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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의사면허취소법 과도한 부분 있어 수정 필요…의료계 대안 내달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 일명 ‘의사면허취소법’이 과도한 부분이 있어 수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관련한 논의가 조만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의료계의 우려가 큰 만큼 수정 대안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수정안 마련에 참여해 합리적인 법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의사면허취소법과 더불어 간호법안의 구체적인 논의와 통과시기는 6월 혹은 7~8월 이후로 예상했다. 의료계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무조건적인 반대론 국민 여론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 의료계의 릴레이 지지 성명으로 오히려 간호법 제정 추진이 탄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26일 국회 의료전문지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면허취소법의 빠른 조치 요구가 모 의원에 의해 언급됐다. 국민들은 성범죄나 유령의사 등 의료인의 면허취소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계도 이 사안에 대해 반대 이외 플랜B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다. 다만 법안에 대해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도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의료계가 여러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서 수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모든 금고형 이상에서 다 면허를 취소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선까지에서만 면허를 취소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막으려는 태도는 좋은 대안이 아니다. 언제까지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법사위 내 법안 논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두 법안 모두 복지위의 손을 떠나 법사위에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법사위가 상왕 노릇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시각이 많다"며 "해당 상임위에서 심의된 부분을 존중하고 자구 심사만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와 통과 시기에 대해선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신 의원은 "법사위와 본회의 상정 등은 여러 우선순위를 판단해 여야합상을 거쳐야 하는 만큼 변수가 많지만 당장 지방선거가 있고 6월엔 상임위 변동 이슈 등이 있다보니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7월엔 국회 휴가나 전당대회 등 일정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신현영 의원과의 기자들의 질의응답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Q.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도 복지위 만큼 간호법 처리 의지가 강한가? 입장이 완전히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워낙 법안이 첨예한 쟁점이 많기도 하고 의료현장을 경험하지 못한 의원들의 경우 헷갈릴 수 있다고 본다. Q. 간호법 통과로 인해 타 직역의 단독법 제정이 우후죽순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견해는? 법안소위 논의 내용 중 보건복지부에 해당 내용을 질의했다. 당시 복지부 차관은 의료계 내 타 직역의 경우 간호 직역만큼의 인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복지부 내부적으로도 타 직능의 단독법은 감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해들었다. Q. 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료계 내 지지 성명 여파로 간호법 추진이 힘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인가? 당시 인사청문회를 앞둔 주말에 의료계 릴레이 지지 성명이 나왔다. 의료계가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을 봤다. 국민의힘측도 부적합 인사라는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하는 모습에 복지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의사집단의 주장에서 국민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간호법 추진 명분이 더 생겼을 수 있다. Q. 김승희 전 의원이 새로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이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26일 발표된 장관 및 처장 인사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다시 서울대 카르텔이 부활하는 것 아닌지 우선 걱정된다. 특히 김승희 후보자는 막말 정치인의 표상으로 지난 공천에서도 막말로 탈락했다. 그는 전 대통령의 건망증 언급으로 실제 건망증으로 생활이 불편한 분들에게 상실감과 모욕을 주기도 했다. 민주당측도 특히 당시 김 후보자와 복지위 활동을 같이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하다. Q. 상임위 임기가 곧 끝난다. 본인은 복지위에 남게 될 것으로 보나? 후반기 상임위 구성이 협상 중에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임기는 5월 29일로 만료된다. 당내에서 상임위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인데,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번 상임위 배치에 대해 실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에 맞춰 배치하겠다고 언급했다. Q. 코로나19에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에 대한 견해는? 닥터나우 등 원격의료 관련 기사에서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해 성기능 관련 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간접 홍보 형식의 글을 봤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의료이용데이터가 온라인에 공개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료데이터 소유권 문제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편하게 이용했던 원격의료에 문제는 없는지 철저한 검증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Q.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얼마전 KTX에서 심근경색 응급환자가 발생해서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나 KTX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처치 기기나 약물 배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향후 대중교통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기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할 계획이다. 또한 많은 의사들이 선한 의도로 응급환자를 구하려고 하지만 현행 규정을 보면 환자가 결과적으로 잘못됐을 때 형사책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일명 착한사마리아법으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응급처치 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면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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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생태계 마련"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OECD 국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비롯해 정신장애 1년 유병률 8.5%, 평생 유병률 27.8% 등의 부정적인 정신건강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극적으로 개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웰트 강성지 대표 등은 26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대전환기 정신건강 R&D 포럼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각 회사에서 개발 중인 솔루션을 소개했다. 