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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TC 인증제, 검증된 기업만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에 의미…기업들은 더 많은 근거를 쌓아야"

    국가생명윤리심의위 김경철 위원 "웰니스에 한정했지만, 기업-병원 연계 건강증진 가능"

    기사입력시간 2020-01-20 06:51
    최종업데이트 2020-01-20 12:22

    강남메이저병원(구 강남미즈메디병원) 김경철 경영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그동안 혈당·혈압·탈모·비타민C등 12항목·46유전자에 한해 수행 가능했던 소비자직접의뢰(Direct To Consumer, DTC) 유전자 검사가 향후 2년간 유전자 제한 없이 비타민 D, 운동적합성, 알코올 홍조, 조상찾기 등 최대 56항목에 대해 가능해진다. 대상기관은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에 참여해 질관리 인증을 받은 랩지노믹스, 마크로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테라젠이텍스 4개 검사기관에 한정했다. 2년간 한시적으로 검사 정확도 향상 정도 등에 대한 검토 후 허용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대통령 소속 제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DTC 인증제는 항목을 확대했지만 질병 예측이 아닌 웰니스로 한정했다. 또한 충분한 검증을 거친 기업만 인증제를 통과해 검사의 정확도를 담보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인 김경철 강남메이저병원(구 강남미즈메디병원) 경영원장을 만나 자세한 내용을 알아봤다.  

    한편, 지난해 8월 임정애 대표원장에 인수된 강남미즈메디병원은 이달부터 강남메이저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병원은 여성과 건강증진을 체계화하고 노인과 남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항노화와 미래의학에 초점을 맞췄다. 임 원장의 이전 병원인 ‘메이저병원’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김 원장은 “작은 병원이지만 새로운 의학의 흐름의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DTC 인증제, 웰니스에 한해 준비된 기업만 참여에 의미  

    2017년 12월부터 2년동안 DTC 검사 시범사업을 확대하면서 산업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시민단체, 학계, 의료계 등 서로간의 이견이 있었다. 이를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다소 오래 걸렸고 2018년 5월 큰 틀에서 인증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57개 웰니스항목을 대상으로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시범사업에는 12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정식 참여기관은 7개 기관이었고, 5개 기관은 시범사업 참여기준에 미달했으나 시험 및 교육 목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김 원장은 “인증제는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을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 새로운 법령에 따라 최대 56개의 항목으로 확대됐고 인증평가를 통과한 기업으로 한정했다”라며 “여러 단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화해내고 조율해 나가는 정착해나가는 과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DTC 항목이 확대되면 소비자들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이번 인증제 과정에서 질병 예측 분야를 포함시키지 않고 웰니스에 한정했다.  

    김 원장은 “질병예측 서비스는 의료계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산업계가 양보했다. 이번에 확대된 DTC 항목은 유해성이 적은 항목 위주로 택했고 논란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라며 “인증제를 통해 최소한의 검증된 기관만 가능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준비가 돼있는 기업들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모든 기업이 DTC를 허가받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해석능력만 인정했다는 것이 인증제의 가장 큰 효과다. 인증제를 통해 실제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안전한 명확한 기준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에는 시범사업이지만 앞으로는 정식으로 인증사업을 시작하면 이같은 기준 마련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제 통과 분석 정확도 관건, 해석 정확도는 앞으로의 과제 

    이번 DTC 인증제를 통과한 기업은 일단 방대한 양의 서류작업에 임했다. 또한 분석 정확도가 거의 100%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다.   

    김 원장은 “시범사업 연구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서을주 교수에 따르면 인증제에 참여한 12개 기업들의 정확도, 일치도에서 상당부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라며 “정확도는 분석 정확도와 해석 정확도로 나눌 수 있다. 분석 정확도는 어떤 마커를 A를 A로 판정하고 B를 B로 판정하는지에 달려있다. 인증제를 통과한 4개 기관은 거의 100% 정도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97%에 못미치는 기업들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석 정확도인데, 기업들간 서로 다른 결과를 보였다. 해석 정확도란 마커 A, B를 가지고 비타민 B 농도 등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업체들마다 사용하는 유전자 기준이 달라 해석 정확도는 자율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김 원장은 “시범사업에 참여한 12개 업체가 특정 항목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냈다”라며 “업체들마다 유전자 높낮이가 다르고 일치도가 제각각이었다. 회사마다 유전자수, 마커의 종류, 알고리즘, 해석의 기준 등이 달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유전자가 다르게 선택됐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실망도 컸다. 유전자 검사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줬다”라며 “당장 해석 정확도 불일치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앞으로 검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들간 같은 유전자와 마커를 사용할 수 있을지, 포지티브 방식으로 허용할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마다 유전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 그만큼 유전자검사 시장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 좋은 회사의 제품의 제품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며 “대신 기업들은 정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인증제를 통과한 기업들이라도 최대한 증거를 쌓으면서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DTC 확대는 세계적 추세, 기업들은 데이터 근거 쌓아야  

    의료계는 일부 DTC확대를 반대하지만 DTC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전자검사가 활성화되고 있어서다. 다만 기업과 병원간의 DTC 연계서비스가 필요하며, 기업들은 근거를 쌓고 데이터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김 원장은 “미국은 이미 수천만명이 유전자검사를 진행했고 질병과 관련 없는 유전자검사가 늘고 있다”라며 “조상찾기나 개인의 호기심 영역 등은 병원에서 유전자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DTC 항목 확대가 필요가 있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대사증후군이나 영양 등 일부 DTC항목은 병원과 중복된다. 항목확대위원회는 일부 질병과 관련된 웰니스는 제외하기로 했다. 질병 예측 항목의 정확도가 더 정교한 만큼 웰니스에 한정한 검사의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병원과 직접적인 충돌은 적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DTC 검사를 통해 질병 예측이 안되지만 유용한 임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병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라며 “알콜 분해 검사, 니코틴 중독성 검사 등을 통해 술이나 담배를 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만, 대사증후군 검사 등을 통해 건강행위를 권고하고 운동이나 체중감량과 같은 소비자 행위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DTC가 전반적으로 건강 증진에 유용하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산업계는 DTC 항목이 제한된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원장은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좋고 건강검진이 활성화돼있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관에서 얼마든지 이런 검사를 할 수 있다. 항목이 제한됐다고 해서 서비스가 제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도 전체 유전자검사의 70~80%가 조상찾기 서비스였다”라며 “또한 아직 DTC 확대에 준비되지 않은 기업이 너무 많다. 기계만 있다고 활용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험회사들이 질병 예측 유전체 검사를 한다면서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회사 사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유전자검사가 활용되고 있다”라며 “정식으로 질병예측 서비스를 인정하면 이런 불법적인 활동이 더 많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앞으로는 회사가 기본적으로는 연구 중심으로 근거를 쌓고 데이터를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라며 “미국 23앤드미처럼 식품의약국(FDA)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연구를 확대하고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서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관리해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기업들이 질병 예측 유전자검사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의사들에게 “환자들이 유전체 검사 결과지를 가지고 오면 상당수 의사들은 당황하거나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검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의료시대에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