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피부과 의원 임금 6821만원 체불…“명의만 대표” 주장했지만 징역 8개월

    개인재산 가압류 동의한 지불각서 작성·재단 사업 방향 관여 등 실질적 경영 정황 인정

    기사입력시간 2026-08-13 04:13
    최종업데이트 2026-08-13 04: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피부과 의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따로 있다며 임금체불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인한 재단법인의 대표권 있는 이사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대표로 등기된 사실뿐 아니라 임금 지급을 약속한 지불각서를 직접 작성하고 재단의 사업 방향에 관여하는 등 실제 경영에 참여한 정황을 종합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합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근로자 2명 임금 6821만원 체불…“나는 실질적 운영자 아니다” 주장

    A씨는 서울 성북구 소재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피부과 의원에서 상시근로자 10명을 사용해 병원업을 경영한 사용자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 합의가 없다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 일체의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근무한 근로자 C씨의 임금 321만200원을 비롯해 C씨와 D씨 등 2명에게 총 6821만200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D씨의 체불임금은 3개월간 6500만원에 달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가 해당 의원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A씨는 자신이 아니라 B씨가 의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B씨만이 유일한 사용자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사업주뿐 아니라 '사업경영담당자'와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를 포함한다.

    재판부는 관련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사업경영담당자는 사업경영 일반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지고 관계 법규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경우 해당하며, 반드시 현실적으로 모든 권한을 직접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개인재산 가압류 동의” 지불각서까지…법원 “실질적 경영 관여”

    재판부는 A씨가 단순히 명목상 대표직만 맡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2023년경 해당 의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을 함께 인수했다. 이후 2024년 7월 11일 B씨의 대표권이 말소되고 A씨가 '대표권 있는 이사'로 취임했다.

    같은 해 9월 A씨의 대표권이 말소되고 다른 인물이 대표권 있는 이사로 취임했지만, 그는 A씨의 부탁을 받고 명목상 대표를 맡았을 뿐 실제 재단이나 의원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그가 사임하고 같은 해 10월 18일 A씨가 다시 대표권 있는 이사로 취임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2024년 8월 근로자 D씨에게 임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미지급 시 자신의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에도 동의한다는 취지의 지불각서를 직접 작성해 교부한 점을 주목했다.

    또한 A씨가 B씨와 함께 재단법인을 인수한 이후 직원들로부터 '본부장'으로 불렸으며, B씨와의 통화에서 재단법인의 사업 방향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발언한 사실도 인정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명의로 된 서류를 위조해 자신을 대표권 있는 이사로 취임시켰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씨가 당시 B씨에게 서류 위조를 항의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A씨의 배우자가 2023년 6월경부터 해당 의원의 회계 업무 등에 관여한 사실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24년 7월 11일 명목상으로만 재단법인의 대표권 있는 이사로 취임했고 재단법인 및 의원에 관해 아무런 업무집행을 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적어도 2024년 7월 11일부터는 재단법인 및 의원에 관해 사업경영담당자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 “동업자와 다툼에만 골몰…근로자 피해 외면”

    법원은 A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했지만, 임금체불 규모와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로의 대가로 수령하는 임금 등은 근로자의 생활의 기초가 되는 금원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 사건 범행은 그 자체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지급 임금이 약 6800만원에 달한다"며 "적지 않은 기간이 지난 현재까지 피고인이 임금 지급을 위해 노력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피고인은 일종의 동업관계에 있었던 B씨와의 다툼에만 골몰한 채 근로자들이 입은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피해 근로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피해자들과의 합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한편 A씨는 또 다른 근로자 E씨의 임금 4234만9014원과 퇴직금 897만1590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하지만 E씨가 공소제기 이후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해당 근로기준법 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가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