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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회관 앞에 선 환자들 "의사 형사처벌 원하지 않아…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필요"

    "의협의 진료거부권·특례법 반대…의료사고 없는 안전한 의료환경 만드는데 동참할 것"

    기사입력시간 2018-11-07 19:28
    최종업데이트 2018-11-07 21:02

    사진: 의료사고 피해자 및 유족,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동 기자회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료사고 유족과 피해자 가족은 7일 의협 용산임시회관 앞에서 환자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주최한 '진료거부권 도입과 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를 요구하는 의사협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병원과 의사의 외면으로 고통스러웠던 심경과 의료 정보 격차로 인해 의료사고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고충을 밝혔다. 이들은 의협이 주장하는 진료거부권과 과실 면제 특례를 강하게 비판하며 앞으로 안전한 의료 환경 만드는 데도 동참할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최소한 지켜야할 것 지켰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은 살렸을 것"

    지난해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골수 검사를 받다 숨진 故 김재윤(당시 6세)군 어머니 허희정씨는 "재윤이는 3살 때 백혈병이 발병했다. 하지만 예후가 좋은 백혈병이라 3년 4개월의 치료만 끝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었다. 3년 동안 66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허씨는 "그런데 완치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열이 나서 병원에 갔다. 의사가 골수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재윤이는 여섯 살이지만 움직이면 안돼서 골수 검사때 수면으로 검사를 한다"며 "보통 때는 응급장비가 갖춰진 방에서 검사를 했는데 그 날은 다른 아이가 쓰고 있어서 응급장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고 침대만 달랑 있는 방에서 골수 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아이에게 들어가는 수면 진정제는 호흡 억제와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었다. 재윤이는 골수 검사 받기 위해 방에 들어가고 10분 후에 심정지가 왔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응급 장비가 갖춰지지 않아 장비를 가져오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며 "12시간 후에 아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말했다.

    허씨는 "의사가 '억울하면 절차 밟으세요'라고 말 하더라. 1년 동안 저는 병원이나 의료진 측으로부터 아무런 과실 인정이나 사과를 받지 못했다. 저는 아이를 보내고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살고 있는데 병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법대로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허씨는 "의료사고 유족과 피해자 가족이 의사에게 신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최소한 지켜야할 것은 지켰다면, 소아에게 수면제를 투여할 때 최소한의 응급장비나 산소를 이용가능한 곳에서 했더라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은 살릴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재윤이가 떠난 때가 지난해 11월이었다. 수사는 검찰로 넘어가지도 않고 1년째 경찰에서 멈춰 있다. 유가족은 의료사고를 입증하기 힘들다. 병원측이 먼저 사과와 인정을 한다면 유가족들 슬픔이 조금이라도 위로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용서 구했으면 관용 베풀려고 했다"

    지난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의 한 성형외과에서 턱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숨진 故 권대희(당시 25세)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의사의 양심에 호소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술실 CCTV를 확인해보니 간호조무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 당시 아들은 혈압이 70~80까지 떨어졌는데 수술실에 있던 사람들은 수혈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의사는 수술실을 비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의사들이 수술실을 비운 이유는 동시수술 중이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다른 방 환자의 회복 치료를 위해 장 시간 수술실을 비웠다"며 "의사들이 환자의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민사와 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집도의 의사가 저에게 '국과수 부검 왜 했습니까? 형사 고소는 왜 했나요? 의료사고는 유가족이 입증하기 상당히 힙듭니다. 의사들은 혐의 입증되기 힘든데 고소는 왜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억장이 무너져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의료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래도 잘못됐다면 유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설명해주고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며 "저는 그랬다면 관용을 베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런데 의료진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했다. 사망에 대한 책임은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의사들이 양심을 가지고 의료사고에 대처했으면 유가족들이 가족을 잃었어도 이렇게 길거리에서 호소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 것이다"며 "의사의 양심에 호소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의료사고 유족 및 피해자 가족. 故 김재윤군 어머니 허희정씨(왼쪽부터),  故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씨, 손영준군의 아버진 손상현씨, 故 김민주씨의 아버지 김국선씨. 

