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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억원 한방에 사라진 '메르스 안건'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대책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시간 2015-09-04 05:12
    최종업데이트 2015-09-04 10:06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백신 개발 지원'과 '병원 응급진료 혁신을 위한 인프라 개선'등에 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2일 병원 측이 기자 회견을 급하게 열어서인지 일부 기자들은 불퉁거리며 도착했지만, 즐비한 TV 카메라와 일간지 기자들까지 꽉 채운 회견장 모습은 '삼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기사를 접한 주위 기자들과 의사들은 '병원'치곤 투자액수가 엄청나다는 의견과 삼성이라는 네임밸류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는 반응으로 나뉜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고 기업을 병원 이름에까지 붙여놓은 이미지에 맞지 않게 메르스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국민들은 손가락질했고, 병원 자신도 최고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메르스 후속 대책'이라는 타이틀에서 보듯 이 기자회견은 메르스 전파 주범이라고 낙인 찍힌 삼성의 이미지 제고 성격이 강하다.
     
    메르스가 없었다면 이런 급박한 투자는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여파로 일정 기간 환자가 줄면서 재정이 영향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자면 메르스로 인한 이미지 상처와 급감한 환자는 병원을 위축시켜야 정상이지만, 이 병원은 보란 듯이 천억원이라는 돈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2015년 5월의 사건'을 금방 잊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병원을 다시 찾을 것이다(병원은 이미 예년의 9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이렇게 크고 유명한 대형 병원도 가끔은 한 방에 훅 가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이 이 기사를 보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이 병원에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주를 퍼붓고자 하는 얘기도 아니다.

     
    중소병원 도산율이 15%가 넘고 소규모 의원들은 폐업이 속출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그것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자주 가던 병의원이 망해 없어져도 대체재는 널렸고, 사람들은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여파로 환자가 급감했다고 알려졌던 대형 병원이 '1000억원'을 떡하니 내놓는 상황 앞에서 대중들에게 '이쪽' 사정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메르스에 폭격당한 병원 환경을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 전체로 확장해 낮은 수가나 부당한 의료정책을 사회적으로 다 같이 고찰하고 집요하게 이슈화시켜야 하겠지만, '1000억원'이란 돈 한 방에 이런 얘기를 다시 꺼내기가 우스워져 버렸다.
     
     
    이런 큰 돈을 투자한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늘어난 면적만큼이나 더 많은 환자로 다시 붐비고 새로 투입한 설비만큼이나 더 다양한 환자군을 빨아들일 것이다.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외래에 대기 중인 환자들을 보며 대중들은 병의원의 이미지를 일반화시켜 '항상 잘 되는 곳'으로 머릿속에 각인할까 우려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과 재벌 걱정이라고 한다.

    대형 병원 사정은 신경끄고, 이제는 각자의 '점빵'이나 걱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