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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도 사고 나면 오라는 곳 많은데…소아 환자는 갈 곳 없어 '발만 동동'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9-01-18 13:00
    최종업데이트 2019-01-18 13:00

    #31화. 부족한 소아 중환자실 
     
    2010년 11월, 대구에서 장중첩증을 앓던 4세 소아는 대구 시내 5개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다니다 1시간 거리의 경북 구미의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6년 뒤인 2016년 9월, 전북 전주에서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2세 소아는 14곳의 병원을 돌면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송 도중 사망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8년 12월, 경기 수원에 사는 5세 소아는 경기 가평에 여행을 갔다가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강원 춘천 강원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수원 집 근처의 소아 중환자실을 찾지 못했다. 가족들 모두 어쩔 수 없이 춘천의 모텔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자동차는 큰 사고가 날수록 공업사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수입차는 단순 정비를 받기 위해 센터에 가려면 예약에만 한 달이 넘게 걸리지만 사고가 난 차는 즉시 센터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아 환자는 그렇지 않다. 소아 중환자실을 갖춘 소아응급센터는 전국적으로 병실도, 의사도 모두 부족하다. 위중한 소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설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에 맞는 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고가 나면 일말의 소명의식으로 겨우 운영을 해오던 기관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
     
    앞서 대구와 전주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의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는 징계를 내렸다.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이 터지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이탈한 빈자리를 메우며 겨우 근무하던 의료진들을 구속시켰다.
     
    소아 응급시설들이 왜 부족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 마련 보다 이런 땜질식 처방, 책임 회피식 처방이 반복돼 왔다. 이 때문에 수년이 지나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9년 현재, 20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소아 중환자실은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고, 42만명이 거주하는 경북 구미에는 이제 소아 중환자실이 없다.
     
    자동차는 큰 사고가 날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한국에서 소아 환자는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자동차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