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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금연정책으로 해결 못하는 청소년 흡연율... 가향물질 첨가 및 광고 금지 등 입법 필요

    궁극적으로는 담배산업 진흥 목적으로 하는 담배사업법 폐지해야

    기사입력시간 2019-06-12 06:41
    최종업데이트 2020-05-19 00:15

     
    사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정책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외형상 담배로 보이지 않는 전자담배의 등장이 청소년에게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을 조성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디자인과 가향 물질 등을 활용한 전자담배의 마케팅이 잘못된 인식을 부추겨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알리고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청소년 흡연조장환경 개선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촉구 토론회'를 개최했다. 

    "담배산업 진흥 목적인 담배사업법 폐지하거나 목적 바꿔야" 

    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담배 구매 용이성은 2018년 기준으로 73.9%다. 청소년이 담배에 접근하는 것이 그만큼 쉽다는 의미다. 최근 30일 동안 담배를 구매한 방법으로 편의점과 가게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무려 43.6%에 달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는 청소년의 흡연을 예방하려면 담배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담배사업법을 폐지하거나 내용을 전면 개정하는 등의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담배종결전(Tabacco Endgame)'에 나선다고 목표를 밝혔다.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법에 담배사업법이 있다. 내용은 담배사업을 진흥하는 법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법은 그대로다. 담배종결전은 이 법을 반대로 뒤집는 것이 목적이다. 담배사업 금지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담배사업법이 진흥하는 담배산업을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체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담배 수익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많을수록 금연 정책의 실현은 어렵다. 무엇보다 청소년까지 확장되는 담배 판매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어렵고,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담배산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이 자주 드나드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고, 소매점의 담배 광고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담배 광고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청소년의 선호제품 옆에 배치된다"며 "청소년이 호기심 때문에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편의점에서 담배광고 수익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담배 수익이 전체 매출의 45%까지 차지하는 등 담배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담배회사는 편의점이 담배를 광고하는 대가로 편의점에 직접 돈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게 담배사업을 진흥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 담배사업법의 결과다. 청소년이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며 "담배사업 진흥이 우선인지 청소년 보호가 우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청소년의 담배 구매 용이성 조사에서 담배광고 노출이 청소년의 흡연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 구매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당장 담배사업법을 폐지하지 못한다면 법의 목적을 금연으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조장환경을 전면 개선하고 담배를 팔아서 얻는 수익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 흡연을 둘러싼 이해관계 사슬에서 청소년들이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

    "쥴(Juul) 등 신종담배의 청소년 흡연 유인 금지 정책 만들어야"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은 청소년을 타겟으로 하는 신종담배 마케팅 방식 등을 지적하며 청소년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 가향물질 첨가 금지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처음 담배를 경험하는 나이는 13세다. 흡연자로서 고착하는 연령은 13.9세다. 청소년 흡연 연령이 매우 낮다. 담배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2014년도에 미국에서 전체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의 99%가 26세 이전에 담배를 시작했다. 흡연자의 88%는 18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미국에서는 1970년대 담배회사에서 나온 문건만 보더라도 담배회사가 청소년들 대상으로 담배를 팔기 위해 가향 물질 첨가 등을 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를 대상으로 하는 담배 판매 전략이 과거에서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담배 포장에 청소년이 호기심을 가지거나 친근함을 느낄 만한 만화 캐릭터 사용, 무작위 가향 캡슐 포함 등 마케팅으로 담배회사는 청소년에게 흡연 유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도에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연구에서 청소년들이 편의점 계산대 뒷면에 배치된 담배광고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이 트레킹(eye tracking)' 안경을 청소년에게 씌운 실험을 진행했다"면서 "편의점 담배 광고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관심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뿐 아니다. 이제 신종담배 시대가 왔다. 신종 담배는 제품과 디자인, 기능을 개선하면서 청소년들의 흡연을 유인하고 있다. 특히 3세대 액상형 전자담배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담배 연기로 묘기를 부리는 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된 쥴(Juul)은 3세대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나오는 에어로졸이 다르다. 그만큼 사용이 쉽다. 예를 들면, 기존의 궐련형 담배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10분~15분 소요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새로운 전자담배는 방안에서 피우더라도 밖에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쥴(Juul)은 기존 담배에서 사용하던 유기염니코틴이 아닌 니코틴염을 사용해 니코틴의 농도가 더 높은 상태에서 흡연자의 몸으로 들어가고  쉽게 기화하는 특성이 있어 흡연을 쉽게 숨길 수 있다"며 "사람들이 니코틴은 중독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및 고혈압을 유발하고 신경전달 물질을 내보내는 등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신종 담배의 등장으로 담배 관련 정책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 기존의 금연 정책 등으로는 청소년의 흡연을 예방하거나 청소년 흡연율을 줄일 수 없다"며 "신종담배 시장진입 차단할 필요 있다. 중장기전략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에 무광고 표준 포장(plain packaging)을 도입하고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등 담배제품의 성분을 규제해야 한다"며 "담배광고 판촉이나 후원을 금지하는 등 청소년을 유인하는 담배 마케팅을 금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담배 수익이 생계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소하려는 개선책이 마련돼야 하고 종국에는 담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청소년 흡연조장환경 개선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촉구 토론회.

