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의학드라마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것 #2.

    흥겨운 댄스 타임을 마치고 부르스 타임이 되었을때,

    기사입력시간 2019-05-25 14:00
    최종업데이트 2019-05-27 06:48


    의학드라마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것 #2.

    대개 영화에서 보면 이런 액션씬에서는 맞은 녀석이 쓰러지는데,
    그거 알고보니 다 개구라더라.
    쓰러지기는 무슨...
    ( 아... 이 녀석 대가리가 돌이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

    " 이런... C8... 맥줏병으로 사람을 쳐? 너 이 X새끼 죽었어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개차반 2년차 머리에서부터 흐른 피가 
    이놈 멱살을 잡고 있는 내 손에까지 떨어지고
    내 볼따구 양 옆으로 주먹이 휙휙 날아다니는데...
    진짜 겁나데...

    양 진료과 교수님, 스텝까지 모두 나와서 말리고 난 이후에야
    가까스로 패싸움이 진정되었다.


    만취해 본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시리라.
    하~~~나도 안 아프다.
    술이 깨야 비로소 통증을 느낀다.
    그러니 이 녀석은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아플것이다.

    급한대로 냅킨으로 머리를 누른 상태에서 
    몇몇 인턴과 레지던트만 데리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응급실은 못간다.
    다른 직원들이 뭐라고 하겠냔 말이다.

    의국으로 돌아와서 인턴들에게 말했다.

    " 병동에 가서 suture set(봉합세트) 하고 betadine(소독약) 하고 
    나일론 2번 좀 가져와라. lidocaine(국소마취제)도... "

    술취한 열상환자 봉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나?
    자꾸 움직여대니 제대로 꿰맬수가 없다.

    " 가만히 좀 있어. 이 새끼야 ! "

    " 아우... 혀우어엉, 왜 날 말켰어으...내가 그 새퀴 주기불껄텐... "
    혀가 꼬여서 발음도 제대로 못한다.

    " 시끄럿 ! 조용히 안햇 ! "

    한참 이 시키와 씨름하고 있는데 
    갑자기...
    술에 취해 눈이 시뻘건 3년차가 의국으로 들어와 소리친다.

    " 야... 이... C..., 최O남 !! 너 이 새끼 누가 너보고 맘대로 머리 찢어지랬어 ? "

    " 아우.. 저성하므니다. 혀니임... 푸하... "

    ' 아우... 지랄들하네. 이 새끼들... 조폭이냐? '

    가라오케에서는 상황이 다급하여 왜 패싸움이 났는지 알아볼 겨를도 없었다.

    의국에 와서야 물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교수, 스텝, 펠로우, 내가 룸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동안 
    3년차 이하 인턴까지는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었댄다.


    한국관이건, 로마나이트건, 오딧세이건, 클럽이건...
    스테이지가 있는 춤을 추는 곳이라면 
    긴 댄스 타임 다음엔 항상 짧은 부르스 타임이 있기 마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흥겨운 댄스 타임을 마치고 부르스 타임이 되었을때,
    썰물 빠지듯 자리로 돌아오려 하는데
    우리 1년차 여자아이에게 
    산부인과 3년차(나중에 보니 이 녀석도 여리여리 비쩍 말라서 힘도 못쓰게 생긴 샌님같이 생긴 놈이었다.)가 부르스 한번 추자고 한거다.
    평소에도 여자여자 한 아이라서 
    아마 우리과 스텝이 신청해도 뺄 아이였는데, 
    잘 모르는 산부인과 레지던트가 춤을 추자고 하니 
    당연 거절했겠지.

    이대로만 끝났으면 아무일도 없었겠지만...
    취할대로 취한 이 산부인과 3년차(걍 편의상 이하 샌님이라 하자.)가 
    우리 1년차(역시 편의상 J라 한다.)의 손목을 잡아 억지로 끌어 당긴거다.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고 
    이를 보고 있던 우리 과 3년차(편의상 H라 한다. 이름의 이니셜인 것은 다 알겠지?...)가 다가가 정중히 물어봤다.
     
    주) CMC(가톨릭 중앙의료원)는 총 8개의 병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진료과의 레지던트들은 진료과마다 서로 다른 
    스케쥴로 이 8개 병원을 옮겨 다니며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래서 타 진료과에 대해서는 레지던트는 물론이고 
    스텝들의 얼굴도 서로서로 잘 모른다.

    " 저... 혹시... 산부인과 스텝이신가요? "

    " 아뇨, 3년차인데요..."

    퍽, 퍽, 퍽퍽...

    H가 선빵을 날렸다.
    H 역시 그닥 폭력적이지는 않은 순한 녀석이었는데, 
    그런 과격함이 갑자기 나온 것은 다 이유가 있었겠지...


    샌님은 속절없이 H에게 얻어터졌고,
    이를 목격한 산부인과 4년차(편의상 Fat이라 한다. 이름은 모르니 생긴걸로 판단한다. 이의없지(?)가 H에게 주먹을 날렸고,
    덩치가 큰 Fat에게 H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때, 아무 영문도 모른 채 화장실에서 나오던 우리 2년차(편의상 점박이라고 한다.)가 선배가 맞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앞뒤 가릴 것 없이 Fat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패싸움이 시작되었고,
    (정확히는 2:2 인거지... 그러나 우리는 1,2,3 다음엔 '많다'라고 센다.)
    H Vs 샌님
    점박이 Vs Fat
    의 싸움이 된 거였다.


    ▶3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