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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도, 의사도 서로 떠넘기는 '소아응급'…"이미 다들 병원 떠나는데 이번 사태로 가속화"

    [인터뷰] 곽영호 소아응급의학회장 "소아환자, 성인환자 매출 4분의 1…의료 소송 등 위험 부담에 기피 심각"

    기사입력시간 2024-04-08 09:12
    최종업데이트 2024-04-08 09:12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곽영호 회장
     
    [특별기획] 소아 의료 공백 해법은 없나
    우리나라 소아 의료 공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출산으로 감소하는 환자군, 고질적인 저수가가 겹치며 소아청소년과는 물론 소아 관련 세부 전문과목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소아 의료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메디게이트뉴스는 소아 세부 분과 학회들을 만나 그 해법을 알아본다.

    ①대한소아외과학회 정연준 회장 "소아환자만 봐도 불이익 없도록…정책적 지원 필요"
    ②대한소아응급의학회 곽영호 회장 "소아환자, 성인환자 매출 4분의 1…책임소재에 기피 심각"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책을 내놓은 계기가 된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소아응급의학회가 정부 정책에 정면 반박했다.

    곽영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소아응급 세부 전문의가 부족한 이유가 단순히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소아응급 세부 전문의를 선택했을 때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곽영호 회장은 비전이 없어 소아응급 분야를 접고 개원하는 의사들을 잡기 위한 대책이 없다면, 의사들도 병원들도 기피하는 소아응급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아응급'은 의사들도 병원도 기피…시장경제 논리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

    Q. 최근 '응급실 뺑뺑이'가 자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보면 소아응급환자가 많은 수를 차지한다. 소아응급을 보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병원들이 '소아응급'을 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소아응급환자를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자를 받아서 사망 등 중대한 문제가 생길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차라리 환자를 거부하는 게 낫다는 믿음이 퍼져있는 것 같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서도 야간에 어린이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많지 않다. 소아과 전문의 당직이 없다는 이유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해 있음에도 소아응급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Q. 의사들과 병원들이 소아응급환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소아응급 분야는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 분야의 중간지대이면서 사각지대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당직을 꺼리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진료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는 전체 환자 중 약 25%를 차지하는 소아·청소년 환자를 능숙하게 진료할 의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는 진료 후 발생하는 매출이 성인 환자의 4분의 1 수준으로 병원에서도 기피하는 분야다. 소아 환자 4명을 받는 것보다 성인 환자 1명을 받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다. 그렇다보니 소아 응급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는 병원에서도 매출 문제로 눈치를 봐야한다.

    즉, 소아응급은 병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지원해주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혹은 응급의학과에서 소아응급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을 전국 응급실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다.

    현재 2년 동안의 무시험 전형을 통해 소아응급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모두 799명이지만, 이 자격을 활용해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Q. 소아응급의료 세부 전문의의 역할은 무엇인가?

    A. 소아응급 세부전문의는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는 소아·청소년에게 제공되는 응급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외상과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원래 전공인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에 더해 소아응급이라는 세부 전공을 더 공부하고 술기를 익힌 전문의들이 소아응급 세부전문의가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생이 문제가 되는 나라에서 아이 한 명도 소중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지키는 소아응급 세부전문의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Q. 소아응급분야 전문의 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앞서 말한 것처럼 병원에서도 매출 문제로 눈치를 주다보니 웬만한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소아응급환자만 보면서 직을 유지하기 힘든 것 같다.

    특히 소아응급환자를 받아서 소아응급 전문의가 급성기 치료를 잘 하더라도 해당 환자를 입원해 최종치료를 해 줄 배후 진료과가 받쳐주지 않으면 환자 치료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소아약은 종류도 적고 약가도 너무 저렴하다. 소아청소년과는 성인 대비 매출도 낮고, 정말 노동 집약적인 분야라서 전혀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장 경제 논리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입원을 받아 치료를 해주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없어 소아응급환자를 받기 어려운 곳도 많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부 대책…소아진료 인력의 확보 위한 적절한 보상 등 지원책 절실

    Q. 최근 정부의 소아·응급 관련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A. 원론적인 내용은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 적용해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법론이 없다. 현장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2023년 2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소아진료 전문의 확보를 위해 현장 상황에 맞는 다양한 고용방식을 검토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어떠한 현실적인 대안도 적절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Q. 소아응급의료가 살아나려면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A. 소아응급 전문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교육확산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소아응급 진료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 교육프로그램 마련 및 관련 학회를 통해 관련 임상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소아응급 수련의 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소아진료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

    소아응급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수가 개선 및 보상체계도 중요하다. 노동집약적이고 최소한의 검사로 이뤄지는 소아응급진료의 특성으로 만성적인 적자가 발생해 병원 운영진이나 의료진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의 진료인력(의사, 간호사 등)수 보장과 수가 개선, 적자 보상방안이 필요하다.  

    또 소아응급환자는 그 최종진료를 담당하는 진료과의 지원도 꼭 필요하다. 응급진료 후 입원, 각종 시술, 수술 등의 배후진료 보장을 위해 소아 배후 진료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지역에서도 중증 중증소아응급환자가 적절하게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확대와 원활한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소를 위해 소아전원조정 담당부서 운영을 통해 중증소아응급환자의 최종치료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응급실에서 소아진료를 일차 담당하고 입원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절한 시간 내에 병원간 전원을 통해 최종치료에 대한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활한 전원을 위해서는 소아 전원을 담당하는 부서가 24시간 운영돼야 하며, 전원을 수용한 병원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취약한 소아환자의 전원이송시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한 전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Q. 소아과를 이용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경증 환자들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오남용해 응급실이 과밀화되는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아침에 소아과 외래에서 감기로 해열제까지 처방받았는데 그날 밤 응급실로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의사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굳이 병원을 올 필요가 없는데도 무리해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보호자가 많다.

    서울 대형병원 소아응급실에 가면 밤 11시, 12시에 멀쩡하게 웃으면서 있는 아이들이 응급실에 바글바글하다. 그런 아이들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일각에서는 응급실을 CT, MRI 검사를 빨리 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경증 환자들 때문에 응급실 자원이 고갈되면 중증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의사 2000명 늘린다고, 소아응급 살아날까?…"중견 교수도 나가서 개원한다"

    Q.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소아응급 등 필수의료 의사 수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A.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아응급 분야는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분야다. 시장경제논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명감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의사들이 버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린다고 앞길이 뻔한 소아응급의료를 택할 지 의문이다. 

    현재도 10년, 15년 전 연구회를 만들어 처음 소아응급 분야에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들도 당장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상태다.

    저출산은 더욱 심해지는데 이제 누가 소아응급 환자들을 보려 할지 모르겠다.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도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보니 정작 필수의료 현장에서 오히려 반대 목소리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뽑아도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최근 정부가 의대 교수를 늘린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교수가 명예도 있고 돈도 안정적으로 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의대 교수가 완전히 기피 직업이 됐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서울대 어린이병원 교수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중견 교수가 대학을 나가 손실이 컸는데, 결국 개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의료 소송에 불안해 하고 보호자들에게 욕 먹고 병원에서도 매출 문제로 혼나다 보면 자괴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에게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소아응급 분야에서 함께 일하자고 권할 수는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