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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만원 넘는 '레파타' 약가거품 잔뜩

    미국 순환기내과 두 연구팀 30%·71% 제시

    기사입력시간 2017-08-25 12:22
    최종업데이트 2017-08-25 12:36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레파타의 비용 대비 효과를 놓고 최근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립대 두 캠퍼스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다른 결과를 동시에 발표해 논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레파타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데엔 두 팀의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한쪽은 가격이 너무 비싸 비용 대비 효과를 보려면 71% 할인해야 한다고 결론내렸지만 또 다른 한쪽은 35% 정도만 낮춰도 충분하다고 봤다.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는 암젠의 프로단백질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켁신9(PCSK9) 억제제로 미국에서 2015년 FDA 허가를 받아 이형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과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등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美 ICER 67% 가격 인하 권고

    미국에서는 출시와 함께 고가 약 논란에 시달렸다.

    미국에서 레파타 1년 치료비는 1만 4 523달러(한화 약 1638만 원)다. 영국 6780달러(한화 약 765만 원), 오스트리아 8220달러(한화 약 928만 원), 핀란드 8820달러(한화 약 995만 원)과 비교했을 때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제약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현재 급여 협상 중으로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보다는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의료경제성평가 비영리단체 ICER는 2015년 발표한 드래프트 리포트에서 레파타, 그리고 같은 계열 약물인 사노피 프랄런트의 전반적인 혜택을 고려했을 때 PCSK9 억제제의 약값은 등재 가격의 67% 수준인 3615~4811달러가 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샌프란시스코종합병원 순환기내과 Dhruv Kazi 교수팀도 FOURIER 연구 기반 PCSK9 억제제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분석, 삶의 질 보정 생존연수(QALY) 당 한계치를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274만 원)로 정했을 때 현재 가격의 1/3 수준인 연간 4536 달러(한화 약 511만 원)로 약가를 내려야 한다고 JAMA에 발표했다.

    암젠은 올해 초 30~35%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그보다 더 많이 할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FOURIER 기반 경제성 평가 2건 발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로널드레이건 메디컬센터 순환기내과 Gregg Fonarow 교수팀은 최근 JAMA Cardiology에 레파타의 연간 치료비 9669달러(한화 약 1091만 원) 이상이면 비용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시기 Kazi 교수팀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 업데이트를 JAMA에 게재, 연간 4536달러로 71% 약값을 줄여야 비용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두 연구 모두 레파타의 심혈관 사건 예방 혜택을 조명한 첫 대규모 임상인 FOURIER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한쪽은 FOURIER에 참여한 연구자와 암젠 소속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팀으로 암젠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설득력 있는 자료를 발표했을지 흥미진진하다.

    UCLA 연구팀, 30% 가량 내리면 충분

    Fonarow 교수팀은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적어도 70㎎/㎗면서 연간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100명의 환자 년 당 6.4인 ASCVD 환자의 QALY 당 한계치를 15만 달러(한화 약 1억 6926만 원)로 가정했을 때 연간 적정 치료비는 9669달러 이상이라고 봤다. 이는 올해 초 암젠이 발표한 30~35% 할인가에 들어맞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적극적인 스타틴 치료에도 LDL 수치가 100㎎/㎗ 이상일 땐 더 비싼 1만 3225달러(한화 약 1493만 원)로 결론 내렸다.

    Fonarow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양질의 임상 결과에 미국 실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첫 번째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라면서 "이런 고위험 환자에서 레파타 치료는 임상적으로 혜택이 있으면서도 비용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암젠 측은 이번 연구에는 FOURIER 데이터뿐 아니라 임상시험 밖에서 발생한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포함해 리얼월드 데이터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연구 데이터만 따로 분석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적인 가격은 6780달러(한화 약 766만 원)였다.

    암젠은 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심장병학회(ACC), 미국심장협회(AHA)에 소속된 연구진이 참여했다며 권위를 강조했다.

    UCSF 연구팀, 지나치게 비싸 71% 깎아야

    반대로 Kazi 교수팀은 좀 더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주장했다.

    최근 JAMA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약사 말대로 20~30% 가격 할인하는 것보다 71% 낮추는 것이 PCSK9 억제제 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를 훨씬 많이 높인다"고 기술했다.

    FOURIER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MACE) 위험이 줄고 심혈관 사망 혜택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찰되면서 레파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높은 가격 장벽으로 고위험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Kazi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과 비교했을 때 HeFH 환자에서 스타틴·레파타 병용요법은 MACE를 31만 6300건 예방하고 QALY 당 50만 3000달러(한화 약 5억 6855만 원)가 소요되고, ASCVD 환자에서는 MACE를 430만 건 예방하면서 QALY 당 41만 4000달러(한화 약 4억 6790만 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가격을 4536달러로 낮추면 QALY 당 한계치를 10만 달러 이하가 된다.

    Kazi 교수팀은 "기존 가격대로 유지하면서 적합한 환자 모두에게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5년간 심혈관 위험 감소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290억 달러(한화 약 32조 7613억 원)"라면서 "하지만 2015년 처방이 38%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약제비 지출은 5920억 달러(한화 약 669조 784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듀크의대 Dan Mark, Kevin Schulman 교수는 논평에서 "가치제안과 예산 수용성 간의 균형이 맞지 않는 지나치게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가격 설정된 의약품 접근을 계속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결함이 있는 시스템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