지난해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27.8%)은 평생 적어도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으며, 정신장애 1년 유병률 8.5%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우울(코로나블루, 블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정신건강 문제가 일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정신건강 연구개발(R&D)분야는 측정이 어려워 현상학적인 분야라는 이유로 개발에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디지털 기술 발전 등으로 정신건강이 근거 중심의 객관적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의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모두의 디지털 헬스케어 : 정신건강 접목'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정신건강 분야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질환에 비해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며 의료진이 현재의 수가체계 하에서 충분히 진료시간을 쓰기도 어렵다"면서 "환자가 폭증하는 현실 속에서 치료 악순환을 끊으려면 디지털 헬스케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 같은 배경에서 이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 많은 회사들이 헬스케어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아마존은 비대면진료 분야로 나아가고 있고, MS는 메타버스기반의 헬스케어를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미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디지털치료제, 웰니스앱 등 디지털헬스케어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신과 디지털치료제(DTx)가 개발돼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용률이 높지 않은데, 이는 환자들이 구매해야 하거나 직접 입력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중도 포기율이 높아서다. 이를 고려해 카카오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특히 정신과DTx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자동으로 센싱을 하는 기술을 접목하고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뱅크, 카카오T 등이 성공한 이유는 심플한 서비스를 완성도 있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각각 돈을 내지 않는 문자, 도착시간과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콜택시, 업무시간에 맞추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은행 등 기존의 페인(Pain) 포인트를 접근했다"면서 "카카오헬스케어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올리고, 병원들의 데이터 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스타트업들이 각자 전문적으로 개발한 디지털치료제를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따로 기록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이라는 센서를 이용해 생체신호, 수면시간 등 여러 라이프로그데이터를 확보해 자신의 상태를 쉽게 분석하고 맞춤형 멘탈케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며, 환자 라이프로그데이터와 임상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병원들에는 기술적인 파트너 역할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에는 자신들의 전문성에 맞게 개발한 특정 분야 디지털치료제를 센싱으로 분석된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환자들이 접근하도록 돕는 역할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스트레스 관리 등 넓은 범위의 정신건강 예방·관리 분야의 디지털헬스케어를 마련하는 동시에 이 같은 생태계를 마련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의 덕목을 살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황 대표는 "앞서 올해 2월 중순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가 급증할 것을 예측하고, 집에서도 정확한 케어를 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과 제휴해 병원 콘텐츠를 카톡에 올렸다. 또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도 마련했는데, 이는 나온지 3일만에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면서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 카카오의 존재가치를 헬스케어 버전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목표다. 순기능의 플랫폼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국민건강 증진, 의료질 개선 등 ESG 프레임 서비스를 진행하는 동시에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해 사업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시장의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날 웰트 강성지 대표는 '정신건강 기술의 산업동향 및 사례' 발표를 통해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 정신건강 연구개발(R&D)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현재 개발 중인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에 대해 설명했다. 강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필로우 앱은 불면증환자에게 표준치료와 맞춤치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디지털치료제이며, 핸드폰에 담긴 다양한 데이터들을 분석, 활용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병원 진단, 치료시 제공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단 병원 차트 뿐 아니라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되는 것"이라며 "금융, 모빌리티, SNS, 검색, 콘텐츠 등 여러 데이터들을 분석, 가공하면 그간 진단하지 못한 것을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추출한 데이터를 토대로 진단법과 비교하는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존의 환자 치료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기존에 발견하지 못한 위험군을 발견하거나 조기에 병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다양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초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 의사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대표는 "몇 가지 사용 동의, 데이터 접근만으로도 정신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으로 실시간 혈당정보를 체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을 저혈당 발생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처럼, 정신과 역시 공황 발작 등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복식호흡이나 약물 복용 등의 알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와 웰트가 제시하는 정신건강 디지털 지표를 모으는 과정은 결국 개인정보와 연결돼 있어 견해 차이가 존재하며, 데이터 활용에 대해 우려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카카오 등에서 데이터를 가지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슈는 구글에도 존재하며, 이로 인해 메디칼AI가 계속 실패하고 있다"면서 "카카오도 개인정보 이슈를 고려해 데이터를 모으지 않고 활용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데이터 자체는 환자의 디바이스 안에만 있도록 하면서, 일정 서비스를 위해서만 환자 동의 하에 개인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또 플랫폼 회사는 세컨더리에서만 접근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디지털헬스케어사업과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야 하며, 해킹 등도 철저하게 예방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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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밴딩폭 공급자도 직접 협상해야…2조~3조원대로 늘려 수가적정화 추진"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정부와 가입자, 건강보험공단만 밴딩폭(추가재정소요분)을 결정하는 불합리한 구조로 인해 공급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이번 수가협상기간에도 또다시 제기됐다. 공급자가 직접 참여해 물가인상률과 코로나19에 따른 감염, 사망 위험도 등을 고려한 적정 밴딩폭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김동석 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26일 건보공단과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2차 협상을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2조원대의 밴딩폭과 6%대 인상을 요구했다. 