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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원의 원장 몰래 나간 원장 명의 처방전, 의료법 위반일까?

    서울고법, "당사자 명의도용 인식·용인하지 않았다면 죄 물을 수 없어...복지부 면허정지 처분 위법"

    기사입력시간 2020-06-03 06:32
    최종업데이트 2020-07-30 18:3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진의사가 의료기관 원장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한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관리소홀을 이유로 원장을 의료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을까.
     
    3일 법조계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최근 의료기관 원장 A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면허를 정지한 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서울에서 의원을 개설하고 부원장 B와 함께 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5년 2월 22일 A씨는 휴가 기간 동안 자신을 대신해 진료를 보게 할 대진의 C씨를 구인해 진료를 보게했다.
     
    B와 C씨는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같이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을 내렸는데 이 때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이 환자에게 교부한 처방전에 모두 A씨의 이름으로 기재됐던 것이다.
     
    Z의원은 PC 프로그램을 이용해 처방전을 발행했는데 평소 A씨가 자신의 아이디를 로그인해 놓거나 의사들이 직접 로그인해서 사용해 왔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점을 이유로 A씨가 소속 의사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봤다. 특히 복지부는 A씨가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A씨의 명의로 처방전이 교부됐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는 1개월의 면허 정치 처분을 당했다.
     
    구 의료법 제17조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1년 범위 내에서 의사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A씨는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가 자신의 명의 사용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볼 수 없고 처방전 발급의 책임은 전적으로 처방 의료인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처방전 명의자가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작성되고 교부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했을 경우 처방전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도 규정을 위배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A씨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A씨에게 의원 운영자로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었을 수 있으나 의료법 제17조는 의료인 개인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라며 "의료기관 소속 의료인에 대한 관리 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방전 허위작성의 책임은 작성 의료인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대진의 C씨가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명의를 등록해달라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는 의원이 자신의 명의를 등록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A씨가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C씨는 A씨의 도움 없이도 프로그램 특성상 처방전 명의 변경이 가능하고 해당 의원에서 일했던 다른 대진의들도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해왔기 때문에 C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