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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립테크] 수면무호흡증은 '숙면의 적' 아닌 '건강의 적'

    [칼럼]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하나이비인후과병원 수면센터

    기사입력시간 2020-08-02 20:42
    최종업데이트 2020-08-03 09:1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코골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온다.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저렇게 코를 골다 숨이 멎을 것만 같다’는 불안감에 환자와 함께 내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료실을 찾은 환자를 진료해보면 단순 코골이가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인 사례를 많이 접한다. 일반적으로 코골이라고 부르는 증상은 엄밀하게 말하면 소음만 있는 단순 코골이와 잠자다 반복해서 숨을 못쉬는 수면무호흡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10초 이상 숨을 못쉬는 상태(무호흡)가 반복되거나 숨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더라도 호흡량이 정상보다 30% 이상 줄고, 혈중 산소포화도가 3% 이상 감소하는 상태(저호흡)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단순 코골이가 잠잘 때 ‘드르렁~드르렁~’하는 소음만 난다면,수면무호흡증은 이런 소음과 함께 ‘커억~컥’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소리까지 나는 경우가 많다. 코골이가 심하면 수면무호흡증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는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하고, 함께 하는 가족의 잠까지 뺏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잠자는 동안 여러 가지 원인으로 코나 목의 숨길이 좁아져 생기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가장 대표적이고 위험한 합병증은 심혈관 질환으로 고혈압, 심부전, 부정맥 등이 있다. 또 수면무호흡증은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고 주간 졸음으로 인해 교통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특히 고혈압과 관련이 큰데,중증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절반 정도가 고혈압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면무호흡증이 잠자는 동안 혈압을 높이고 이런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낮의 고혈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심부전이 오는 경우는 1% 이하지만 명백한 심부전이 아니더라도 심장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지는 것은 매우 흔하다. 또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계속되면 심장의 동맥인 관상동맥에 혈전이 쌓이거나 석회화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생길 수 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맥박의 리듬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부정맥을 유발하는데,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 2명 중 1명에게 부정맥이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당뇨병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 중증 수면무호흡증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없거나 경증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생률이 약 30% 높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이 발기부전, 암 발병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합병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대중교통 운전자의 불규칙한 수면이나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로 인한 교통사고는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이 때문에 대중교통 운전자에 대한 수면장애 검사와 치료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수면무호흡증은 이처럼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암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까지 높이는 만큼 단순히 수면습관이 나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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