김 단장은 "아직까지 재정소위에서 밴딩폭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입자 측이 코로나19 수익을 연계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면서 "최근 수익 증가는 통계 착시효과로,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의원을 닫거나 수익이 대폭 감소하는 문제를 겪어온 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측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실수진자수, 행위료, 입내원일수 등이 모두 감소했고, 진료비가 증가했는데 이는 비급여의 급여화 등 문재인케어 추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0년, 2021년 진료비 감소폭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이번에 급격하게 오른 것처럼 보여졌을 뿐, 코로나19 이전 4년간의 진료비 증가율 평균치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5000억원 정도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공단에서도 비급여의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로 인해 진료비가 증가한 것을 인정했다. 이는 환자 이득일뿐 의료기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실제 통계 데이터를 통해서도 흉부 심초음파 급여화, 한시적 코로나 수가 적용, 약품비와 재료대 증가 등에 따라 진료비가 증가했고, 병원수익과는 관련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입자 측이나 공단 SGR 연구 결과 등에서는 밴딩폭 수치가 낮아진 점을 지적하면서, 의협 측은 코로나로 인한 2년간의 손실과 수가 보전 등을 위해서라도 2~3조원대의 밴딩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 착시효과 반영 뿐 아니라 공급자를 배제한 밴딩폭 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단장은 "2021년에 진료비가 10%대 증가했다고 하지만 2020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평균 진료비 증가율이 6.5%인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액으로 봤을 때 5000억원이 부족하게 올라간 것"이라며 "게다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많은 의사들이 감염되고 심지어는 사망했다. 이 같은 부분을 반영하기는 커녕 데이터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단장은 "물가 증가율과 공급자 측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2~3조원대로 올려야 한다. 비단 의원급 의료기관 뿐 아니라 공급자 전반에서의 수가 정상화를 원한다"며 "올해 2조원대로 밴딩폭을 잡아 의협에서 6%대 인상분을 받고, 매년 이를 점차 현실화해 궁극적으로 수가를 적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밴딩폭이 8000억원~1조원 내외에 그쳤는데, 이는 공급자 측이 여러 근거에 따라 적정한 밴딩폭을 제시하더라도 결국 가입자와 정부, 공단만 이를 정하기 때문"이라며 "의사 희생과 낮은 수가 유지가 계속돼 필수 의료가 붕괴되면 결국 병을 키워 병원을 가는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만큼, OECD 평균 진료비, 적정수가화를 실현하도록 공급자들을 밴딩폭 결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의협은 오는 30일 공단과의 3차 수가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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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문재인케어 저격수' 김승희 전 의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이 전격 인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보건복지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각각 지명했다. 앞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낙마하면서 차기 후보자 물색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진 사퇴 3일만에 인선이 이뤄져 깜짝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인선은 장관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보건복지 전문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보건복지부 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이 때문에 까다로운 인사청문 과정을 고려했을 때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공직자 출신이 후보자에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승희 후보자는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역임한 보건 전문가다. 2017년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를 지내고 제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 우한폐렴대책태스크포스(TF) 간사, 제20대 국회 코로나19대책특위 간사 등을 역임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힘썼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상당한 우파 성향을 보여왔다. 실제로 그는 극우 성향으로 대표되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 회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당시 최 전 회장과 정책적으로 자주 공조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자주 내비치기도 했는데 일례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이 한말을 자주 잊는다. 건망증도 치매 초기 증상이다.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 기억력을 챙겨야 한다"고 언급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 전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특히 그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 저격수로도 유명하다. 무책임한 재정 지출로 재정 적자 폭이 늘어나고 있어 문케어를 비롯한 대형 복지 정책들을 한시라도 빨리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당시 그의 견해였다. 같은 맥락에서 김 후보자는 치매안심센터 확대 설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안심센터를 무리하게 늘리면서 지자체의 부담을 늘리고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했던 다수 보건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저격수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오르며 새 정부 보건 정책 방향성에도 다수 변화 기로가 예상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임 정부의 보건복지 사업 저격수로 통했던 김승희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향후 보건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가장 먼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의 기조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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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집행부 대거 인사 개편 일단락…전임 집행부 인사 물갈이?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의 대규모 인사 개편이 어느정도 일단락됐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최근 백현욱 부회장, 김충기 정책이사, 최청희 법제이사, 오동호 의무이사, 유소영 정보통신이사, 김이연 홍보이사 등을 신임 임원으로 임명했다. 이번 대거 인사 개편은 기존 이사들의 임기 만료 혹은 보직 변경, 면직·사퇴 등에 따른 것으로 최근 집행부 내 이사 1인이 중윤위로 이동했고, 2인이 사퇴, 1인이 면직됐다. 우선 백현욱 부회장(한국여자의사회장)은 윤석완 부회장의 한국여자의사회 전임 회장 임기가 만료되고 여자의사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백 부회장은 1980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1984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의협에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식품분과위원장을 맡았고 한국여자의사회 정보통신이사와 사업이사, 수석부회장 등을 거쳤다. 변호사 출신인 최청희 법제이사(법무법인 CNE 대표변호사)는 2002년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 의료분야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다. 2012년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고위과정(AHP) 제12기,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 최고위자과정(HELP) 제14기를 수료하고 2018년부터 2년간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또한 그는 의협 민간보험대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서울시중랑구의사회장이기도 한 오동호 의무이사는 1994년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의무이사 등으로 역임했다. 