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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시험의 수행③ 대상자 관점: 환자들도 이해하고 협력해야 임상시험 성공률 높여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1-03-17 09:53
    최종업데이트 2021-03-17 21: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시험의 수행 마지막 시간으로 대상자 관점에서 설명한다. 임상시험을 과학적이고 윤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GCP에 따라 의뢰자, 시험자, 심사위원회의 역할이 핵심인데, 점점 대상자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임상시험 관리 기준은 ‘임상시험 대상자(subject)’를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받거나 대조군에 포함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정의했으나, 구체적인 역할을 명시하지는 않았다.(참고문헌 1) 환자도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치료 결정에 참여하듯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도 임상시험약을 투약 받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임상시험의 능동적인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는 대부분 시험자가 진료하는 환자 중에서 등록된다. 주치의로서 오래 동안 환자를 치료해오면서 해당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이득이 크다고 판단될 때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하게 된다. 환자도 주치의와 라포가 형성돼 있으므로, 주치의의 권유를 믿고 임상시험 참여를 고려하게 된다.(reactive) 

    임상시험이 활발한 치료 영역에서는 유사한 임상시험들이 동시에 진행돼 대상자 등록 경쟁이 심하고, 원내 환자만으로 등록이 어려워 지하철이나 일간지에 대상자 모집 광고를 하기도 한다. 환자는 광고를 통해 임상시험 참여를 고려하게 되는데(semi-proactive), 임상시험 참여를 통한 부수적인 혜택(진료비, 검사비, 교통비 지원 등)보다는 임상시험의 이득과 위험을 잘 고려하고, 해당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시판돼 사용하게 될 때 미래의 환자에게 기여한다는 사회적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의뢰자는 광고를 통해 등록된 대상자가 간혹 임상시험에 중복 참여하거나 종료된지 얼마 안 된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잘 스크리닝하고 임상시험 도중 순응도도 잘 확인해야 한다.

    희귀 질환(orphan disease)이나 암과 같이 의학적 미충족 요구(medical unmet needs)가 큰 경우 환자가 직접 임상시험 정보를 찾는다. (proactive) 식약처(의약품 안전나라–임상시험정보검색), 임상시험 지원재단(한국임상시험 포털–임상시험 참여정보), 대한항암요법 연구회(임상연구 검색) 또는 해당 환우회 등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주치의가 해당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치의의 양해를 얻어 직접 실시기관을 찾아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한국 임상시험 포털의 ‘참여정보’ 메뉴에서 임상시험 참여시 고려사항, 임상시험 참여방법, 임상시험 참여 FAQ를 참고하기 바란다.(2)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대상자 동의 취득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KGCP는 ‘대상자동의(Informed Consent)’란 대상자가 시험 참여 유무를 결정하기 전에 시험대상자 설명서를 통해 임상시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서명과 서명날짜가 포함된 문서를 통해 본인이 자발적으로 임상시험 참여를 확인하는 절차로 정의했다.(1)

    특히 ‘informed’ 와 ‘자발적으로’란 단어가 중요한데 대상자는 시험자로부터 임상시험에 대한 충분할 설명을 듣고 임상시험 관련 정보를 받아 임상시험에 대해 잘 이해하고(informed), 외부의 강압적인 요소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임상시험 참여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자발적으로).(3) 또한 대상자는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족이나 친구, 주치의 등과 충분히 상의할 수 있다.(3) 이것은 임상시험 대상자의 가장 핵심적인 권리이다. 의뢰자가 제공하는 대상자 설명서는 대상자가 임상시험 참여를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기술했으므로, 대상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읽어본 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시험자·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대상자는 시험자의 안내에 따라 시험약을 복용하고,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위해 정해진 일정에 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유효성 평가는 보통 실험실 검사, 방사선 검사, 시험자에 의한 평가가 중요하나 통증, 피로, 우울감 등과 같이 대상자가 직접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보건의료 체계에서 환자의 인식과 관점이 중요해지면서 건강과 치료의 효과를 측정할 때 환자자기 평가결과(patient reported outcomes: PRO)를 중요한 평가 변수로 포함시키는 추세이다.(4) 설문지를 통한 대상자의 삶의 질 평가(quality of life: QOL)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PRO를 통해 대상자의 자기평가를 중요하게 간주함으로써 대상자에게 동기부여를 통해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참고. PRO는 환자 개인의 건강 상태를 의료진 혹은 제3자의 개입이나 해석없이 환자 스스로가 직접 보고한 결과를 의미한다.(5)) 

    임상시험약을 해당 질병을 가진 전체집단에 모두 투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은 일부 대상자에게 제한적으로 투여해 시험약의 약효를 추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상자를 통한 추정값과 전체 집단의 참값과 차이를 줄이는 것이 임상시험의 핵심인데, 지금까지는 이 노력을 의뢰자와 시험자가 해왔다. 사실 차이(비뚤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상자는 정해진 용법에 따라 시험약을 투약하고, 일정에 맞게 기관을 방문해 정해진 방법에 따라 검사를 받고, 기타 시험자가 안내하는 임상시험 절차를 잘 따라야 한다. 그래야 시험약의 효과를 잘 반영하고, 결과변수의 변이(변동성)를 줄일 수 있으며, 실제 전체집단의 참값에 가까워질 수 있다.

    시험약이 전체 집단에서 원래 효과가 있는 경우 대상자의 순응도가 높을 때 2종 오류(시험약이 효과가 있는데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없다고 결과가 나오는 경우)를 줄여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환자 중심주의에 따라 임상시험 환경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의뢰자는 임상시험 설계 때부터 환자의 의견을 반영해 결과 변수나 임상시험 절차 등을 조정한다. 대상자 설명문이나 대상자에게 전달하는 문서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고, 정기적으로 임상시험 진행 상황을 대상자와 공유한다. 임상시험 종료 후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도 하고, 결과를 논문으로 출판시 Plain Language Summary(PLS)를 통해 대상자나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기도 한다. 의뢰자, 시험자, 심사위원회 및 대상자들이 공동 목표를 가지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나갈 때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고 신약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상자들이 임상시험 참여를 고민할 때 식약처에서 발간한 ‘임상시험 참여자 여러분, 임상시험 전에 꼭 확인하세요!’를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6) 임상시험 참여중에는 시험자나 심사위원회 뿐만 아니라 각 기관의 임상시험 및 대상자보호 프로그램(Human Research Protection Program: HRPP)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참고문헌
    1.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2019. 12. 6
    2. 한국임상시험포털, 참여정보 https://www.koreaclinicaltrials.org/kr/board/faq/boardList.do
    3. 한국임상시험포털, 임상시험 참여시 고려사항 https://www.koreaclinicaltrials.org/kr/contents/participate_01_tab01/view.do
    4. 장진희.환자 중심의 치료결과 평가. HIRA_정책동향 8권 6호, 2014.
    5. 환자자기평가결과 측정 및 활용하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6. 임상시험 참여자 여러분, 임상시험 전에 꼭 확인하세요!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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