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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로파마젠 등 약물유전체 분석 통해 우울증 치료”

    약물유전체 분석 통한 약물치료…경험 의존 약물치료 대비 우수효과 확인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치운 교수]

    기사입력시간 2018-05-17 06:00
    최종업데이트 2018-05-17 06:06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치운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214만5000여명에 달한다. 그동안 우울증은 환경, 유전적 취약성, 그리고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발병원인들이 거론돼 왔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유전적 요인에 대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 정신의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 251명을 대상으로 부모와 조부모의 우울증 병력을 조사한 경우, 부모가 우울증이면 자녀에게 우울증이 나타날 위험이 2배에 달했다. 부모와 조부모가 모두 우울증일 경우는 자녀에게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3배가량 높았다.
     
    즉, 유전적 취약성이 우울증의 발병 모델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음을 이전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유전적 근거를 이용해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 약물 치료의 임상적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편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우울증 환자 100명 대상 연구서 치료 효과와 내약성 우수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치운 교수는 일정 기간 동안 적정 용량의 항우울제로 치료했음에도 약효가 부족하거나 부작용 등 내약성 문제가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 약물유전체 분석이 도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적정 항우울제를 찾아 우울증을 치료 하는 것이 환자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치운 교수는 국내의 주요 우울장애(MDD)를 가진 성인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고려대학교의 한창수 교수와 약물유전체 분석을 이용한 약물학적 치료 반응과 내약성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8주간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는 ‘뉴로파마젠(Neuropharmagen)’이라는 약물유전체 분석‧진단을 통한 약물치료(PGx)와 경험에 의존한 기존 약물치료(TAU) 두 가지 방법을 비교했다.
     
    뉴로파마젠은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검사를 시작했고 현재는 유럽‧남미 등 전 세계 17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침(타액)으로 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혈액을 채취하던 기존의 검사보다 편리하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유사한 검사도 있지만 신경정신과약물에 초점을 맞추고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약물유전체검사는 뉴로파마젠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 교수는 “지금까지 약물유전체 정보를 근간으로 항우울증제를 선택할 경우에는 항우울제의 대사 등에 주로 관련되는 약력학과 관련된 유전자가 조사됐다”며 “약물 치료 반응과 내약성에 관련된 주요 약동학적 유전자 정보가 포함된 약물유전체 기반 항우울제 선택에서의 치료 효과와 내약성의 차이를 평가했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뉴로파마젠’을 통한 약물유전체 분석을 통한 치료 방법(PGx)이 기존의 경험에 의존한 약물선택(TAU) 방법에 비해 일차 효과 평가척도인 해밀턴우울증 척도(HAMD-17)의 평균량 변화 비교 시 PGx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차 평가 척도인 반응과 관해율에서도 TAU에 비해 PGx군이 우수한 것으로 보고됐다.

    '뉴로파마젠' 환자 맞춤 치료제 투여시 부작용 유의하게 감소
     
    또한, 부작용과 관련된 평가항목인 FIBSER(Frequency, Intensity, and Burden of Side Effects Ratings)의 경우에도 기존의 치료 방법(TAU)보다 뉴로파마젠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투여한 군(PGx)에서 부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적었다. 즉, 약물유전체 검사를 활용환 환자-맟춤형 치료방법이 경험에 의존해 약물을 선택한 치료군 보다 효과와 내약성 측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인 것이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유전체 기반 치료법이 우울장애 환자의 항우울제 치료 효과를 개별-맞춤 설정하는데 유망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개인 맞춤의학’ 관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우울증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 약 절반 정도는 관해(remission)에 이르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경험한다”며 “임상환경에서 최근 화두는 정밀의학이다. 약물유전체 기반 치료 시 적어도 30% 가량 치료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약물유전체 기반 치료가 기존에 여러 치료제로 증상조절을 시도했으나 충분한 개선을 경험하지 못한 환자 혹은 새롭게 정신질환의 치료약물을 복용하게 되는 환자들에게 적합한 약물을 찾아줄 수 있는 좋은 안내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환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확대 적용이 가능한 저비용으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며 “평생 한 번의 검사로 유전적 정보를 이용한 더 나은 치료 기회를 제공 받는 것이므로 현재 치료의 경과가 부족한 경우의 환자라면 적극 고려해볼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