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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공단, 의원 강압조사 논란

    공문 없이 자료 요청, 수술중에 면담 요구

    기사입력시간 2015-08-11 07:40
    최종업데이트 2016-01-24 22:58




    의원을 방문조사한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10일 "건강보험공단 서울 모지사 과장과 4급 직원이 의원을 방문조사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를 범한 혐의가 있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보공단 서울지사 직원 2명은 이비인후과를 운영중인 A원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이들은 '자료 제출 협조 요청'이라는 서면을 A원장에게 제시하면서 두 가지 실수를 했다.
     
    하나는 최근 '7개월치' 건강보험 급여 청구분 자료를 요구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기한'을 기재하지 않은 점이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과 건보공단의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 위반에 해당한다.
     
    지침에 따르면 자료제출 요청은 ▲서면으로 해야 하고 ▲자료제출 기한을 명시해야 하며 ▲자료제출 범위는 6개월을 넘을 수 없다.
     
    A원장은 이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건보공단 직원들은 공문을 수정해 다시 A원장에게 전했고, 이후 관련 자료를 받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다시 의원을 방문, 공문도 제시하지 않고 1년 5개월치 보험청구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의원협회의 주장이다.
     
    의원협회는 "공단 직원들은 그 뒤에도 공문 없이 5개월 늘어난 2년치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공단의 지침에 따르면 요양기관 방문확인 조사는 ▲요양기관 방문확인 및 자료제출 협조요청 공문을 사전 통보해야 하고 ▲요양기관 방문확인 업무안내문, 요양기관 방문확인 통보서 및 확인서류 목록 등을 제시하고 ▲방문확인 사유 및 확인대상 기간 등을 사전에 설명해야 한다.
     
    만약 의원협회의 주장대로 공단 직원들이 방문조사 의사를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고, 공문으로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지침 위반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단순한 실수 내지 오해라고 해명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 6월 방문조사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했는데 (이번에 고발된 직원들은) 인사이동 직후인 4월에 방문조사를 나가 절차를 잘 모를 수 있다"고 밝혔다.
     
    직무를 미처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문조사를 나가다보니 6개월을 7개월로 잘못 기재하고, 자료 제출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단순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단 직원들은 우편으로 공문을 전달하지 않고, 굳이 의원을 방문해 1년 5개월치, 2년치 자료를 제출하라고 구두 요구한 이유는 뭘까?
     
    건보공단은 이 역시 사소한 오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우편으로 공문을 전달하지 않고 직접 방문한 것은 현장에서 궁금한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원에서 제출한 6개월치 자료로는 사실 확인이 부족해 '그럼 1년 5개월치 자료를 더 줄 수 있느냐'고 의사를 타진한 것일 뿐 구두로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처 직무교육이 되지 않은 공단 직원이 의원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현장조사를 나갔고, 공문이 아닌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공단 제식구 감싸기 실망, 법적 책임 묻겠다"
     
    의원협회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원협회는 "네번에 걸쳐 방문확인 조사를 하면서 단 한번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세 번째 방문 당시에는 어떠한 공문도 없이 약 1시간에 걸쳐 마치 A원장이 부당청구를 한 것처럼 문제제기 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공단 직원들은 의원에 사전통보도 하지 않고 네 번째 방문해 수술중인 A원장에게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협회는 "공단 직원들은 건강보험공단이라는 지위를 남용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조사에 응하게 함으로써 진료·수술을 방해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의원협회는 "피해자는 공단 직원들의 일련의 행위로 인해 외포심을 느꼈다"면서 "피고발인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기인한 위력으로 피해자의 진료·수술 업무를 방해한 것이므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공단이 자료제출이나 현지확인을 할 때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한편 건강보험공단은 의원협회가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자 "업무 담당 직원에 대한 교육과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는 답변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공단의 답변을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공단 스스로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이상, 의원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가 직접 나서서라도 규정을 어긴 채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공단 직원 개인에게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