    가향물질 첨가 금지·담대광고 금지 등 입법으로 청소년 담배 접근 어렵게 해야

    토론에서는 현재 담배규제 정책의 미비점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접근성을 높이는 유인책이 되는 요소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청소년의 흡연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향물질 첨가 금지, 디자인 제한, 담배 광고 금지, 가격 인상 등이 그 대책이다.

    국회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현재 국회의 입법발의 현황을 살펴보면, 김승희 의원실을 비롯해 4개 의원실에서 초·중·고 보호구역 내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 및 진열을 금지하는 입법 발의안이 4건 올라와 있다. 담배 광고에 많이 노출된 흡연자일수록 금연이 어렵고 청소년 시기에 담배 광고에 많이 노출될수록 성인 흡연율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편의점에서는 담배 진열대가 화려해 청소년의 시선을 끈다. 싱가포르에서는 계산대 뒤쪽에 불투명한 하얀색 창을 두고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문을 열고 담배를 보여준다"며 "이런 차이가 국내 청소년의 흡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향물질에 대한 담배 혼입을 금지해야 한다. 가향물질이 청소년에게 친근한 향과 맛을 제공해 청소년을 유인하는 마케팅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신종액상담배의 경우에는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뻐 가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데 표면에 '어린아이는 소지할 수 없다'거나 유독물질 붙이는 마크 등을 붙여 제품 자체에 경고 메시지를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담배사업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 법은 1988년 제정돼 1989년에 시행됐다. 이 법은 국가가 가난했던 시절에 연초 사업의 독점 지위를 가지고 정부의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제는 시대가 바뀐 만큼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은 "흡연자를 타겟으로 금연 정책을 하다보니 비효율성이 있다. 흡연자를 금연하도록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흡연을 막는게 효율적이다"면서 "이번 금연대책은 청소년이 흡연할 환경 근절하도록 방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담배가격 인상인데 이번에 빠졌다. 편의점 진열 광고 전면금지도 빠졌다"면서 "대신에 편의점 내 담배 광고를 하면 동일한 양만큼 금연광고를 하는 우회적 조치를 취했다.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정부는 상황에 따라 새로운 대책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출시한 쥴(Juul)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여성의 흡연 노출이다. 이 제품이 기존의 성인 남성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 여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잡은게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여성 흡연에 대해 주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담배 가향 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여성, 청소년 등의 흡연 유인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 대책이 가향 물질 첨가 금지라고 생각한다. 이 법이 국회에 가 있는데 통과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소장협의회 허목 회장은 "기존의 목표가 흡연율을 29%로 낮추는 것인데 현재 흡연율은 38% 정도다. 노력이 미진했다. 가격정책을 한 번 더 건드릴 필요가 있다. 한 번 더 가격을 높여서 청소년 흡연을 막아야 한다. 가격도 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여학생의 흡연율과 중학생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담배 접근성을 살펴보면, 구매 성공률이 실제로는 100%에 가깝다"며 "부산에서 지내는데 100명 중 9명만 담배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부분에 정책적 결함이 있다. 담배를 구입할 때 법적으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학생들의 11.2%가 교내에서 교사들의 흡연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 어딘가에 담배피우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는 금연구역이다. 학교 교사의 흡연 문제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사의 흡연 근절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적 근거를 모색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 등 소매점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담배 접근성이나 금연에 담배 광고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점진적으로는 모든 가게에서 담배 진열대의 위치를 옮기고, 담배 제품을 가리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