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품목 신설 행정예고안에 대해 즉각적인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인의 개입 없이 일반 소비자가 직접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를 판독하는 방식이 여성 건강과 모자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식약처가 지난 3월 25일 행정예고한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개정안은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품목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 등 주요 성매개감염 병원체가 대상이다.
식약처는 사회적 낙인 회피와 검사 접근성 제고, 조기 발견을 통한 확산 차단 등을 취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사회는 해당 정책이 임상 현실과 여성·모자보건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여성 성매개감염병의 무증상·비특이적 특성이 꼽힌다. 여성의 클라미디아 감염은 약 70~80%, 임질은 약 50% 이상이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가검사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서는 내진, 자궁경부·질·요도 검체 채취, 핵산증폭검사(NAAT), 병력과 노출력 평가 등을 종합해 진단이 이뤄진다. 반면 자가검사 키트는 검체 채취 부위가 부적절하거나 검체량이 부족할 수 있고, 검사 시점도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위음성으로 인해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골반염, 난관 손상, 불임, 자궁외임신, 만성 골반통 등 장기 후유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임신부 관리 역시 핵심 우려 지점이다. 매독 감염 임신부는 선천성 매독, 사산, 조산, 신생아 사망 위험이 있지만, 단일 항체 자가검사만으로는 활동성 감염과 과거 치료 여부, 위양성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 클라미디아와 임질 감염도 조기양막파수, 조산, 저체중아 출산뿐 아니라 신생아 결막염, 폐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가검사 결과만 믿고 산전관리를 미루거나 회피할 경우, 피해는 산모를 넘어 태아와 신생아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의사회의 판단이다.
위양성과 위음성 모두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위양성은 의학적 상담 없는 결과 전달로 심리적 충격, 사회적 낙인, 파트너 관계 갈등, 항생제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 위음성은 감염 확산과 수직감염, 불임 등 비가역적 합병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성매개감염병 관리의 핵심인 파트너 치료와 재감염 예방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매개감염병 치료는 환자 본인 치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 파트너 평가와 치료, 재감염 예방 교육, 추적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자가검사 방식에서는 이 과정이 단절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회는 그 외에도 성매개감염병은 법정 감염병으로 신고와 역학조사, 접촉자 관리가 필요한데, 자가검사 결과가 국가 감염병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으면 실제 감염 규모가 왜곡될 수 있어 국가 감염병 감시체계의 공백 발생 가능성과 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국내 의료 환경상 자가검사 확대의 필요성도 크지 않은 점,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 등 성매개감염병 진료를 직접 담당하는 임상 전문가 단체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던 점도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식약처는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품목 신설 행정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산부인과를 비롯한 관련 의료계 전문가 단체와 충분히 협의해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단은 결과지 한 장에 적힌 양성·음성의 문제가 아니라 병력, 임상 양상, 검체 적절성, 동반감염, 치료, 추적, 파트너 관리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의료 행위”라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길은 진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진료체계 안에서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 책임 있는 공중보건 관리가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