또한 의협 메르스정책위원, 보험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2002년부터 중랑구 미래신경과의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유소영 정보통신이사는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연구센터 연구조교수 출신이다. 이화여대 철학·심리학과를 졸업한 유 이사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또한 현재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연구센터 연구조교수(정책지원부장) 외에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연구센터 연구조교수·울산의대 융합의학과 연구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의협 제41대 집행부에서 정보통신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김충기 정책이사는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기존에 의협 홍보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이연 홍보이사(연세베스트요양병원 진료과장)는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및 연세대 의학대학원에서 의학교육학을 전공했다. 고려대의료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고려대 구로병원과 안산병원 임상 조교수와 중앙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진료교수로 근무했다. 그는 제16기와 17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여성전공의 교육수련이사와 편집이사를 역임했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기획연구위원·대한가정의학회 간행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한편, 대거 집행부 교체 과정에서 의학정보원 사업 타당성에 이견이 있는 이사들이 대거 물갈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통과 협력을 중심으로 강경투쟁을 기피해온 이필수 집행부가 강경파로 분류되는 전임 집행부 인사들을 대거 숙청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면직된 박종혁 전 의무의사는 SNS를 통해 "상임이사 해촉 과정에서 회의도 나오지 않고 연락이 안 됐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해임통지를 보냈다고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공식 회의에서 이런 거짓 보고로 모욕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 전에도 민주당은 170석이었고 수술실 CCTV법안과 간호법 등도 메인 어젠다였다. 당시엔 국회가 심심해서 해당 법들을 통과시키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지속가능한 투쟁이라는 궤변적 워딩은 그만쓰자"고 밝혔다.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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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김승희 후보자는 막말과 혐오를 조장, 무능 인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승희 전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내정된 것에 대해 "막말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26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내각 인선에 여성이 없다는 국내외 비판을 의식하여 부랴부랴 여성 정치인 출신을 내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승희 후보자는 20대 국회에서 손에 꼽히는 막말 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김승희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 초기증상이라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막말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때는 독성이 확인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에 대해 섭취에 따른 인체 위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한 무능한 식약처장으로도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당시에도 정작 본인의 임기중에 제대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한 채 보건복지위원으로 후임 식약처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남탓 국회의원"이라며 "김승희 내정자는 국회의원 임기중에 ‘혐오조장과 막말’로 인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유로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조차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치불신과 혐오를 야기하여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공천에서조차 탈락시켰던 인물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철학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무능과 남탓을 일삼고, 막말과 혐오를 조장하여 국민의힘 스스로도 자격 미달임을 인정했던 정치인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내정했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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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사위에서 간호법 상정 연기될 듯...여야 법사위원장 쟁탈전 새로운 변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쟁탈전이 국회 간호법 논의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간호법안과 의사면허취소법 통과 여부를 놓고 26일 열리는 법사위가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향후 법사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에서 맡는지에 따라 간호법 등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 놓고 여야 갈등 심화 앞서 여야는 지난해 7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11 대 7로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고, 후반기엔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자리가 법사위원장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검찰 출신 대통령, 법무부 장관까지 더해 대통령실에도 검찰 출신이 십상시처럼 자리해 사실상 검찰 쿠데타를 완성한 상태다. 제동 없는 검찰 왕국으로 가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법사위원장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도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에 돌입한 상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정당이 맡아야 한다. 이것이 협치를 위한 여야의 상호존중"이라고 발언하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힘 "정호영 후보자 사퇴 관철로 여야 협치"…간호법 등 법사위 계류 가능성도 특히 이번 법사위원장 쟁탈전은 23일 국민의힘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서로 협치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자평한 상황에서 더욱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장대로 정 후보자 낙마를 관철했으니, 민주당도 협치로 화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호영 후보자의 사퇴가 여야 협치를 위한 밀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상생과 협치 정치의 시작은 후반기 원 구성 합의 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26일 법사위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도 갈피를 알 수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간호법에 대한 이해단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간호법의 법사위 전체회의 계류나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부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때 논의 속도가 지연되고 향후 법사위원장 자리가 결정된 이후에서야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처리 의지를 펼치며 상정을 원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가 직역간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가져 조정안을 만들자는 의견을 고수하면서 여야간 법사위 상정은 미뤄질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법사위원장이 직권 상정할 가능성은 남아 의료계가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여야 법사위원장 쟁탈전과 6월 지방선거 등이 겹치면서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지방선거 이후 다시 법안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까지 다시 한번 법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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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교수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이유 "다음 세대는 더 나은 이어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희망"
