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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정원 확대는 올바른 답이 아니다…졸업 후 비급여 비필수 분야로 이동, 의료 왜곡 심화

    [칼럼] 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장

    기사입력시간 2019-12-31 05:40
    최종업데이트 2019-12-31 05:4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 의료의 가성비는 '세계 최고'다.

    보건복지부가 8월에 발표한 ‘OECD Health Statistics 2019 요약표’를 보자. 암에 의한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21.0%나 낮고, 순환기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47.4명으로 OECD 평균(279.7명)보다 현저하게 낮다.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OECD 평균(80.7년)보다 2.0년이나 더 산다.

    다른 OECD 국가 1인당 평균 의료비보다 25%나 돈을 적게 쓰면서 그동안에 이룬 성과다.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3.4명)보다 적다. 또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는 16.6회로 OECD 평균(7.1회)의 두 배 이상이다. 적은 수의 의사가 굉장히 많은 환자를 진료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건강수준은 의사가 과로해서 OECD 평균이상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을 보면 2030년에 의사 76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대학병원 교수들의 노동 강도가 끔찍할 정도로 높아졌다. 대형병원에서 PA 무면허 진료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정진료를 위한 의사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의대정원은 2007년부터 12년째 3058명으로 동결이다.

    그래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그리고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등은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고, 의대 학생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의대 학생정원 확대는 의사의 뇌관을 건드리는 일이고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의사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의사의 예봉을 꺾고자 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이슈다. 

    의사들은 그에 앞서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만들자고 말한다. 방값과 검사비보다 필수의료 급여화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대정원 확대는 우리나라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답은 다른 곳에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우리나라는 출산율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OECD 평균(1.68명)에 한참 못 미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이는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교육 주택 뿐 아니라 의사 수 등 의료 전반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에 따른 의사인력의 과잉공급으로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028년 이후 OECD 평균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 평균(1.2%)보다 높다. 적정 의사 수 및 의대 학생정원 증감에 대한 정밀한 추계가 필요하다.

    국토면적 대비 의사밀도도 OECD평균(4.6명)에 비해 11.4명으로 매우 높다. 서울과 지방의 의사 수 차이도 문제다. 의사 수를 단순히 늘리는 것은 대도시 의사밀도를 더 높여 과밀화를 조장할 뿐이다.

    의사의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료의 질 저하와 사망률 차이로 직결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충북의 ‘치료가능사망률(AMR)’은 58.5%로 서울 44.6%보다 31%나 높다.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서울 강남구의 3.6배에 달한다. 서울 등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도시보다는 농어촌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서울 지방간 균형발전을 위해 의사의 고른 분포가 먼저다.

    의대 학생 숫자만 늘리게 되면 필수의료 담당 의사가 늘어나기 보다는 졸업 후 비급여 비필수 의료분야로 이동이 일어나 우리나라 의료를 더욱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의대 학생정원의 지역별 불균형 문제가 우선이다. 올해 2월 기준 인구 10만명당 의대 학생수는 7.46명이다. 2016년 OECD 평균은 11.9명이다. 광주 17.14, 강원 17.01, 전북 12.83, 대구 12.29명으로 OECD 평균보다 의대 학생수가 많다. 각 시도별 인구비례 의대학생수를 점검하고 지역의료 균형발전을 위한 적정 의사 수 양성이나 현재 정원 재배정에 관심을 가져보자.

    현재 지방의대 학생의 상당수가 서울과 타 지역 출신이다. 외지 학생은 지역 연고가 없기 때문에 졸업하면 대부분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이는 지역 의료 발전에 필요한 우수 의료 인력을 양성한다는 지방 의과대학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지방보다는 서울 등 타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를 배출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격이다.

    또한 사립의대와 달리 국립의대는 필수의료 서비스의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고 부족한 지역 공공의료 기반을 확충할 의사를 육성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의료기관의 숫자가 적고 기능마저 공익성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의대 교과과정을 공공보건의료 위주로 개편하고, 공공의료를 공공기관 의료기관의 공익성과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성을 연계하여 재해석하면 의사 숫자의 기능적 지역적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의대 학생정원이 적절한지 아닌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의대 학생 정원 확대만을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특정 병원 몇 곳에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해서 당장 의료진의 과부하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의대 학생 숫자만 늘리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십년 후부터 인구가 줄어든다. 지금처럼 의사 수가 증가한다면 조만간 인구 감소에 따른 의사 과잉 공급을 더 걱정해야 한다. 의대 정원 논의는 의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의료의 질적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의과대학 학생 정원도 각시도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의대정원 증가라는 뜨거운 감자는 쉽게 식지 않는다. 아직은 ‘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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