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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u PET'은 만성외상성뇌병증에 대해 무엇을 알리려는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2019-04-19 06:02
    최종업데이트 2019-04-19 06:02

    사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홈페이지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1928년에 권투선수의 치매를 처음 서술한 해리슨 마트랜드(Harrison Martland) 박사는 '펀치 드렁크 신드롬(punch drunk syndrome)'이라 표현했다. 권투 치매는 권투선수들이 머리에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타격이 유발요인으로 생각됐기에 '맞고 취한 증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권투선수의 전설인 무하마드 알리 또한 펀치 드렁크 신드롬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이에 따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까지 앓았다.

    더 최신의 전문 용어인 만성외상성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CTE)은 권투 외에도 반복적인 두부 손상(뇌진탕 등)을 경험한 미식축구(NFL) 프로 선수들과 프로 야구 선수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가 손상될 수 있는 다른 분야의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가벼운 머리부위 손상을 경험한 일반인에서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CTE는 특히 몸싸움이 심한 NFL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직 NFL 선수 4500여명이 뇌 충격 방지에 대한 노력 부족을 이유로 NFL 구단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8월 31일 7억 6500만 달러(약 8500억 원)의 보상금 합의 결정이 나왔다.

    미국 프로 야구선수로는 처음 CTE 판정을 받은 라이언 프릴은 200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hustle) 플레이로 명성을 떨쳤다. 내·외야를 모두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펜스에 부딪치면서 공을 잡거나 관중석에 뛰어들어 공을 잡는 일이 흔했다. 프릴은 선수 시절 9~10차례 뇌진탕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고 안타깝게도 2012년 CTE 후유증으로 권총으로 자살했다.

    머리에 반복적으로 강한 외부 충격이 이어질 경우 뇌가 흔들리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에 영향을 미쳐 정보 전달 속도가 느려지거나 잘못 전달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외부 충격에 의해 뇌 조직이 위축되면서 너덜너덜해져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다발의 전선이 손상된 것으로 쉽게 그리면 된다.

    CTE는 반복적인 뇌진탕을 겪고 수 년이 지난 후 발생하는 진행성 타우병증이다. 전형적으로 중년에 증상이 발생하며 기억과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애를 보이게 되고 기억상실과 정서장애, 우울증 증상(프릴의 권총 자살처럼)이 나타나게 되고 나아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CTE는 사후에 부검을 통해 진단할 수 있는 병으로 생각됐다. 뇌를 기증한 미식축구 선수 200여명의 뇌를 사후 연구한 결과 거의 90%가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인 CTE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보스턴대 CTE센터 연구진은 2017년 7월 5일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명 가운데 177명에게서 CTE 질환의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의 87%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특별히 NFL 선수 출신 111명 중에서는 무려 110명(99.5%)이 이런 증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4월 10일 출간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아직 생존하는 전직 NFL 선수들을 대상으로 'Tau Positron-Emission Tomography in Former National Football League Players'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인지기능 저하와 정서 장애를 지닌 26명의 전직 NFL 선수들(40~69세)과 이들 나이에 상응하는 31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진행했다. 아직 실험적 단계인 '플로타우시피르(Flortaucipir)'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플로베타피르(Florbetapir)'를 각각 주사한 후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기를 이용, 타우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를 추적해 두 단백질의 뇌 분포를 측정했다.

    CTE에 영향을 주는 뇌의 3가지 다른 부위(bilateral superior frontal, bilateral medial temporal, left parietal)에서 뇌 기능에 이상이 있는 전직 NFL 출신 선수들의 뇌가 일반인의 뇌보다 더 많은 타우의 양이 더 검출됐고 반면 아밀로이드의 양은 비슷했다. 그러나 타우의 양과 인지기능 또는 정서장애 스코어 간의 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 예외적으로 한 사람의 전직 선수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보이는 정도의 높은 아밀로이드가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아직 반복적인 두부 손상을 경험한 사람에서만 만성외상성뇌병증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며, 또한 이러한 장애를 유발하는 데 필요한 손상 횟수와 힘의 정도도 명확하지 않다. 경미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뇌진탕을 경험한 선수의 약 3%에서 만성외상성뇌병증이 발생한다. 신경학적 검사상 고위피질기능 검사에서 주의집중, 언어, 기억 및 시공간 기능이 모두 감소돼 있었으며 반향언어와 의미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한다.

    미식 축구 외에도 특히 야구 선수들이 파울볼을 처리하려다 펜스에 머리를 부딪치는 아찔한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야구 펜스의 안정성 강화는 시급한 숙제로 떠올랐다. 일반인의 경우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면서 뇌를 보호하는 기구를 착용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뇌를 단단한 물체에 부딪히는 습관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Tau PET'은 만성외상성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에 대해 무엇을 알리려는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병변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아닐까? 알츠하이머에서 아밀로이드와 타우 병변을 다같이 관찰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만성외상성뇌병증은 타우의 병변만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은 이 두 병변의 인과관계나 선행 여부 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아마도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과 타우의 생성은 서로 전혀 다른 경로일 수도 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결과에 의한 타우의 생성이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아밀로이드 침전 발생의 원인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설은 인간 내에 공생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선천성 면역반응과 그에 의한 장기적인 염증반응이다. 그 원인 바이러스로서 헤르페스가 보고된 적 있었고 또한 최근에는 만성 치주염의 주요 원인균인 프로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g: porphyromonas gingivalis)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바이러스가 뇌 속으로 침투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킬 때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증가한다는 가설이다.

    반면, 뇌에 외부적인 충격이 반복될 때 타우 병변은 진행되지만, 아밀로이드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의 이 두 유명한 병변이 어떠한 특정 병리 조건에서는 확연히 분리된다는, 아주 중요한 생리 현상을 시사한다.

    알츠하이머나 치매와 같은 퇴행성뇌질환은 십수년 간 나쁜 방향의 병리현상으로 지속되어온 생리현상의 결과물이고 우리는 환자를 진단할 때에 이미 오랜 기간 진행된 병변의 스냅샷을 택하게 돼 ‘시간의 축’이라는 인자를 자칫 빠뜨리기 십상이다. 십수년의 시간의 축을 모두 분자생리학적으로 분석하기가 불가능하다면, 관련된 주변의 퇴행성 뇌질환 간의 비교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간접적인 증명이 가능하다. 향후 개발될 뇌질환 진단 및 환자 선별 용도의 PET 리간드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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