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로 신약 발굴부터 임상, 글로벌 허가, 상업화까지 스스로 완주하며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글로벌 신약개발을 완주했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신약개발은 기술력뿐 아니라 정확한 목표와 국가별 규제 및 환자 환경 등을 고려한 임상 운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 박정신 부사장은 10월 22일 서울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약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Global Journey in Development and Commercialization of Xcopri'를 발표하며, 엑스코프리의 개발 여정과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운영 전략을 소개했다.
엑스코프리는 뇌전증 치료제로, 흥분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나트륨 수용체 억제제와 억제성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GABA-A 수용체의 알로스테릭 활성화 등 이중기전을 갖는 약물이다.
SK바이오팜은 2001년 후보물질 탐색을 시작으로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 승인, 2019년 신약판매 허가 승인을 받았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제품 출시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박 부사장은 "처음부터 모든 걸 직접 하려던 건 아니었다. 초기에는 우리도 다른 회사들처럼 PoC(Proof of Concept)까지만 하고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매번 목표가 중간에서 절단됐다. 개발 흐름이 끊겨 최종 허가까지의 역량을 축적하지 못했다"며 "좋은 약이라도 파트너사의 포트폴리오나 재무상황에 따라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 세노바메이트의 초기 임상 데이터를 보고 임상 개발 전체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엑스코프리의 개발은 한국 제약사가 발굴부터 글로벌 허가와 상업화까지 스스로 완주한 첫 사례"라고 부연했다.
박 부사장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는 임상 2b상과 3상에서 발작이 최대 55%까지 감소했다. 발작이 완전히 사라진 비율은 21%에 달했다.
박 부사장은 "현재 나와 있는 항뇌전증 약물은 발작이 40~60% 정도 줄어든다. 엑스코프리 역시 55%를 기록해 효과가 있다고 해석했다"며 "발작이 완전히 없어지는 환자 비율은 21%였다. 보통 기존 약물은 위약 대비 완전 무발작률의 격차가 약 5%p 수준인데, 엑스코프리는 20%p 이상의 차이를 보여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을 주 목표로 삼고 글로벌 임상을 설계했다. 박 부사장은 "글로벌 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가 선정 전략"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이고, 궁극적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시장이다. 이와 함께 유럽시장도 함께 타겟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사장은 다국가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운영 전략을 공유했다. 먼저 그는 다국가 임상시험 국가 선정 시 허가를 목표로 하는 시장의 규제 환경과 환자 인프라, 인종 차이,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임상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많은 나라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환자 특성·의료 환경·문화적 요소까지 고려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임상 운영 시 ▲환자 모집 전략 ▲CRO 및 벤더 관리 ▲데이터 관리 및 품질보증 ▲투여약물 등 관리 ▲문화적·언어적 차이 대응 ▲리스크 관리 및 소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부사장은 "국가별 질환 유병률, 의료 접근성, 문화적 요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맞춤형 환자 모집 계획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디지털 리크루팅, 환자 등록 네트워크 활용, 그리고 로컬 CRO와의 협업을 통해 모집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발작 환자는 질환 인식이나 치료 접근성에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현지 환자단체와 의료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문화적·언어적 차이에 대한 대응이 글로벌 임상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현지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동의서(ICF)나 환자 자료의 현지화(localization)는 필수이고, 진단·평가 기준의 일관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언어 지원, 문화적 민감성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환자 이탈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사장은 "글로벌 임상은 단순히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회사가 글로벌 수준의 개발 역량을 내부에 쌓는 훈련"이라며 "모든 과정을 외주화하면 한 단계는 갈 수 있어도, 그다음 단계로는 못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