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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자살예방사업은 무면허 의료행위, 의사-환자 신뢰 훼손에도 영향

대한의원협회 "복지부, 약사회에 선물보따리…법적 수단 이용해 문제 바로잡을 것"

기사입력시간 18-07-02 16:53
최종업데이트 18-07-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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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대한의원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약국 자살예방사업'은 무면허 의료행위이며,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해 자살예방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원협회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와 해당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며, 만약 이를 강행한다면 법적 수단을 이용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는 2018년도 민관협력 자살예방 사업의 일환으로 빈곤계층 중심 노인 자살예방사업 부문 수행기관으로 약사회를 선정했다. 사업비는 1억 3000만원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2017년 민관협력 자살예방 사업 중 민간부문 자살예방 사업 활성화 부문(사업명: 지역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로서의 지역약국 참여 활성화)의 수행기관으로도 약국을 선정했다. 사실상 이번 사업이 약국과 관련한 2번째 자살예방사업인 것이다.
 
지난달 25일 대한약사회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250개 약국에서 시행하는 2018년 사업의 주요 목표는 ▲약사대상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 실시로 지역약국을 자살예방기관으로 양성 ▲약국전용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살예방 사업 추진 ▲복약순응도 제고, 지속적 환자관리, 자살위험 환자 조기 발굴, 고위험환자 자살예방센터 연계 등이다.
 
의원협회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28.7명으로 29명인 리투아니아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주 심각한 공중보건학적인 문제"라며 "자살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수립과 사업시행의 필요성은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정부가 실시하려는 약국 자살예방사업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의료인의 경우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금지된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대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의원협회는 "약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며, 약사법 상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의사 처방에 의한 조제와 복약지도, 일반의약품 판매만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자살예방사업에 대한 약사회 브리핑을 보면 의료법과 약사법에서 규정한 약사의 직능 규정을 벗어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약사회가 밝힌 자살예방프로그램 체계도(이하 체계도)는 크게 2가지 경우에 대한 중재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약국을 방문한 환자가 우울증이나 자살위험이 의심될 경우이며, 두 번째는 자살위험약물이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에 대한 것이다.
 

의원협회는 "첫 번째의 경우, 환자의 동의하에 모니터링 도구를 활용해 위험도를 체크하는 것으로, 모니터링 도구란 우울증을 선별하는 설문지를 의미한다"며 "설문도구를 활용해 자살위험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신보건센터에 연계하거나 운동과 생활 요법, 모니터링(들어주기, 조언하기) 등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만약 여기에서 환자가 우울증이나 자살위험이 의심된다면, 바로 의료행위의 진단방법 중 시진과 문진을 실시한다. 그러나 설문지를 통한 자살위험도 평가는 문진에 해당하며, 모니터링 도구 평가에 따른 환자 중재(지지 및 상담)는 의료의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도 진단적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사업에서는 약사가 시진, 문진, 설문도구 등을 통해 환자의 우울증이나 자살위험을 평가한다. 그 위험도에 따라 지지요법이나 상담 등의 중재를 시행하고, 상담 건당 7000원의 상담료를 총 10회까지 지급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록 약사의 자격이 있어도 의사의 면허가 없는 사람이 직접 또는 서신으로 환자의 병세를 묻고 그 병명을 진단해 그에 대한 치료약을 조제·판매한 행위는 의료법 제25조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1980. 9. 9. 선고 80도1157 판결)도 있다"며 "의료인이 아니고서는 환자를 진찰해 질병을 규명, 판단하는 것은 결국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원협회는 해당 사업이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해 자살예방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체계도의 두 번째 경우에는 자살위험약물이란 개념이 나온다. 약사회는 2017년도 사업에서 약학정보원과 협력해 자살 위험성이 있는 약물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약학정보원의 약국청구프로그램인 ParmIT3000에 탑재해 환자를 상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통제, 항경련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호르몬제, 항고혈압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의 일부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 생각이나 우울증을 일으키는 약물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심지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인 부루펜 계열 약물도 극히 드물게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약사회는 자살 위험성이 있는 약물이 처방될 때마다 환자에게 자살위험을 고지하고 지지요법과 상담을 시행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자살 생각이 전혀 없던 환자가 자살을 생각하게 만들고, 환자로 하여금 이런 약물을 처방한 의사를 불신하게 해 치료에 필수적인 의사-환자 관계까지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만약 의사가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했는데, 약국에서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자살위험이 높으니 약국에서 복약순응도 측정과 지지·상담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면 환자는 아예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러한 민감 건강정보를 자살예방사업으로 약사들이 손쉽게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에 대한 의료계 비난에 따라 복지부와 약사회는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보다는 자살충동을 자극하는 약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복약지도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사업이 일부 부풀려져 의료계가 반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원협회는 "이러한 입장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보다는 자살충동을 자극하는 약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복약지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기존 복약지도료로 충분한 것을 왜 건당 7000원의 상담료를 책정해 1인 환자 당 최대 10회 상담을 가능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다수 언론을 통한 약사회 간부의 발언을 보면, 이 해명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약사회는 이 사업을 통해 의료행위에 속하는 질병과 건강에 대한 상담행위를 약사의 직능으로 확대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속내를 아주 용감하게 거듭 밝히고 있다. 약국을 1차 의료기관으로, 약사를 의료인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약사회의 노림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 : 대한의원협회 재구성

의원협회는 "복지부는 틈만 나면 약사직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약사회에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풀어줬다"며 "약사가 자살예방상담을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해당 사업을 강행한다면, 법적 수단을 이용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또한 "의원협회는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자살을 부추기거나 우울증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 발생을 우려한다"며 "복지부는 당장 약사회의 수행기관 선정을 취소하고, 이 과정에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는지 감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약사회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도 즉각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