부에 명하여 곤장을 때리게 또는 하옥하게 함은 백성들을 통쾌하게 해주니, 이 얼마나 민심이 전하를 따르는지 요순시대가 따로 없사옵니다. 옥에 갇힌 의생들은 억울하겠사오나 조정은 칭송하는 백성만 우선할 뿐이옵니다.

    셋째. 백성들을 달래기 위한 무상의술을 실시하셔야 하시옵니다. 
     
    의생들이 자신들의 의생 면허를 내놓겠다고 저항은 하오나 저들은 뿌리부터 단결하기 어려운 자들이오니 의생들 중에 조정에 편을 드는 성균관 의술 관리학 대신들과 무상 의술추진 백성 단체들을 동원하여 저들을 분열시키시고 백성들이 저들의 바른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옵소서.
     
    또한 조정의 재정으로 의생들을 모두 고용하고 의방을 인수할 여력이 없사오니 의생들을 탄압하고 조정의 공권력으로 밟아누르면 금세 투항하여 자신들의 이권을 내어 놓을 것이옵니다.

    어디 감히 조정이 수백 년 권세를 누리기 위해 무상의술을 실시한다는데 토를 다는 저런 놈들은 곤장으로 매우 쳐서 조리 돌림 해야 마땅하옵니다.
     
    강아지 출산비용보다 백성들을 출산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데 그게 뭐 어쨌단 말이옵니까? 필수 의술이 멸망한다 해도 저희 조정 대신들에게 그게 무슨 영향이 있사옵니까?
     
    저희 조정 대신들은 여전히 전하께서 내려주신 수많은 전답과 금은보화들로 다른 천민이나 양민들보다 먼저 고급지게 더 빠르게 호화로운 의방에서 전하께서 하사하시는 어의에게 좋은 의술을 받을 수 있사옵니다. 정 안되면 상국에 가서 진료보면 되옵니다. 의생들과 천한 백성들이 죽어나가도 그게 저희 선택받은 운동하는 권리가 있는 대신들에게 무슨 상관이겠사옵니까?

    넷째. 의술은 전하께서 백성들에게 베푸는 성은이라고 세뇌시키시옵소서.
     
    의생들이 의술을 익히는데, 의방을 차리는데 전하께서 엽전 한 푼 내리지 않았사오나 전하의 백성으로 사는 것 자체가 은혜이온데 어찌 전하의 명을 따르지 않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사옵니다.
     
    전국 각 지방의 백성들의 민심을 달래는데 의술만한 것이 없사오니 각 지방마다 조정의 말에 껌뻑 죽는 시늉하는 관치의생들을 늘려서 공공의술소를 건립하시고 민심을 수습하시옵소서.
     
    지금은 고로나라는 역병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있사오니 우선은 의생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척 도장을 찍어주시고 의생들 덕분에라고 치켜세워주면 무지몽매한 저들은 옷이라도 벗어젖히며 성은에 망극해할 것이옵니다.
     
    또한 의생들보다 의녀들의 공이 크다고 슬쩍 추켜세워주면 자존심 높은 저들끼리 분열이 남은 당연한 일이오니 전하께서는 짐짓 모르는척하시고 웃는 얼굴로 갈라치기 하시고 얼굴북에 교지를 내리시옵소서.

    다섯째. 조정의 재정으로 거짓부렁을 널리 홍보하시옵소서.
     
    그리고 얼굴북, 더웠뜨, 인숫타그래, 가가오, 너이버, 유두부 등에 전하를 따르기 위해 대가리가 깨져도 좋다는 신민들을 동원하여 바른 말하는 의생들을 다구리 하고 나랏돈을 들여서 조정의 홍보물을 만들겠사오니 전하께오서는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조만간 저들은 자기들 안에서 분열하고 찢어져서 의생 고시를 보게 해달라고 경복궁 앞에 납작 엎드려 전하의 용서를 비는 석고대죄를 올릴 것이 명확하옵니다.

    다만 의무 대신이 가끔 속내를 드러내며 의생들이 백성들을 살피는 데 필요한 천 가리개를 사재기한다고 발언하거나 의생들을 폄하하는 이야기를 할 때는 주의를 주옵소서. 속마음과 진심을 숨기고 웃는 낯으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전하가 바라는 진정한 충신이 아니겠사옵니까?

    전하 부디 충신이라고 자처하며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려는 자들의 상소와 충언을 버리시고 개국에 앞장선 대신들과 백성 단체들의 말만 들으시옵소서. 그들은 진정 대가리가 깨져도 전하를 따를 진정한 신하들이옵니다.

    고로나(苦魯裸) 역병을 잠재우기 위해 역병 관리청을 신설하시고 백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물을 세우시옵소서. 단결하지 못하는 의생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이고 결국 전국 도처에는 전하가 고로나 역병을 물리쳤다는 조정의 홍보물들이 승리할 것이옵니다.

    여섯째. 감히 전하에게 반기드는 자들은 다 친일파 적폐이오니 처단하시옵소서.
     
    조정에 반기를 드는 자들은 모두 의금부 개혁에 저항하는 불순한 무리들이옵니다. 새로워질랜드에 사신으로 간 자가 그 나라 백성의 소중한 곳을 추행하였다고는 하나 남의 나라 백성의 일이 우리 조정과 무슨 상관이겠사옵니까? 전하가 임명하였사오나 감히 전하의 조정에 검을 겨누려는 의금부 대장과 백성들의 민심을 어지럽히는 의생 단체들을 속히 제압하시고 태평성대를 이루소서.

    마지막으로 간언컨대 깨어있는 백성이 적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시옵소서.
     
    이 나라 조정이 만세토록 번영하기 위해서는 내 사람에게 혜택을 주시고 반하는 백성들과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하옵소서.
     
    조정의 말만 꼭두각시처럼 잘 듣는 공공의생들을 많이 키우고 그들로 하여금 조정에 반하며 필수 의술을 외치는 의생들을 억누르게 하소서. 스스로 분열하도록 내부 반역자들을 육성하시옵소서.
     
    이것이 신이 광우소 사태 때에서 조언드렸던 제갈공명도 울고 갈 뇌송송 구멍탁의 이 조정의 천년 집권을 위한 절묘한 계책이옵니다.

    만세만세 만만세, 내로남불 만만세, 운동하는 조정 만만세, 갈라치기 조정 만만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