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자연주의 치유를 표방하며 근거없는 치료를 확산시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K씨가 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한의사들을 상대로 보수교육을 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은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은 10일 "안아키 운영자인 한의사 K씨는 한의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던 사람이 아니다"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 강의를 했고, 실제 K씨에게 배운 한의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아키'는 필수예방접종을 피하고 해독한다며 숯가루를 먹이는가 하면 이른바 '몸공부'를 시킨다며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도 자연 해열을 기다리거나, 아토피로 가려워해도 보습제를 바르지 못하게 해 아동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또 한의사 K씨는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서 일부 회원에게 '맘닥터'라는 등급을 부여해 무면허 의료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해 의료법 위반 문제도 불거졌다.
한의사협회는 논란이 커지자 "안아키 카페의 내용 중 일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해당 원장이 카페에서 비윤리적,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게 확인되면 윤리위원회 회부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서둘러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그러나 메디게이트뉴스가 확인한 결과 K씨는 한의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고, 자신의 카페 안에서만 은밀하게 치료법을 전파한 게 아니었다.
K씨는 2006년 피부과한의학회 회장을 맡았고, 개원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해독생기요법 총론'을 주제로 강의와 실습, 여드름 외치법에 대한 실습을 위주로 세미나도 열었다. 학회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는 100여 명에 달했다.
2012년에는 지방한의사회 학술강좌에서 '해독생기요법을 통한 아토피 치료'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안아키는 해독치료를 한다며 갓난아이에게 관장을 시키고 식용이 아닌 숯가루를 먹이라고 권했는데 K씨가 한의사 대상 강의에서도 이런 치료법을 소개했을 것으로 보인다.
K씨가 자신의 치료법을 한의사들에게 교육했지만 한의계 자체가 근거중심의학에 취약하다보니 의학적 검증을 위한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씨는 기자에게 "숯가루를 배탈, 설사 또는 독소로 인한 장질환 및 증상에 먹도록 권하는 게 안아키식 방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은 "국가에서 의료인으로 인정하는 한의사이면서 집단 안에서 어느 정도 권위가 있는 사람인데 한의사들이 갑자기 K씨의 주장이 한의학적 원리와 다르다고 발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취재 결과 K씨는 2013년 열린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조직위 직원을 대상으로 전문가 초청 특강도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당시 특강에 대해 "매우 유익한 강의였던 만큼 강연에서 제시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전시와 행사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언론사에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K씨는 안예모(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라는 백신 접종 거부 단체가 발간하는 계간지에 지속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해당 단체를 언론 인터뷰나 강연에서 소개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안예모는 '백신 부작용을 줄이고 자연 육아법으로 아이들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시민단체'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백신은 부작용이 크고 효과는 적다며 접종을 거부하기도 해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