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수난시대라고 해야 하나. 참담하다"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은 J원장이 자살한 이후 심평원 심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비뇨기과 의사들은 PCR(중합효소연쇄반응법) 검사 삭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real time multi-PCR(다중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법) 검사를 하는 족족 삭감되는가 하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개원의들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비뇨기과에서는 전립선염, 요도염, 방광염, 성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균을 진단하는데 multi-PCR(다중 중합효소연쇄반응법) 검사를 자주 이용한다.
multi-PCR보다 더 정교한 검사가 real time multi-PCR인데, 이것은 multi-PCR에서 보이지 않는 균을 볼 수 있고, 균의 정량까지도 확인 가능해 환자들은 단 한 번의 검사만 받으면 되는 장점이 있다.
이 multi-PCR과 real time multi-PCR은 지난 2014년 11월 급여가 됐으며, 당시 수가는 2만 6230원으로 같았다.
이후 2015년 수가가 상향되면서 상대가치점수를 반영한 muti-PCR은 5만 5640원으로, real time multi-PCR은 9만 7190원으로 차등화됐다.
현재는 각각 5만 7290원, 10만 60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두 검사비용이 4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 시작하자 real time multi-PCR에 대한 삭감이 빈번해졌다는 게 개원의들의 설명이다.
real time multi-PCR로 검사를 하면 대부분 multi-PCR 검사만 인정, 차액을 삭감한다는 것이다.
'비용·효과적인 방법'이 삭감 기준?
경기도의 A비뇨기과의원.
A의원은 작년 10월부터 real time multi-PCR 비용을 청구하면 모조리 삭감됐다.
A의원의 B원장은 아무런 주의나 통보 없이 갑작스럽게 대규모 삭감 처리하자 당황한 나머지 심평원에 여러 차례 공문도 보내고 전화 문의도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B원장이 4차례 공문을 보낸 이후에야 심평원으로부터 어렵게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심평원은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해 삭감했다"고 강조했다.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비용이 싼 multi-PCR 검사로도 충분한데 왜 굳이 비싼 real time multi-PCR 검사를 했느냐는 의미다.
또한 심평원은 "요양급여는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검사는 정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환기시켰다.
초진환자는 무조건 'multi-PCR' 검사를 하라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B원장은 "환자에게 multi-PCR 검사를 해서 발견하지 못한 질환은 결국 다시 real time multi-PCR을 이용해 한 번 더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굳이 왜 두 번 검사를 하고, 환자에게 클레임까지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번의 검사가 결국 건강보험재정을 더 낭비하는 것이며, 의원을 돌팔이 취급하는 환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게 B원장의 하소연이다.
전산심사가 만들어낸 대규모 삭감
여기에다 real time multi-PCR 삭감이 심평원의 전산심사 때문이라는 사실도 개원의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B원장은 심평원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real time multi-PCR 청구가 전산심사 삭감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B원장은 "기준이 없는 삭감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주의나 통보, 안내 없이 전산심사 방식으로 무차별적으로 삭감하는 것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낀다"면서 "말만 초진환자일 뿐 실제로 재진환자도 real time multi-PCR 검사를 하면 삭감하는 게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그러면 재진환자는 왜 삭감하는지, real time검사는 도대체 언제 실시해야 하느냐"고 심평원에 질의해도 분명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B원장은 말했다.
산부인과 역시 real time multi-PCR 삭감 다반사
산부인과에서도 PCR검사와 관련해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이미 작년 중순 이후부터 산부인과에서도 똑같 삭감 당하고 있다"면서 "의사회 차원에서 심평원에 여러번 문의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때문에 상당수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나중에 2중으로 검사하더라도 multi PCR검사를 주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무조건 삭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환자들도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항생제를 남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real time multi-PCR검사가 대규모 삭감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을 보면 현재 심평원 지원에 따라 임의적인 삭감을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비뇨기과의사회는 조만간 심평원과 만나 해당 삭감의 부당함을 따질 계획이다.
비뇨기과의사회 관계자는 "심평원과 논의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된 만큼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