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의협 "비대면진료, 약 배달 등 규제챌린지를 명분으로 한 원격의료 중단하라"

    김부겸 국무총리 규제챌린지 추진 발표에 유감..."안전성·유효성 미검증에 산업·경제적 논리로 추진 안돼"

    기사입력시간 2021-06-12 07:01
    최종업데이트 2021-06-12 07:01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정부의 규제챌린지 발표 관련 대한의사협회 입장’ 을 통해 "정부는 일방적이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9.4 의정합의의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약 배달 서비스 등의 분야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하는 ‘규제챌린지’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정부는 해당 과제들을 경제 단체와 기업이 직접 발굴했다고 강조했는데, 국민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및 약 배달 등이 포함된 원격의료에 대한 과제에 의협을 포함한 보건의약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것은 잘못된 절차"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의협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민의 건강증진 및 보건향상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대면진료에 있다. 원격의료에 논의됐던 만성질환의 경우도 대부분의 고령 환자들은 복합질환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을 반복처방 받는 것 또한 의학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 시점으로서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제한적 상황에서 보조 수단에 국한해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최신식 첨단기술로 산업적 경제적 가치를 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는 산업이 아니다. 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적 가치다”라며 “의료는 본질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며 신체 검진을 기반으로 한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에 의협은 첫째, 원격의료는 의학적‧기술적 안전성 및 유효성 미검증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원격의료에 대해서 의료계의 의학적 견해와 의견 반영을 통해 정교하게 설계된 시범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과거에 진행했던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은 원격의료의 의학적‧기술적 안전성과 임상적․정책적 유효성 검증을 위해 설계된 모델에 의한 시범사업이 아니었다”고 했다.

    의협은 둘째, 원격의료는 산업‧경제적 측면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장비에 대한 투자로 인해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추구할 우려가 있다"라며 "또한 상대적으로 일차 의료기관들에게는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돼 대형병원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것이고,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일차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했다. 

    의협은 셋째, 원격의료 시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가 있다고 했다. 의협은 “정보통신기술(기기, 인터넷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의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 및 해킹과 같은 보안상의 위험으로 인해 오진과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를 의사에게 지울 것이다”라며 “원격의료라는 수단을 활용해 진료를 볼 때 오진과 의료사고의 발생 원인이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것이라면 법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해결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원격의료의 문제점이나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강행하려 함은 의사, 환자 간 분쟁 사례와 더불어 기존 1차 의료 공급체계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일선 1차 의료기관 대부분이 정상적인 운영의 제한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일방적인 논의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 조제를 포함한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면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의료 서비스의 관문인 1차 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진료의 기본인 대면진료에 대한 문턱이 높아져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협은 "원격의료는 지난해 의료계가 결사 저지한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와의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하며, 9.4 의정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라며 "정부는 일방적이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9.4 의정합의의 당사자인 의협 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