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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리더를 목표로

    [딴짓 특집] SBS 조동찬 기자

    신경외과 전문의가 의학전문기자 되다

    기사입력시간 2017-04-11 09:47
    최종업데이트 2017-04-11 13:49

    ‘딴짓 특집’에서는 메디게이트뉴스가 지난 달 19일 키메스(KIMES 2017) 기간 중 개최한 ‘의사를 위한 특별세미나-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의 두 번째 세션 ‘딴짓’을 통해 만나본 분들을 소개합니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인터뷰를 통해 기사화했습니다.
     

    사진: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발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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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키메스(KIMES)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SBS 조동찬 기자 ©메디게이트뉴스


    딴짓 특집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로 SBS 뉴스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있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를 찾았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의학박사 과정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2008년 SBS에 입사한 그는 의학 분야의 굵직한 사건을 많이 겪었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 약학정보원의 환자 개인정보 불법거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 대해 보도하며 힘든 시기를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화려한 수상기록도 자랑한다. 2011년에는 대한의사협회 올해의 의학 기자상, 2014년에는 과학기자협회 건양의학상, 서울시의사회 올해의 기자상,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보도 기자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올해의 뉴스부문 특별상, SBS 올해의 기자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신경외과 의사를 넘어 세계 1등, 적어도 아시아 1등의 의학기자가 목표다. 미국의 한 레지던트가 글로벌 리더로서 생각하는 모습에 절대적 열등감을 느껴 세웠다는 이 목표에는 그의 기사가 저개발국가의 보건 환경이 발전하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바램이 담겨 있다.
     
    강연을 통해 그는 현재의 4세대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각과 유사하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기에 와 있다며 언론에 보여지는 건 어쩌면 상당히 뒤쳐진 내용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세미나 때 전해진 열정이 가득한 손동작과 우렁찬 목소리는 직접 찾아간 인터뷰를 통해서도 변함없이 느낄 수 있었는데, 다음은 그가 강연에서 못다한 얘기들이다.
     
     
    방송 보도 – 1분 40초를 위해 취재한 내용의 80%를 버려야 
     
     

    사진: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메디게이트뉴스

    방송 기자는 1분 40초에서 2분 이내로 보도해야 하기 때문에 A4 한 장 분량 이상을 취재하는데도 취재한 내용의 80%를 버린다.
     
    뉴스 보도를 위해서는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 오디오맨, 장비운전기사, 이렇게 총 네 명이 한 팀이 돼 움직인다. 물론 특별한 경우 카메라가 두 세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방송의 경우는 취재 외에도 제작에 관련된 일이 많은데, 취재 기자가 보도 대상을 설득하고 현장 섭외를 맡을 뿐 아니라 녹화와 편집에 참여한다.
     
    다루는 영역도 의학기자라고 해서 질병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 사람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게 취재 대상이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자살이 발생한 경우라면 이 부분까지도 취재해야 한다.
     
     
    전문가를 찾아 배우는 게 중요
     
    고등학교 시절 한 시간 동안 들었던 한 수학 강의에서 미적분과 로그행렬식에 대한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무언가 아는 사람한테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특정 학회의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면 의학 전공자에게도 낯선 용어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겸손한 자세로 단어를 찾고 공부하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 그 다음은 중요한 포인트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 인터뷰 하는 게 핵심이다.
     
    어떤 의학적 사실에 있어서도 문헌에 근거해 얘기하는 것과 실제 그걸 경험 혹은 연구한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듣는 건 아주 다르다. 에볼라 감염의 경우도 실제 해당 바이러스 연구에 참여한 의료진을 어렵게 찾아내 만난 적이 있는데, 실제 이를 다뤘던 연구자는 에볼라를 대하는 자세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사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SBS 보도 장면 (출처: SBS 뉴스 화면 캡처)


    굵직한 사건을 경험하며 새롭게 배우다
     
    백남기 농민의 의무기록을 단독 입수해 사망진단서와 다르다는 보도를 하게 된 건 후배 기자가 의학적인 검토를 요청해 이에 응하면서 시작됐다.
     
    편한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의사로서 개입이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지금 생각해도 힘들 정도로 예상치 못한 모멸감과 인신공격이 따랐다. 당시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철저히 전문가적인 영역에서 판단했던 이윤성 대한의학회장 역시 힘든 시기를 함께 겪었다.
     
    이 보도를 통해 담담하게 사실을 추적해 쓰는 게 잘못된 걸 교정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배우게 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5월 질병관리본부에서 '서민성 페질환(ILD)'이라고 발표했을 때 이게 무엇인지에 대해 취재하다 '신종 폐질환'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보도하게 됐다. 중간에 반박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결국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세 번째 보도부터는 본인이 사용한 용어 사용하기 시작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 남는데, 수년이 흘러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이슈로 떠오르는 걸 보고 공권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새로 배웠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약학정보원과 전자차트업체가 환자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판매한 사건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후 보도한 사건으로, 아이엠에스(IMS)의 비윤리적·비도덕적 내용을 조사 중이던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2015년에 직접 한국에 와서 이를 인터뷰하고 갈 정도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전에는 철저하게 의사와 환자의 중간에 서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바라보는 대상은 의사나 환자가 아니다. 해당 사안이 어떤지, 어떻게 해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가를 본다. 현실에서의 답은 타협을 통해 이뤄지겠지만, 기사에서는 그 사안에 대해 집중해서 사실 그대로 보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사 후배들에게 – "장담하지 마라, 당신의 미래를"
     
    의학기자가 되리라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쉽게 들어선 길이 한 달 뒤에도 변함 없어 그 의욕을 살려 나가게 됐는데 그게 벌써 9년 째다. 지금까지 살아온 걸 바탕으로 지금 가장 행복하게 사는데 초점을 맞춰 생활해야 한다는 신조와 더불어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을 때까지 참을 수 있는 능력과 끈기 덕분에 가능했다.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귀찮고 하기 싫은 일도 필요하다. 늘 좋은 고기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타버려 못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고기 먹는 걸 포기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다 거쳐 먹었는데도 맛이 없어 먹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는 게 낫다.
     
    의학전문기자를 꿈꾸는 이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준비하느냐 보다 '얼마나 상상력을 발휘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그 다음은 '상상력을 발휘할 때까지의 고단함을 견뎌낼 수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 지금 재미를 찾고 있느냐, 재미있게 즐기고 있느냐, 얼마나 오래 즐기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의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환자를 진료하는 것 말고도 의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타 전공자들이 앞서 있을 수 있지만 환자를 봐왔던 의사들의 직관에 대한 이해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의사가 할 일은 많다. 선배들이 진출한 분야 외에도 본인이 어떤 재미를 갖고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