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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격의료 시행 전 전제조건...안전성과 효과 검증하고 의료계와 합의 필수

    "의료전달체계와 대형병원 쏠림 방지, 책임소재 안전장치, 개인정보보호 대책 등 간단한 문제 아냐"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기사입력시간 2020-06-10 07:08
    최종업데이트 2020-06-10 08:0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정부의 전화 상담·처방이 원격의료 강제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일차의료기관 도산에 따른 국민 건강권 피해가 우려된다. 

    원격의료는 일반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원거리에 의료정보나 의료 서비스를 전달하는 모든 의료행위와 관련된 활동을 의미한다. 

    세계의사회에 의한 원격의료 분류는 크게 4가지로 이뤄진다. 첫째, 응급 상황임에도 의사와 환자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거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원격 의료지원이 이뤄진다. 둘째, 혈압이나 심전도 같은 의학적 정보가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환자로부터 의사에게 전자 의료기기으로 전달된다. 셋째, 원격 상담의 의미로서 환자가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수단을 통해 의사로부터 직접 의료정보를 얻은 것을 말한다. 넷째, 의사와 의사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계된 원격협진 유형을 들 수 있다. 

    한국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3개 대학병원(서울대병원·한림대병원·경북대병원)과 3개 보건의료원이 원격영상 진단 시범사업을 최초로 추진했다. 이후 30여 간 한국에서는 본 사업 없이 시범 사업만 계속되고 있다. 의사와 의사간 원격의료는 가능하지만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세 차례 의료법 개정을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정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됐다. 

    2015년  메르스 감염 대응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등 일부 병원에 제한된 전화 진료가 시행됐다. 20대 국회 때인 2016년 6월에도 세 번째 원격의료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당시 소관 상임위원회에는 상정됐지만 의료계 반발 등으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안전성·효과 검증되지 않았고 책임소재 문제, 대형병원 쏠림 우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2월 24일부터 전화상담·처방과 대리처방을 허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기 특별연설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 중점 육성사업으로 꼽았다.

    환자에게 실시하는 의료는 경증·중증 여부에 상관없이 진찰과 검사라는 의료행위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모니터로 확인하는 시각적 판단과 환자의 주관적 문진에 따라 청각적 판단만 가능하고, 촉진·검사 등의 객관적 판단근거 확보가 어려워 진료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환자에게는 많은 편리성 및 유용성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의료정보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시킬 수 있는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해킹에 위험성, 물리적인 기계결함 등에 의해 언제라도 타인에게 의료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의료정보는 가장 민감한 정보이고, 의료정보의 유출은 개인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다. 

    무엇보다 원격의료는 수차례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오진과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전문 의료진이 직접 진료 받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높아진다. 이 때 환자가 책임을 오롯이 져야만 하는지 등 책임 소재 문제가 있다.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원격의료는 지식·정보격차로 인한 의료 불평등까지 초래한다. 

    원격의료가 본격화될 경우 대형 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원격의료 경쟁이 심화됐을 때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병의원이 살아남기 어렵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는 원격의료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의료전달체계까지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원격의료 시행 전 충분한 논의와 숙고, 의료전달체계 작동, 법적 안전장치 확보    

    원격의료는 반드시 다음의 제도적 안전 장치가 마련된 다음에 시행돼야 한다. 한국 의료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무작정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면 의료시스템 자체가 무너지는 재앙이 초래될 것이다. 

    첫째, 무엇보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원격의료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숙고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 직종간 논의는 물론 정부와 의사들간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계를 신뢰하지 않고 의료계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이 먼저 개선되기 전에 원격의료 시행은 불가능하다. 

    둘째, 원격의료를 시행하기 전에 분명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도록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쉽게 수도권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갈 수 있어 현실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면 1,2차 의료기관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셋째, 미국의 연간 원격의료와 관련된 의료소송이 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의료분쟁에 대한 대비책으로 의사의 책임 소재와 면책 사유 등 다양한 의료 사고 예방을 위한 법적 안전장치가 확보돼야 한다.   

    넷째, 정보통신을 이용한 의료정보화를 구축하고 효율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률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섯째,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면 누가 누구에게 할 것인지, 누가 어떻게 의료 서비스를 하도록 설계될 것인지, 서비스의 질과 정도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준비해야 한다. 

    여섯째, '원격의료의 육하원칙'에 대해 의료계와 시행시기와 방법에 대해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원격의료는 복잡한 문제이며 다양한 항목을 고려해야 한다.  

    ①누가: 모든 의사, 1차병원 의사, 지역별 의사, 지역별 주치의, 별도의 인증 자격을 갖춘 의사 
    ②누구에게: 모든 환자, 만성질환자, 지역별 환자, 감염질환자, 격오지 환자, 거동 불능 환자.
    ③언제: 항상, 초진/ 재진, 팬데믹 상황, 주간/야간, 공휴일 
    ④무엇을: 진단 및 처방, 교육 상담, 질병 치료 정보 제공 , 내원안내, 단순 검사, 모니터링 
    ⑤어떻게: 문자 ,음성전화 ,화상 전화 , 웨러블 챗봇, AI 스피커, 인공지능 
    ⑥수가: 그렇다면 수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면진료보다 수가가 낮아야 하나, 아니면 높아야 하나.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