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승인 받은 약물 중 가장 잘 알려진 타깃이 인산화 효소인 키나아제(kinase)다. 하지만 그 과정의 정반대인 탈인산화(phosphatase) 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승인 받은 약이 없다. 탈인산화(phosphatase) 과정과 연관된 약이 없을 정도로 개발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인산화 효소의 억제제(inhibitor)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탈인산화 효소의 활성제(activator)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단백질의 활성제를 만드는 것이 그 단백질의 저해제를 만드는 것보다 스크리닝 경험상으로, 또 확률적으로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탈인산화(phosphatase) 과정의 활성제(activator)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것이 되고 신약 개발자들에게 재미있는 도전이다. 특정한 생체 반응(tyrosine phosphotase)에 포커스를 맞추는 신약개발은 향후 매우 중요한 추세로 생각된다.
탈인산화(phosphatase) 과정과 연관돼 알려진 약은 ‘FK506’이 유일하다. 타크로리무스(tacrolimus)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약은 칼시뉴린(calcineurin)의 인산염(phosphate)활성을 억제한다. 일본 쓰쿠바(Tsukuba) 지역의 흙에서 미생물을 채취해 얻은 면역 억제제로 일종의 이뮤노필린(immunophilin)에 결합한다. T-세포 특이적인 증식억제제로 개발된 사이클로스포린 A(cyclosporine A)보다 부작용은 훨씬 적은 반면 효능은 강력해 장기이식 거부반응 억제제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주 대전 란드(RaND) 바이오사이언스의 고문의 자격으로 대만의 타이페이에서 ‘A2 Healthcare‘ 회사와 장시간의 회의를 가졌다. 1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신약개발 과제 진행을 지켜보다가 7개월만에 두번째 방문이다.
‘A2 Healthcare’가 클라이언트를 위해 준비한 국제 공통 기술 문서( Common Technical Document, CTD)를 꼼꼼히 읽고 점검하는 회의였다. 마지막 리뷰를 거쳐 4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CTD를 제출하기 전 준비 과정이었다. 제출 후 한달의 FDA 리뷰 과정을 거치면 미국과 타이완에서 동시에 임상 1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연구자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티로신 인산화를 저해하는 억제제나 티로신 포스파타아제(Tyrosine Phosphatase) 활성제의 공통분모이다. 티로신 인산염(Tyrosine-phosphate)이라는 공통분모는 티로신 인산화의 산물이며 또 티로신 포스파타아제 활성의 출발점인 물질이다.
이미 우리가 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티로신 인산화를 저해하는 화학적 물질에 티로신 인산염이라는 구조적인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생각이었다. 현재 시판 중인 여러 약의 이런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알려진 약의 구조를 쪼갰을 때 소라페닙(sorafenib)이라는 항암제의 일부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냈다.
그 지점으로부터 최적화 작업을 시작해 임상개발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연구자들이 도출한 후보물질은 놀랍게도 티로신 인산염(Tyrosine-phosphate)이 바인딩(binding)할 수 있는 탈인산화효소 SHP-1의 SH2 도메인(domain)에 정확하게 붙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티로신 인산염이 바인딩(binding)할 수 있는 SH2 도메인 중의 한 아미노산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면 후보물질이 붙을 수 없는 것도 실험적으로 보여줬다. 후보물질이 티로신 인산염(Tyrosine-phosphate)이라는 물질과 구조적으로 아주 유사해 ‘SHP-1’을 활성화한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이 후보물질은 소라페닙 구조에서부터 나왔다. 이 때문에 490여가지 카이네이즈의 활성을 다른 농도(1, 10μM)에서 조사했을 때 소위 다중 키아아제(multi-kinase) 저해제인 소라페닙은 많은 인산화효소를 억제시키나 후보물질은 같은 높은 농도에서 조금만 억제시키는 것도 보여줬다.
임상후보물질의 안전성을 위해 10μM 농도에서 여러 물질의 수용체인 GPCR의 저해도를 검사했을 때 거의 억제시키지 않았다. 여러 안전성을 위한 전임상연구도 다른 주목할 만한 부작용없이 마쳤다.
CMP나 특허(IP)도 문제가 없었고 약물 제품(Drug Product)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모두 부합하는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CTD의 마지막 검사를 끝낸 후에 미국 FDA에 제출하면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임상개발 전략도 좋은 것은 미국 FDA에서 먼저 1상을 시작하고 이어 타이완과 서울에서 1a와 1b를 계속 진행하면 임상시간도 단축하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틀 간의 대만 미팅을 마치고 나오면서 ‘A2 Healthcare’의 현관에 새긴 ‘Life First Company'‘라는 로고가 마음에 와 닿았다. 신약개발에 관련된 우리 모두는 ’Life First‘ 라는 목적을 가지고 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모든 것을 합력해 선(善)을 이루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