[메디게이트뉴스 이혜준 인턴기자 이화의대 본4] 의사 출신 연구자가 사회 문제에 깊숙히 관심을 가지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학술 논문과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면 실제 학문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학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김승섭 교수가 바로 그런 연구자다. 김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 보건대학원 강사를 거쳐 고려대 보건과학대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보건과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김 교수는 결혼이주여성, 성소수자,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재소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9월 '아픔이 길이 되려면', 2018년 12월 '우리 몸이 세계라면', 2020년 11월 '장애의 역사' 번역서, 2022년 2월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등 4권의 책을 펴냈다. 김 교수는 연구자로서 자신이 사회 문제에서 역할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역사의 이어달리기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지언정 앞에서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달렸던 바통을 이어받고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 바통은 머지않아 다음 세대로 넘어갈 것이다"라며 "앞의 세대가 최선을 다해 달려줬던 것만큼 우리는 더 나은 달리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가 했던 연구들 중 해고노동자, 성소수자, 재난 피해자 등 사실 어떤 문제도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이어달리기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라며 "요즘 특히 관심 있는 것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이다. 의료진도 포함되고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가장 차갑고 열악한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막상 그들의 건강과 안전은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온라인으로 진행한 사회적 약자의 건강에 대한 연구, 그리고 4권의 책과 관련한 일문일답이다. 네 권의 저서와 번역서 통해 연구와 사회의 연결고리, 그리고 이야기 통로 -2017년에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첫 책으로 냈다.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학자로 대중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다. 박사 공부를 시작하고부터는 학술적인 연구 중에서 세상에 알려지면 유용하고 유의미한 내용이 많이 있는데, 논문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논문의 세계는 따로 있었고 현실은 멀리에 있었다. 그래서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연구들을 잘 읽고 소화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소방공무원, 쌍용자동차, 세월호 생존학생, 성소수자 등 연구를 하면서 이런 예민한 문제를 직접 겪으면서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학자로서 이야기할 통로가 필요해 언론에 기고를 했다. 즉 첫째는 학술 논문을 대중들에게 적절하게 소개하는 것, 둘째는 내가 실제로 연구를 하며 느꼈던 고민을 대중에게 글로 써보이는 것, 연구와 현실 사이의 갭(gap)을 좁히고 싶어 그동안 두 가지를 꾸준히 했다. 꾸준히 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모여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대중서를 펴냈다.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어느 순간 모였던 게 아닐까 싶다. -저서인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학문의 전반을 설명해주는 교양 강의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에 새로 나온 책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특정 연구에 대한 보고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 단독저서에서 특정한 연구를 책 주제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술논문은 길게 쓰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학술논문은 정확성을 추구하고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그에 적합한 배경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과정으로 쓰여진다. 그러나 대중에게 쓰는 글은 한 호흡에 써야한다. 글을 쓰는 사람조차 한 호흡에 써내지 못하는데, 읽는 사람이 절대 그 호흡을 따라올 리가 없다. 자신의 논리적 힘, 지적인 역량을 포함해 사람마다 한 호흡에 가닿을 수 있는 분량이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쓰던 시기까지는 내가 한 호흡에 가닿을 수 있는 원고지 매수 분량이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40매 정도였다. 계속 공부를 하며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쓸 때는 100매 정도까지 늘었다. 그러면서 계속 고민했던 것은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가까이 들여다 보면 그냥 '잘못됐다, 부조리하다'고 말하기에는 훨씬 복잡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깊게 들여다보면서 분석하면서 비판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인문사회학적 맥락을 설명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학자로서 한 주제로 800매짜리 대중서를 써내고 싶었고, 그러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현실의 많은 문제가 칼로 끊고 자르듯이 한달음에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깊이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하고, 복잡한 문제는 복잡하게 이해하고 복잡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한 주제를 두고 긴 호흡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학자가 되는 게 나에게 중요한 목적이었고 대중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킴 닐슨의 '장애의 역사'를 번역한 것에 대해 더 나은 연구자가 되고픈 사적인 욕망 때문이었다고 했다. 외국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것과 번역하며 공부하는 것에서 어떤 차이를 경험했나. 우선 번역이 훨씬 힘들다. 번역은 다른 차원의 작업이다. '장애의 역사'같은 책을 번역하는 것은 나 스스로를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장애학자도 아니고 역사학자도 아닌데 심지어 미국의 장애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을 나에게 번역하게 했던 것이다. 스스로 그 번역에 도전하게 했던 중요한 이유는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 즉 열심히 바닥에서부터 일해서 올라가면 홀로 성공해 낼 수 있다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개인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강한 나라라는 데 있다. 미국은 'Independence'에 대한 찬양이 있는 나라다. '장애의 역사'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Independence(독립)가 아니라 Interdependence(상호의존)이라고 말한다. 그 사회에서 장애의 정의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고, 장애인들은 낙인과 편견에 어떻게 싸우며 세상을 바꿔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보고 있으면 한 사회가 말하는 능력있는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인간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사회와 구성원들은 모두에게 같은 류의 대접을 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오랜기간 여성은 투표할 수 없었고 흑인은 자유를 누릴 수 없었던 것처럼 시대별로 인간, 시민의 범주는 항상 정치적인 것이었다. 