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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솟는 약가 잡기 위해 규제 완화하는 FDA

    [기획②] 제네릭 허가문턱 낮추고 바이오시밀러 승인 박차

    기사입력시간 2018-01-02 06:22
    최종업데이트 2018-01-02 06:22

    사진: 위키미디어
     
    [기획] 2017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규제개혁

    올해 초 내과 전문의 출신인 Scott Gottlieb 박사가 미국 식품의약처(FDA) 수장으로 합류하면서 FDA 내에서 다양한 규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Gottlieb 박사는 FDA 처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의약품 임상시험 및 허가과정의 효율화와 제네릭 의약품 관련 규제 완화 및 가격 경쟁 강화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그의 임명을 놓고 지나친 규제 완화로 환자의 안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산업화해 혁신 성장을 돕는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FDA가 발표한 새로운 규제정책 가운데 국내 정책 및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모아 정리했다.

    유전자 검사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② 치솟는 약가 잡기 위해 규제 완화하는 FDA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의약품 가격 설정을 시장경제 논리에 맡기는 미국은 약값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로 악명높다. 2015년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가 세운 제약회사가 대체 의약품이 없는 항생제 다라프림의 소유권을 사들인 뒤 약값을 5000% 가까이 올린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고, 2017년 초 또 다른 제약회사가 디플라자코트 권리를 확보한 뒤 가격을 6000%나 인상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의약품 표시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7년 초 Credit Suisse에 발표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의약품 표시가격은 지난해 9.8% 상승했고, 2015년에는 10.8% 증가했다.

    10월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식품의약처(FDA) 허가를 받은 항암 주사제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약값 상승률은 더욱 가파르고, 오래된 약이라도 예외는 없었다. 평균 추적 기간 8년 동안 평균 25% 가격이 상승했고, 특히 블록버스터 약물인 리툭산과 허셉틴은 출시 후 매달 물가상승률을 보정해도 각각 49%, 44% 증가했다.

    결국 FDA가 칼을 빼 들었다.

    FDA Scott Gottlieb 처장은 '의약품 경쟁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2017년 초 FDA 공식 블로그를 통해 "너무 많은 환자가 터무니없는 의약품 가격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FDA가 직접 약가 책정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저비용의 제네릭 의약품 승인을 통해 처방 의약품 시장에서의 경쟁을 높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10년간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네릭 의약품과의 경쟁으로 보건 의료 시스템 비용이 약 1조 6700억 달러(한화 약 1800조 원) 절감됐다"며 "제네릭 의약품 승인과 관련된 과학적 규제적 장애물 중 일부를 해결함으로써 더 빨리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한다면 비용 절감 효과는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FDA는 7월 '해치-왁스만법 개정안: 혁신과 접근성 간의 균형 유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고, 11월에는 Gottlieb 처장이 성명을 발표, 제네릭 의약품 승인 절차 간소화를 위한 '의약품 위해성 평가 및 완화 전략(REMS)' 가이던스 초안을 공개했다.

    Gottlieb 처장은 "REMS 프로그램이 제네릭 의약품 출시에 의한 경쟁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공중보건에 기여하는 형태로 유지돼야 한다"며 가이던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REMS는 의약품 품목허가 시 시판 후 의약품 안전성 이슈와 관련된 사항을 심사해 위해관리 대상으로 지정·관리하는 제도로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의무화됐다. 적용 대상은 신약과 생물의약품, REMS 시행 중인 의약품의 제네릭으로 FDA가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품목허가 신청자가 요청하는 경우 적용된다.

    REMS는 ▲의료인 처방 정보 내용과 형식에 대한 환자용 사용설명서 작성 제공 ▲환자, 제약기업, 의사, 약사 등의 사용조건, 절차 등 안전사용 계획서 작성 ▲사용환자 DB 등록관리 및 평가체계 운영 ▲해당 의사 등과 의약품 정보전달 계획 등을 포함하며, 대상의약품은 시판 후 18개월, 3년, 7년째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임상시험과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위해를 평가하고 시판 중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지만 일부 오리지널 제조사들은 제네릭 의약품 진입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용도로 악용해왔다.

    미국 현행법상 오리지널 제조사와 제네릭 제조사는 합의해 만든 같은 REMS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는 합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Gottlieb 처장은 "이렇게 시간이 소요되면 적절한 시기에 제네릭 경쟁 품목이 출시되지 못한다"며 "때로는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제네릭 진입을 늦추는 수단으로 이러한 협상 과정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결법으로 Gottlieb 처장은 REMS 제출 및 검토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원료의약품등록(DMF)을 사용하도록 하는 가이던스 초안을 제시하면서, "DMF를 사용하면, 중복 서류를 줄여 FDA 리뷰어들이 평가해야 하는 서류량을 줄이고, 지원하는 회사의 효율성도 높아진다"며 DMF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더불어 REMS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용어와 소제목을 표준화한 새로운 REMS 문서 양식도 개발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의약품 간의 경쟁을 높이기 위해 FDA는 제네릭과 더불어 바이오시밀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3월 암젠 뉴포겐의 바이오시밀러인 산도스의 작시오를 첫 바이오시밀러로 승인한 이후 2017년 12월 기준 총 9개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했다. 그중 5개 제품이 2017년도에 승인받았다.

    FDA는 특히 암과 같이 환자 비용 부담이 높은 질환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조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달 초 마일란과 바이오콘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가 소식을 전하며 Gottlieb 처장은 "FDA는 앞으로도 계속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 수를 늘리고 경쟁을 촉진시켜 헬스케어 비용을 낮출 것"이라면서 "생물의약품 분야에서 더 많이 경쟁이 발생할 수 있도록 바이오시밀러 승인 경로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대체조제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주마다 세부적인 규정은 다르지만 2017년 10월 기준 미국 전체 주의 절반 이상인 35개 주에서 바이오시밀러 대체조제에 대한 법률이 통과됐다.

    아직 FDA로부터 대체 가능 약제로 인정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없지만, 2017년 1월 대체 가능 바이오시밀러 가이던스 초안이 발표됐고, 2년 안에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