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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회의 뜬금없는 성분명 처방 요구

    의협 "환자에 맞는 처방을 하는 건 의사"

    기사입력시간 2016-12-21 07:07
    최종업데이트 2016-12-23 06:3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약사회가 20일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의사협회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약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53.6%가 성분명 처방이 바람직하다고 답해 처방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요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성명서는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3일 공개한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건보공단의 국민 인식 조사는 건강보험제도와 관련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공단의 주요 사업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위해 실시한 것으로, 총 2천명의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했다.
     
    여기서 약사회가 주목한 것은 총 30개 문항 중 27번 문항인 '약가 관리 및 선호하는 처방 방식에 대한 견해'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품명 처방과 성분명 처방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에는 우리나라처럼 처방전을 발행할 때 의사가 특정 제품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제품명 처방'과 약의 성분을 기재해 환자가 직접 동일 성분의 약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성분명 처방' 중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53.6%의 국민들이 성분명 처방을 선호한다고 답했고, 27.4%는 중립을, 19%는 제품명 처방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러자 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성분명 처방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국민의 처방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및 약국 이용 편의성 증대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정부는 이 같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인식하고 국공립병원,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성분명 처방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약사회는 "제품명 처방은 과잉투약으로 인한 약품비 증가와 리베이트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의약품 유통 질서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약사회의 주장이 너무나도 침소봉대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해당 질문은 국민들에게 성분명 처방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진행된 것으로 신뢰성이 떨어지며, 이번 조사에서 성분명 처방과 관련한 질문은 27번 1개에 불과해 충분한 근거로 볼 수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마치 모든 국민이 성분명 처방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해 제도 시행을 요구하는 것은 궁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김주현 대변인은 "해당 질문은 성분명 처방을 설명하며 독일과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을 함께 적어 국민들로 하여금 성분명 처방이 다수의 선진국에서 하는 방식인 것처럼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7번 문항을 보면 제품명 처방을 하는 나라로 우리나라를 예시한 반면, 독일, 미국 등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김주현 대변인은 "문제 자체가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으로 보이며 타당성이 떨어지는 질문"이라면서 "그럼에도 찬성이 53.6%로 나온 것은 오히려 낮은 수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협은 동일성분이라도 환자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하는 것은 의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연구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건보공단 의료비연구센터 서남규 센터장은 27번 문항이 국민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단의 연구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문항을 작성했으며, 꽤 신경을 쓴 것"이라면서 "성분명 처방을 하는 나라의 예를 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선진국을 의도해 넣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남규 센터장은 "우리나라처럼 제품명 처방을 하는 일본 등의 나라를 함께 예시했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