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학회가 확진자를 선별 또는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정확한 검사방법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9000여명이 위음성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무증상·경증 확진자에 의한 추가적 전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역학회는 27일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코로나19 선별검사에 대한 한국역학회의 입장’을 통해 “최근 도입된 코로나 19 검사방법인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사회적, 과학적 논란이 일고 방역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학회가 공개한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신속항원검사 제품 검증 결과에 따르면, 제조사가 제시한 성능과 달리 우리나라의 확진자에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양의 분포를 감안할 때 민감도는 41.5%로 추정됐다. 또한 제조사는 SARS-CoV2의 검출한계를 Ct값 기준으로 23.37로 제시했으나, 검출한계보다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검체에서 민감도는 11%에 불과했다.
역학회는 “이런 결과는 낮은 바이러스 농도를 가진 환자에서는 거짓 음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 확진자를 선별 또는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역학회는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에서는 거짓 음성은 방역에 있어 추가적 위험이 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신속항원검사는 PCR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이나 특수한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반드시 PCR검사도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12월 26일 기준 실제 그동안 임시선별검사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9135명 중 양성자 31명은 확진 PCR에서 16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음성 판정을 받은 대다수(9104명)에 대해서는 실제 음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이들 중 일부 위음성이 있을 것으로 역학회는 추정했다.
역학회는 ▲효율적이고 정확한 진단검사 확대 시급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선제적 선별검사의 한계 인지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과학적 평가 및 지침 마련 ▲선별진료소 및 검사 인력 확충 ▲3차 유행 차단을 위한 노력 등 5가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역학회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방역을 위해 선제적 선별검사를 늘리고, 요양병원 등의 위험시설에 대한 정기적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잘못된 진단검사방법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무증상·경증 확진자에 의한 추가적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역학회는 “부정확한 신속항원검사 이외에도 효율적이며 정확한 진단검사를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 혼합검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5~10인의 검체를 취합해 검사한다면 선별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다”라며 “신속분자진단과 같이 검사시간은 단축시키면서 정확성이 높은 검사를 신속한 결과가 요구되는 의료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급여 기준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학회는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농도가 낮은 확진자를 찾아낼 수 없으며 이를 활용한 선제적 선별검사도 과학적 근거와 의의가 불분명하다”라며 “신속항원검사는 의료기관 응급실, 요양기관 등의 일부 제한적 환경에서 보조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한계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밝혔했다.
역학회는 “질병관리청 등 유관기관은 신속항원검사의 활용방안 및 과학적 근거에 대한 세부 지침을 조속히 마련하고, 한정적 사용처 등을 제시해 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라며 “특히 선별검사 결과에 따른 추가 검사 방법과 대응이 미리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역학회는 “현재 선별진료소와 검사실은 늘어난 검사량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 정확하고 신속한 검사를 위해서는 새로운 검사방법보다 기존 검사 체계에 대한 인력 지원이 더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신속항원검사와 선제적 선별검사를 둘러싼 논란은 유행확산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불안감에 의한 바가 크다”라며 “방역당국은 역학조사의 질적 역량을 강화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하여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