    "의료사고 후 병원과 의사는 책임 면했지만 우리는 삶이 피폐해졌다"

    지난 2007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통사고 수술을 받던 중 마취사고로 12년째 세미코마 상태인 손영준(사고 당시 19세)군의 아버진 손상현씨는 의료사고 이후 달라진 가족들의 삶을 토로했다. 

    손씨는 "유가족은 굉장히 고통 속에 산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 삶이 피폐해졌다. 의료사고 이후로 한 달에 아들의 치료비로만 500여만원이 나간다. 세미코마 상태기 때문에 간병인 비용을 합하면 매달 800~10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손씨는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골절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마취과 교수가 수술에 참여한대서 선택 진료비까지 지급했다. 그런데 실제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은 전공의 1년차였다"고 말했다.

    손씨는 "처음에 부분마취를 했는데 아이가 마취가 풀려서 아프다고 하자 전공의가 전신마취로 돌리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심정지가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들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고 밝혔다.

    손씨는 "가관인 것은 전공의가 수술한지도 몰랐다는 교수들의 해괴망측한 말이었다. 병원은 전혀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며 "아들의 키는 180cm가 넘어 맞는 병실 침대가 없다. 저는 세미코마 상태인 아들을 12년째 침대와 함께 두 달마다 병원을 옮겨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의사와 병원의 책임을 면책시켜줬다. 아내는 충격을 받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다"며 "아내 마음에 생긴 병을 좀 낫게해주려고 4년전에 해당 의사들을 찾아갔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수술방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 듣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주거침입과 영업방해 고소였다"고 말했다.

    손씨는 "의사들이 제 앞에 와서 '최선을 다했는데 불가항력으로 결과가 안좋게 됐습니다. 제 지식과 기술이 그것밖에 안됐습니다'라고 말하면 저희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기 잘못 감추기 위해 의사들이 유가족하고 대립각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투약사고와 사망 인과관계, 법원은 환자 가족에게 입증책임 요구"

    지난 2012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투약사고로 상태가 악화돼 숨진 故 김민주(당시 31세)씨의 아버지 김국선씨는 의료사고 규명을 위해 지난 7년간 병원 영안실 냉동보관소에 뒀던 딸의 장례를 진실을 밝히지 못한채 치르게 된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지난 7년을 의료사고 규명을 위해 뛰었지만 이제 모두 내려놓아야할 때가 됐다"며 "1주일 입원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딸이 왜 의료사고로 사망했는지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딸은 연축성 사경증으로 미세혈관 강입술을 받았다. 수술 후 뇌압을 떨어트리는 '만니톨(Mannitol)' 약제를 6시간 간격으로 3일간 정기적으로 맞아야했는데 간호사의 투약사고로 상태가 악화됐고 수술 46일만에 결국 숨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이 사망하자 원무과 담당자가 병원비 면제해주고 보상금 4천만 원 줄테니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저는 거절했다"며 "딸의 담당 교수는 병원에서 100% 잘못했다고 인정했고 이를 법원에 녹취록으로 제출했지만 2년 전 대법원은 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부분만 인정하고 의료과실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담당 간호사, 주치의, 당당 교수 모두 투약사고 인정했고 사실 확인증까지 써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투약사고와 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며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어떻게 투약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김씨는 "의료사고 책임은 의료 전문가이고 환자 관련 의료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다. 병원이나 의사가 입증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며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 입증책임을 병원이나 의사가 하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사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왼쪽부터)와 故 전예강양 어머니 최윤주씨.

    "피해자와 유족들 의사 형사처벌 바라지 않아…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원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 2014년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사고로 숨진 故 전예강(당시 9세)양 부모님은 의사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형사 고소를 하지 않고 있다"며 "대다수 의료사고 유가족은 의사를 형사 고소하려고 하지 않는다. 형사 고소로 의사들이 처벌 받아서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사과 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안한다"며 "의사들을 비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과 받고 용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협이 주장하는 진료거부권이나 과실의 경우 처별을 면제해 달라는 요구는 의사로서 환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의협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의사의 면책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오늘 규탄 기자회견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환자단체는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