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인해 사지마비가 된 의사와 상대편 의료기관이 12년간 손해배상 법정다툼을 벌였고, 법원은 환자에게 1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결론 내렸다.
정신과 전문의인 A씨(2004년 당시 51세)는 1998년 경부터 양팔 바깥쪽과 왼쪽 목 부위에 저린 증상이 있었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다가 2004년 2월 S병원 정형외과에 내원했고, L교수는 통증클리닉에서 척추신경근차단술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A씨는 통증클리닉에서 시행한 MRI 검사 결과 경추 제4~5번 추간판탈출증, 경추 제5~6번, 제6~7번 추간판부분탈출증, 퇴행성 관절로 인한 척추공간협착 등의 진단을 받았다.
또 신경전도검사에서 경추 제5번 좌측 신경근증 소견을 보였다.
이에 A씨는 마취과 전문의로부터 두차례 경부 경막외 신경차단술(C-ESI) 시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계속됐다.
그러자 통증클리닉 의료진은 경추 제5번의 신경근차단술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우선 조영제 0.5ml를 주입해 X선 투시상 신경근의 해부학적 모양과 양상 등을 확인하면서 바늘을 추간공의 후방 아래쪽 횡돌기에 삽입한 후 스테로이드제와 국소마취제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연결한 다음 약제를 천천히 주입했다.
그런데 약제를 주입한 지 수 분 뒤 A씨에게 호흡마비, 의식소실, 전신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의료진은 앰부배깅 등 응급조치를 했다.
이후 환자는 의사의 말에 반응을 보이고 자가 호흡을 다시 시작했지만 호흡곤란과 목 부위 이하 사지마비 증세를 보였고, CT 검사 결과 뇌연수부터 경추 제3번까지 광범위한 척수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는 현재까지 경추 제3번 이하의 모든 운동신경과 감각이 소실됐고, 입을 움직여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호흡부전, 연하장애, 사지마비 등의 증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이와 함께 자주 폐렴과 호흡부전 증상을 보였으며, 하루 두차례 기계를 이용해 기침을 시키고, 하루 백여차례 기계를 이용해 침을 흡입하고 있으며, 배변과 배뇨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등 사지와 몸통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그러자 A씨 측은 S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고 나섰다.
1심 법원은 2009년 11월 S병원에 대해 10억 3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의료진이 경추부 신경차단술을 하면서 환자의 신경근동맥을 바늘이나 조영제 등으로 지나치게 압박, 자극해 동맥 수축이나 동맥 경련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발생한 척수경색으로 사지마비 등의 장애를 입게 했다고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술을 하면서 후유증이나 사지마비와 같은 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이 사건 시술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고,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시술이어서 이로 인해 환자가 입은 손해 역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고, 재판부가 환자 측 주장을 추가로 인정해 서울고법에서 재심리가 진행됐다.
서울고법은 최근 파기환송심에 대한 판결에서 S병원에 대해 9700여만원을 추가 배상하라고 선고해 총 손해배상액이 11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손해배상액이 10억원을 넘긴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법원이 S병원의 책임비율을 80%로 높게 산정한데다, A씨가 정신과 전문의로서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15년이 되는 2017년까지 매월 1천만원 상당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