이 책을 번역함으로써 이런 내용을 검토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능력있는 인간, 혹은 능력주의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지점에서 질문할 수 있고,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번역했다. 번역은 이 책을 한국사회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국 문장은 나의 책임이다. 원저자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원저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대해 확인해야만 한국사회에서 그 단어에 적합한 번역어가 무엇인지, 그 문장에 상응하는 의미를 담은 한국어 문장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내 몸을 저자의 위치에 놓고 글을 바라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이번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주로 천안함 생존장병의 주제를 다뤘다. 이 책을 펴낸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책을 쓸 때 목표 중 하나가 '천안함 생존장병'이라는 주제 하나로 책 한권을 한 호흡에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돼보는 것이었다. 쓰는 과정이야 나눠쓰고 고치고 다시 쓰는 것을 반복하지만, 작가인 나의 입장에서는 한 호흡에 따라가려는 목표가 있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욕망, 그럴 수 있는 학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또 하나는 이 책으로 천안함 생존장병 사건 자체가 생존장병의 고통이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넘어 생존장병의 시간이 한국사의 가장 구석진 부분을 바라보는 좋은 렌즈가 돼준다고 생각했다. 군대 안에서의 능력있는 몸에 대한 신화와 그 규정된 몸에서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낙인 등을 잘 보여줄 수 있고, 군대 안에서 정신질환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보기에도 좋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 봤을 때 한국사회에서 트라우마 생존자들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고, 소방공무원과 같이 생각해본다면 일하다 다친 사람들로서 생존장병을 바라볼 수도 있다. 천안함 생존장병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사회를 논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을 보다 잘 이야기하고 싶었다. '보다 잘 이야기한다'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는 최소한 책 한권이 필요한 일이었다. -세월호, 천안함 생존 피해자 뿐만 아니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책에도 상당수 다뤘다. 사회의 여러 현상 중 연구 주제는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다. 독립된 연구자가 존재하고 수많은 연구주제가 앞에 있고 그 중 하나를 고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말하는 사람에게도 개인의 역사가 있고, 연구자가 속한 학계에도 학계의 역사와 정치적-경제적 배경이 있다. 연구를 하려는 세계에도 나름의 규칙과 역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연구주제를 선택한다기보다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절박하다고 생각하는 질문들 중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연구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종종 하나의 연구주제가 다음 연구주제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연구도 세월호 생존학생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연구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사회역학과 트라우마는 뗄 수 없는 관계일까. 그렇지는 않지만 책에서 천안함 생존장병, 소방공무원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보니 트라우마를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군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인간이 자신의 삶의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거대한 상처를 입게 되는 트라우마의 경험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됐다. 특히 세월호와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트라우마를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소방공무원과 천안함 생존장병의 트라우마라는 건 직업병이기도 하고, 나는 사회역학을 하기도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특히 산업보건연구자, 노동자건강연구자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 단원고 전 스쿨닥터 김은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역학과 임상의학이 맞닿는 지점 같아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연구를 통해 임상의학이 병원 뿐 아니라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나. 의과대학 교육에서 보여주지 않고 있을 뿐이지, 훌륭한 의사, 간호사들이 정말 많다.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또 고통받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이 내용이 흔히 말하는 '의학 교육'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어달리기를 하는 다음 세대 사람들은 더 나은 질문과 조건에서 싸우고 공부할 수 있다면 -연구를 통해 사회적 문제가 수면 위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게 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나. 직접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내가 2014년에 진행했던 연구 중 전공의 근무 환경 조사는 전공의 특별법이 통과될 때 중요한 근거 자료로 사용됐다.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에 대한 인권위원회 연구도 소방공무원의 인력 충원 등 여러 문제를 바꾸는 근거 자료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연구가 항상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과학적 분석과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일부분이다. 그리고 변화라는 것은 여러가지가 합쳐졌을 때 가능하다. 다만 나는 연구자이기에 논문과 책으로써 그 변화에 기여하려는 것 뿐이다. -대중들이 잘 모르고 있어서 관심이 커졌으면 하거나, 혹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 사회의 모든 문제가 다 그렇다. 내가 했던 연구들 중 해고노동자, 성소수자, 재난 피해자, 소방공무원 등 사실 어떤 문제도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다. 내가 요즘 특히 관심 있는 것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이다. 의료진도 포함되고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가장 차갑고 열악한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막상 그들의 건강과 안전은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사회적 이슈와 긴밀히 호흡하는 시기라고 느낀다. 과학계, 문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사회를 돌아보려는 시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사회문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보나. 물론 한국사회가 이뤄낸 성취를 폄하해서는 안되지만,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고통이 먼저 보이기 때문에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먼저 들어오지는 않는다. 분명 사회는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도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믿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에서는 지금 당장 삶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 사회가 좋아졌다는 말은 쉽게 입에 담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어쩌면 쉽게 바뀌지 않을 것들에 대해 투쟁하고 목소리를 낸다. 때로는 자신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에도 그렇다. 