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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이·배변·생리와 무관한 원인 불명의 극심한 복통 '기능성 복통 증후군'일 수 있다

    [질환 인식 캠페인]⑬중추 신경계 원인으로 정신·사회적 요인 연관성 높아…젊은 여성서 많이 발생

    기사입력시간 2022-11-11 11:27
    최종업데이트 2022-11-11 11:27

    사진: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개원가 질환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① 폐동맥 고혈압: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② 유전성 혈관부종: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
    ③ 단장증후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
    ④ 대동맥판막 협착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⑤ 신경병증성 통증: 부산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인주 교수
    ⑥ 아칼라지아(식도이완불능증):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

    ⑦ 위마비: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⑧ C. 디피실 감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⑨ 화농성 한선염: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
    ⑩ 배변장애형 변비: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성 교수
    ⑪ 파브리병: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정성진 교수
    ⑫ 가성 장폐색: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
    ⑬ 기능성 복통 증후군: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식이나 배변, 생리와 관련 없고 검사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수술이 필요하다 생각할 정도로 견디기 힘든 통증이 지속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거나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진료실에서 흔하게 만나는 사례는 아니지만 뇌에서 신호를 잘못 인식해 심한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신체화 경향, 대처 방식의 문제 등 정신·사회적 요인에 의해 뇌가 정보를 잘못 해석하고 잘못된 정보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질환을 구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고, 그저 신경성이라며 환자에게 공감해주지 않는 주위 환경 등으로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환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 교수(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이사장)는 "기능성 복통 증후군은 정상적인 장 상태에서 발생하는 자극에 대한 비정상적인 감각 반응이다"면서 "다양한 정신·사회적, 신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줘 만성 재발성 복통이 발생되고, 심한 과민성 장 증후군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기도 하는 기능성 통증의 한 형태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에 대한 국내 역학 연구는 거의 없지만 캐나다에서는 유병률이 0.5%, 미국에서는 1.7%로 보고되며, 국내에도 최소 1% 이내는 이 병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사회 활동이 많은 젊은 연령층,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석채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능성 복통 증후군이란 어떤 질환이고, 다른 복통과 어떻게 구분되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유일한 증상은 계속되는 복통으로 다른 소화기 동반 증상 거의 없어

    최 교수는 "과민성 장 증후군은 음식과 점막 염증, 장내 세균 등이 주로 장내 말초 신경에 관여해 통증의 구심성 신경을 자극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복부의 통증과 불편감을 일으킨다. 반면 기능성 복통 증후군은 구심성 신경에서 올라온 통증 자극을 조절하는 뇌의 조절 과정의 문제에 의해 증상이 발생한다"면서 "과민성 장 증후군의 통증 강도가 1, 2 정도라면 기능성 복통 증후군은 3 이상의 강한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기능성 복통 증후군의 진단은 로마 기준에 따른다. 로마 기준 Ⅳ에서 질병명이 '중추신경계 매개 복통 증후군(Centrally mediated abdominal pain syndrome, CAPS)'으로 변경됐다.

    진단 기준은 최소 진단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복통으로 ▲지속적이거나 거의 지속적인 복통▲통증과 생리적사건(음식 섭취 ,배변 또는 여성의 경우 생리)의 관계가 없거나 드문 경우▲통증으로 사회활동 및 삶의 질에 지장이 있는 경우▲꾀병이 아닌 경우▲통증이 위장관의 다른 구조적 혹은 기능성 질환, 또는 다른 의학적 상태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경우 등 다섯가지가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복통이 유일한 증상으로, 복통 외 다른 소화기 동반 증상이 거의 없다. 음식 섭취나 배변 습관 변화와도 연관성이 낮고, 정신·사회적 요인의 연관성이 더 많다.

    최 교수에 따르면 주 증상이 지속적인 만성 복통이고 여성에 많기 때문에 생리와 통증 연관성 및 자궁 내막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식이 및 배변과 통증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해 과민성 장 증후군 연관 통증 여부에 대해 감별해야 한다. 지속적인 마약성 진통제 사용으로도 복통이 증가한다면 마약성 장 증후군(narcotic bowel disorder)에 의한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 등으로 감별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통증이 발생해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혈액 및 CT 등 영상의학 검사를 이용해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마약성 진통제 복용 등 약제와 산부인과적 질환에 관한 자세한 병력 청취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특이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기능성 위장 질환, 즉 음식 섭취 및 배변과 통증 사이의 연관성을 묻고, 만일 연관성이 없다면 내장의 신호가 도달하는 뇌에서 신호 전달 과정의 해석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능성 복통 발생에 대한 병태 생리를 이해하고 증상 발현에 뇌장축(brain-gut axis)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뇌 중추에서 내장 통증 억제하는 약물치료 및 다학제 접근 필요

    기능성 복통 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중요하다. 최 교수는 "서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따듯하게 환자의 의견을 잘 청취하고 지지하며 격려해주는 과정이 필수다. 또한 이 질환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교육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의 과정은 스트레스 조절 관련 전문가와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 사용되는 약물이 정신 질환 약제가 아닌 뇌 중추에서 내장 통증을 억제하는 약제라는 점 등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제와 치료과정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기능성 복통 증후군은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본 치료를 근간으로 약물 및 비약물치료 또는 두 치료의 병합 요법을 포함한 다학제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문 기관을 안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와 같이 기능성 질환을 다루는 전문 학회에서 이러한 주제로 매년 계속 강의하는 만큼 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정확한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주로 내장의 구심성 신호가 뇌에서 정상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복통이 심하게 발현되기에 환경적 요인, 즉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사회적 구성원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하고, 긍정적 사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 및 금주와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약제의 사용은 줄이고 약제의 선택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 교수는  "복통이 발생해 기질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고 기능적인 경우 복통을 조절하는 일반 약제를 단기간 사용해 호전이 없다면 증상 발현에 뇌에서 전달 신호 체계의 문제점 및 이 과정에 영향을 주는 심리사회적 요인에 대한 전문가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치료해야 증상의 호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만성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내원하는 경우 배변과 통증이 연관되는지 물어 과민성 장 증후군을 배제해야 하고, 상복부 불편감이 식후에 동반되는 경우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환자의 병력이 이런 질환에 합당하지 않고 다른 기질적 원인이 없다면 기능성 복통 증후군에 해당한다. 간헐적으로 아주 심한 통증 및 경우에 따라 잘못된 수술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기본 복통을 조절하는 약제를 4~6주 사용해보고 호전이 없다면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전문기관으로 이송이 팔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