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환자들이 지금도 병원에 오면 ‘녹내장은 수술이 없다면서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워낙 어렵고 예측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모두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마이크로트 한종철 대표는 8일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국산 녹내장 임플란트 ‘에이스트림(A-Stream)’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에이스트림은 녹내장 수술에서 안구 내 방수 배출 통로를 만들어 안압을 낮추는 안구 밸브 임플란트다. 길이 6㎜, 내경 100㎛, 외경 228㎛의 튜브 형태로, 재질은 메디컬 그레이드 실리콘이다. 제품 내부에는 방수 흐름을 조절하는 립코드(ripcord)가 삽입돼 있다.
마이크로트는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인 한 대표가 병원 현장에서 축적한 임상 경험과 녹내장 임플란트 연구를 바탕으로 2019년 설립한 안과 의료기기 기업이다. 에이스트림은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고, 이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으며 국내 임상 현장에 도입됐다. 한 대표에 따르면 현재 에이스트림을 사용한 병원은 전국 100곳 이상, 사용 전문의는 100명 이상이며, 누적 수술 건수는 3000건을 넘어섰다.
한 대표는 “국내 녹내장 세부전문의가 300명 미만이고, 그중 실제 수술을 하는 전문의가 200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 2년 사이 빠르게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경 100㎛ 튜브에 립코드 결합…초기 저안압 위험 줄이고 필요 시 방수 배출량 확대
녹내장은 안압 상승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약물, 레이저, 수술 등 치료법이 있지만, 수술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이 큰 치료로 인식돼 왔다.
한 대표는 “의사들이 녹내장 수술을 하기 전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 환자 입장에선 무시무시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경고한다”며 “그 과정에서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고, 의사들도 충분히 동의하지 않은 환자들은 손대기를 겁내했던 게 녹내장 수술”이라고 했다.
의료진이 특히 경계하는 합병증은 저안압이다. 녹내장 수술은 눈 속 방수가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안압을 낮추는 방식인데, 방수가 너무 많이 빠지면 안압이 지나치게 낮아질 수 있다.
한 대표는 “방수가 과도하게 나가면 눈이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찌그러질 수 있고, 그 상태가 3개월 이상 방치되면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실명 위험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스트림은 이 같은 기존 녹내장 수술의 한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내경 100㎛ 튜브와 립코드의 조합이다. 기존 표준 수술로 꼽히는 섬유주절제술은 공막 피판을 만들고 방수가 빠져나갈 통로를 만든 뒤, 봉합 강도로 방수 배출량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상당 부분 수술자의 경험과 손감각에 의존한다.
반면 에이스트림은 튜브 자체가 방수 배출 통로 역할을 하고, 내부 립코드가 초기 방수 흐름을 제한하는 안전핀 역할을 한다.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립코드를 제거하면 방수 배출량을 늘릴 수 있다.
한 대표는 “섬유주절제술의 경우 피판을 너무 꽉 꿰매면 물이 안 나가고, 너무 느슨하게 꿰매면 물이 왕창 나간다”며 “물방울이 찔끔찔끔 나가는 것을 의사의 손감각으로 꿰맨다는 것 자체가 조금 어불성설이고, 그 자체 때문에 러닝커브가 컸다”고 했다.
이어 “에이스트림은 내경 100마이크로미터에 아주 정교하게 맞는 스텐트(립코드)의 조합이 초반에 아주 정확한 압력을 만들어낸다”며 “처음에는 어느 정도 안전마진을 잡아주고, 필요할 때 상대적으로 물이 많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2단계에 걸친 접근이 가능하다. 의사들에게 자유도를 더 확대해준 것”이라고 했다.
섬유주절제술, 숙련에 5~6년 소요…에이스트림은 최대 5케이스 정도로 가능
마이크로트는 최근 에이스트림과 섬유주절제술을 비교한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 기준에 도달하는 비율은 에이스트림과 섬유주절제술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특히 수술 후 안압 변동성을 줄이는 데 강점을 보였다.
한 대표는 “수술 후 안압이 스파이크 치듯이 튀어오르는 경우가 섬유주절제술에 비해 에이스트림에서 확실히 적고, 6㎜Hg 미만으로 떨어지는 케이스와 기간도 적었다”며 “많은 환자들이 예측했던 값을 거의 유지하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좋고, 예측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컨트롤하기가 좋다”고 했다.
에이스트림은 술자 러닝커브를 낮추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한 대표는 강조했다. 기존 섬유주절제술은 안정적인 결과를 내기까지 5~6년가량의 수련이 필요했지만, 에이스트림은 기기가 일정 수준의 안압 조절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디바이스에 약간의 자율주행 모드가 장착된 것”이라며 “적응이 빠른 의사들의 경우 한두 케이스만으로 익숙해지는 경우도 꽤 많고, 손이 익숙하지 않은 의사도 5케이스 정도면 감을 잡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은 여전히 녹내장 수술을 위험한 수술, 해선 안 되는 수술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에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