타인의 고통을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또 그것을 자기의 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글쎄, 나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그렇게 별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나보다 더 뜨겁게 온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위치, 글을 쓰고 발언하는 사람이라는 자리 때문에 내가 더 드러나는 것 뿐이다. 또한 내 앞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무대가 있기에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과 1980년대에만 해도 한국 사회에선 대통령을 직접 뽑지 못하지 않았는가.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사회과학 서적을 가지고 있으면 잡혀가는 나라였다. 1990년대 후반에 대학에 들어간 나는 상대적으로 제약없이 공부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앞의 사람들이 쌓아왔던 무대 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역사의 이어달리기 속에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지언정 앞에서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달렸던 바통을 이어받고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바통은 머지않아 다음 세대로 넘어갈 것이다. 앞의 세대가 최선을 다해 달려줬던 것만큼 우리는 더 나은 달리기를 할 수 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어달리기 속에서 내가 달리는 구간 동안에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앞의 세대가 감당해 낸 시간으로 인해 내가 더 나은 공부를 하고 더 나은 형태의 사회 변화를 추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어달리기를 하는 다음 세대 사람들은 더 나은 질문과 조건에서 싸우고 공부할 수 있으면 한다. -사회적 약자의 삶에 관심이 많지만 가끔씩 스스로의 마음이 도덕적 허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괴롭기도 하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한 경험은 없을지 궁금하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이건 허영 아닐까. 이건 명예욕 아닐까. 이건 자기만족 아닐까' 그 질문들을 놓은 적은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을 들여다보면 꼭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보니, 그 속에서 나의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다. 순수하게 나를 다 바쳐 사회적 변화와 진보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의 지적인 허영, 공부에 대한 욕심 혹은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 등이 혼재돼 있는 상태다. 자기만족을 넘어서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애쓰는 과정에서 내가 계속 분투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바라봐준다면 가장 좋은 칭찬이 아닐까 한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진심으로 품고 있다면 분명히 어느 시점에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는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거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마음을 조금만 내주면 일상의 아주 작은 지점에서 개인의 구체적 아픔을 도울 수도 있다. 무엇이 더 뛰어나고 훌륭한지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인간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나은 방식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것들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 판단하고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이 공부했던 것들을 연구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수 있길" -현재 하고 있는 공부와 연구에 있어 의학 전공이 영향을 미치고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 의학 공부는 분명히 큰 도움이 됐고 좋은 일이었다. 사회적 조건, 근무환경, 가정환경 등이 인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는 인간 몸에서 벌어지는 생리학적 변화를 거쳐야만 질병이 발생한다. 이는 의학의 영역이다. 사회적 조건이 어떻게 피부 안에 스며드는지에 있어서 의학은 나에게 중요한 백그라운드이자 힘이 되어주는 공부다. -혹시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이 따로 있다면 소개해달라. 책에 대해서 마음 속에는 여러 계획이 있지만 아직 모르겠다. 고려대에서 9년을 근무하고 올해 3월 서울대로 옮겼다. 서울대로 오면서 산업보건, 노동자 건강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일단 앞으로 3년 정도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대중서든 학술서든 무언가 말하고 싶고, 또 말할 수 있을만큼 내 안에 내용이 차 있다고 생각된는 시기가 온다면 또다시 책쓰기를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오래 해오면서 공동체의 모습에서 절망을 더 많이 느꼈나. 혹은 그럼에도 희망을 봤나. 세상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상상보다 훨씬 다채롭다. 그 거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해야할 일들을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나라는 사람을 무대 밖에 놓고 평론가로서 본다면 무언가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회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연구자로서는 나 역시 그 무대 위의 사람이다. 희망이나 절망을 생각한다기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힘겹게 한발짝씩 내딛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중이다.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앞으로 특별한 소망이 있다면.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이 연구한 것의 일부나마 사회로 환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는 연구들이 연구자 개인의 능력과 돈만으로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연구에 국민의 세금이 직간접적으로 들어가 있고 한국사회의 인프라 위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자가 개인의 이름으로 논문이나 보고서를 발표하지만, 실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논문 작성이 가능하다. 당장 대학이 진행하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공부했던 것을 연구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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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수면학회 막 오른다…에이슬립·허니냅스 등 韓스타트업도 발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세계 최대 수면 학술대회인 SLEEP 2022가 6월 5~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다. SLEEP은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와 수면연구학회(Sleep Research Societ)가 공동 설립한 수면전문학회(Associated Professional Sleep Societies)의 연례학술대회로, 올해로 36회째를 맞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100개 이상의 세션이 열리며, 700개 이상의 구두·포스터 형식의 초록이 발표된다. 본회의는 6일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수잔 레들린(Susan Redline) 교수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된다. 레들린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과 심혈관 질환의 관계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교 미란다 림(Miranda Lim) 교수의 '수면 및 신경외상(TBI/PTSD)'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산자이 파텔(Sanjay Patel) 교수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의 진단 재정의' ▲미국 미시간대학교 로널드 처빈(Ronald Chervin) 교수의 '소아 수면 무호흡증: 도전과 기회' ▲하버드의대 토마스 스캠멜(Thomas Scammell) 교수의 '기면증의 신경생물학: 졸린 쥐가 알려주는 졸린 사람에 대한 것'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마크 블룸버그(Mark Blumberg) 교수의 '발달에는 수면이 필요하고 수면에는 발달이 필요하다' 강연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하버드의대 찰스 체이슬러(Charles Czeisler) 교수는 톰 로스 우수강연을 통해 '교양 과정을 통한 대학생 수면능력 향상'에 대해 발표하며, ▲미국 워싱턴대 요엘 주 교수의 '수면과 신경퇴행'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이사벨 아르누프(Isabelle Arnulf) 교수의 '과도한 수면: 특발성 과다수면증의 문제'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캠퍼스 로렌 헤일(Lauren Hale) 교수의 '수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등 강연이 준비돼 있다. 