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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독감백신 무료접종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주치의제도로 접종일 분산과 과당경쟁 줄여야

    기사입력시간 2017-10-30 05:00
    최종업데이트 2017-10-30 05: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매년 독감 백신 접종 시즌이 되면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몸살을 앓았다. 추위도 아랑곳않고 한없이 길게 늘어선 어르신들의 행렬과 시늉뿐인 문진에 이은 하루 1000명이 넘는 백신 접종. 보건소에서만 무료접종을 하고 병의원에서는 비용을 내야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보건소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에 대한 역차별과 낮은 접종률이 항상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2015년부터 전국의 병의원에서도 65세 이상 노인들의 독감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됐다. 몇몇 자치구에서는 그 이전에도 지역별로 무료접종 사업을 시행한 곳이 있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시행한 것은 올해로 3년째다.
     
    처음에는 보건소에서처럼 정해진 날짜에만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병의원에서 언제든지 여유있게 무료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2015년에 사업을 처음 시작하자마자 여러 가지 예기치 않았던 문제들이 튀어나왔다.
     
    첫째로, 백신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일괄 입찰구매해 각 지역 보건소를 통해 병의원에 공급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주치의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보니 병의원별로 몇 명의 노인이 접종을 하게 될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병원별로 필요한 수량을 신청 받아 공급했는데 터무니없이 많이 신청한 병의원이 있다보니 신청 수량의 약 60%만 공급했다. 노인 만성병 환자를 많이 보는 경우 예년 수량대로 신청한 곳은 단골환자 접종마저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백신이 떨어진 병의원이 추가 신청을 해도 지역별 필요량은 다 공급됐으니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라는 지시만 내려왔다. 일선 상황을 모르는 공무원의 사고방식이라고 이해했다. 또한, 지역별 노인수와 지역별 공급량이 같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이 또한 유동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적절치 못한 대응이었다. 여하간 나는 고혈압 당뇨병으로 다니던 단골 환자에게 올해는 줄 서지 않고 약 타러 올 때 천천히 접종해도 된다고 미리 안내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나중에 온 환자들을 백신이 있는 곳을 수소문하며 여기저기로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둘째로, 접종일이 기대만큼 분산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어려운 시절을 겪은 노인들이 일찍 맞지 않으면 백신이 동나서 맞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접종 개시일에 몰려서 온 것이 첫째 이유다. 그리고 공급받은 백신을 많이 접종할수록 병의원에 접종비가 지급되니까 병의원이 경쟁적으로 접종한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전화로 호객 행위를 하고 차를 돌리는 곳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초기 며칠 사이에 접종이 몰리는 바람에 다른 진료에도 지장이 생기고 전산이 다운되는 일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다음 해인 2016년에는 초기에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고자 접종개시일을 75세 이상의 연령군과 65세에서 74세 연령군으로 나눠 시행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에 늦게 접종하러 갔다가 골탕 먹은 기억이 있는 노인들은 더욱더 접종 초기에 몰렸다. 75세 이상은 접종개시일이 더 빨랐는데 75세 미만에서 자기는 왜 접종해 주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일도 잦았다. 어떤 병의원은 미리 접종해 주고서 등록만 나중에 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이래 저래 초기에 몰리는 일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원칙을 지키는 병의원만 손해를 보는 일이 이번에도 발생했다.
     
    2017년, 즉 올해는 환자들의 민원을 의식했는지 질병관리본부는 접종 시작일을 둘로 나눈 것은 그대로 두고 75세가 안되는 분들도 병원에 진료받을 일이 있을 때 내원하였다면 미리 접종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그랬더니 더 난리가 났다. 물리치료하고 백신을 놔 주는가 하면 어느 병원에 가면 귀청소하고 접종해 준다더라는 소문이 환자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문자를 돌리는 병의원과 차량을 돌리는 병의원은 여전했다.
     
    한가지는 개선됐다. 노인들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올라갔다(70% 수준에서 82%까지 상승). 그러나 그 이면에 이런 무질서와 병의원들의 혈투(?)가 있었음을 기억하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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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귤이 회수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보면 그 말이 생각난다. 건강검진이나 노인독감 무료접종사업이나 다 좋다. 취지도 좋고 실제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주치의제가 아니라면 경쟁이 심화되고 편법이 난무하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는 것 같다.
     
    먼저 건강검진을 한번 따져 보자. 주치의라면 자신의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개별적이고 주기적으로 검토해 검사기관에 의뢰하고, 간단한 진찰과 검사는 자신이 시행할 것이다. 여기에 수익 극대화나 상업적 의료가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검진기관에서는 마치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듯이 광고를 하며 수요를 유발하고, 매년 패키지로 끼워서 필요하지도 않은 항목까지 중복해 검사한다. 고가의 검진패키지를 개발해 내고,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불확실한 점이 있으면 추가 검사와 치료를 권한다. 공단 무료검진이라고 해서 갔다가 추가검사와 치료에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연중 분산이 아니라 연말에만 검진한다고 몰려서 미어터진다.
     
    노인독감무료접종 사업도 마찬가지다. 주치의제였다면 자기 환자에게만 접종하면 되니 9월중순부터 11월중순까지 분산해 독감접종이 원활하게 시행됐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백신의 수요와 공급도 문제투성이고, 노인들은 10월1일부터 며칠 사이에 독감접종하러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예전에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하듯이 이러지 말자고 시행한 제도이건만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병의원의 경쟁때문이다. 문자를 수십통씩 날려 호객행위를 하는 곳도 있고(검진호객행위도 마찬가지로 있다), 시골같은 곳에선 독감접종하러 자동차로 실어나른다고도 하니 어떻게 독감 접종일이 분산될 수 있겠는가? 내년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어쩌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심한 경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물론 이 정도까지 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도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주치의 제도가 없는 경우에 행위별 수가제와 무상의료가 결합하면 어떤 형태가 되는지를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노인독감 무료접종 사업일듯 싶다. 무질서와 과당 경쟁을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