과학 프로그램 주제로는 수면 건강 불균형과 행동 수면 의학의 혁신, 수면 및 대마초, 등교 시간, 일광 절약 시간 등이 있다. 대마초 관련해서는 '수면과 대마초 사용: 관계와 유전적 책임', '대마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불면증에 대한 인지 행동 치료: 파일럿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등 발표와 함께 대마초가 수면에 좋은지 나쁜지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등교 시간에 대한 찬반 토론도 진행되며, 시간 변화 정책에 대한 미신과 오해, 오용된 과학에 대한 심포지엄에서는 ▲시간 변경 정책이 어린이에 미치는 영향 ▲객관적으로 측정된 청소년 수면에 대한 일광 절약 시간의 영향 등이 발표된다. 이번 학회에서는 '컨슈머 기술(Consumer Technology)'을 주제로 한 초록도 14편 채택됐다. 피츠버그대학교에서 나온 스타트업 녹템(NOCTEM)은 미국 월터 리드 육군 연구소와 공동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다. 연구팀은 다중 도메인 운영(MDO)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의료진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자율 와이파이 독립 디지털 수면 및 피로 관리 도구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현장에서 테스트했다. 슬립스코어 랩스(SleepScore Labs)와 생활용품업체 레킷벤치저(Reckitts Ltd) 연구팀은 취침 전 디퓨저 향수 사용이 수면의 여러 측면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또한 미국 매트리스 매장 체인인 매트리스 펌(Mattress Firm) 지원을 받아 진행한 베개 맞춤 프로세스와 수면 개선 연구와 조절식 침대 받침대 사용과 수면에 대한 연구 결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을 받아 비접촉 측정 장치를 사용해 만성 불면증 환자와 건강인의 수면 차이를 측정한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 외에도 미국 워싱턴의대팀과 공동 연구한 데이터에 대한 초록도 2편 채택돼 발표한다. 국내 스타트업인 에이슬립(Asleep)은 동국대와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과 함께 수행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녹음된 오디오 데이터를 사용해 소리 기반 수면 스테이징을 위한 딥러닝 모델을 소개한다. 또다른 국내 스타트업 허니냅스(HoneyNaps)는 '클러스터링 방법을 사용한 강력한 비트 간 간격 추정 알고리즘' 발표를 통해 기존 연구보다 더 정확한 심박수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선보인다. 이를 이용해 향후 심박수뿐 아니라 수면 단계까지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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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셀 "1세대 줄기세포 회사들과 달리, 연골재생 효과 입증해낼 것"
[바이오코리아 빛낸 바이오기업 집중 해부] 올해 5월 중순 열린 바이오코리아2022에서는 향후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다양한 바이오기업이 참석, R&D 파이프라인 현황과 확장 계획, 상용화 전략 등을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 등에 공유했다.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바이오에 대한 투자 열기 감소로 연구개발 추진에 있어 바이오텍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R&D 생태계 확장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이번 바이오코리아의 인베스트페어에 참여한 기업들 중 자체적으로 마련한 고유한 플랫폼 기술을 토대로 혁신신약·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의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 현황과 발전 전망 등을 살펴봤다. ① 입셀 "1세대 줄기세포 회사들과 달리, 연골재생 효과 입증해낼 것"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1세대 줄기세포 회사들과 다른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차세대 줄기세포를 활용, 실제 연골재생 효과를 입증하고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입셀(YiPSCELL) 주지현 대표·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바이오코리아2022 인베스트페어를 통해 자사의 R&D 플랫폼, 파이프라인과 라이선스아웃·상용화 등의 전략, 계획 등을 공개했다. 가톨릭의대 산하 유도만능줄기세포연구소 응용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입셀은 임상면역학과 줄기세포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Seek for the sick'를 회사의 핵심이념으로 삼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주 대표는 "입셀의 대표이자 연구소장, 내과 의사기도 하다. 저를 비롯한 25명의 전문인력들이 난치병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재 개발 중인 유도만능줄기세포는 1세대 줄기세포회사들과 달리, 여러 기술들이 혼재돼 있으며 세포 획득이 용이하고 훌륭한 분화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큰 재료"라고 소개했다. 입셀의 유도만능줄기세포 R&D파이프라인을 보면, ▲iPSC로 제작한 관절강 내 직접 주사 가능한 3차원 골관절염 연골세포 치료제 MIUChon™ ▲척추손상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iPSC 기반의 3차원 신경세포치료제 MIURon™ ▲iPSC로 제작된 각질세포와 섬유아세포로 구성된 오가노이드형 피부세포치료제 MIUKin™ 등이 있다. 현재 입셀이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연골세포를 주성분으로 골관절염 세포치료제(MIUChon)로, 기존 제품과 달리 주사가능한 연골 오가노이드 형태다. 비임상시험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결과를 기반으로 사람에서의 연골 재생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연골이 지속적으로 닳으면서 무릎 뼈끼리 닿게 되면, 인공관절 시술 밖에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20여년간 다양한 제약바이오회사에서 여러 시도가 이어졌으나, 생성된 연골이 불량하거나 과학적으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는 등 실패로 끝났다"면서 "우리는 수술없이 줄기세포 직접 주입을 통해 연골을 재생, 회복하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6년간 소동물부터 대동물까지 다양한 효과 입증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인간유래 항원으로 발현한 것을 확인했다. 그간 간접적인 재생의 방식과 다르게 입셀의 후보물질은 직접 재생 효과도 검증했다고 부연했다. 주 대표는 "특히 2달전 돼지를 활용한 시험 결과에 따르면 연골 결손부위에서 30% 재생효과가 나타났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으며, 내달 GMP시설에 입주한 후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IND 제출 과정에서 세포치료제의 QC(품질관리·Quality Control),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등이 기존 합성의약품과 다른 점을 인지하고, 엑소좀 응용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입셀의 플랫폼은 기 구축된 세포주를 통해 무한 증식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어 상업화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골수, 지방, 제대혈 등의 세포는 침습적인 채취로 소량밖에 확보할 수 없어 상업화에 한계가 존재해왔다. 이 같은 생산성과 함께 국내 퇴행성 골관절염 시장이 4조원대에 이르는 것을 고려, 입셀 측은 연골재생 혁신신약을 통해 초기(2025년) 6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오픈이노베이션, 협업(코워크) 등을 통해 오는 2030년 최대 1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연골주변 세포기질이 연골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을 토대로 다양한 연구데이터를 분석해 추가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엑소좀 기술을 응용해 플랫폼 사업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각질세포와 섬유아세포로 구성된 피부오가노이드형 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MIUKin™의 임상시험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며, 3차원 신경세포치료제 후보물질 MIURon은 오는 2024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202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