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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생명과 의료 모두 망치는 ‘악마의 맷돌’...법치 의료 형사처벌과 방어 의료의 고착화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기사입력시간 2026-05-06 09:01
    최종업데이트 2026-05-06 09: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별도의 ‘형사처벌 특례’ 조항을 명문화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부에서 개정안을 반대하는 법조인은 ‘필수 의료 붕괴’와 형사처벌과의 연관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잘 알려진 한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최대 20억 회 정도의 진료 행위 중 민사소송으로 번져 제기되는 건수는 약 800건 수준이라며, 이 수치는 ‘매우 낮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단편적 사고에 닫힌 법조인에게 속칭 ‘합리적 정량적 사고’에 대한 기대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업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사들에게는 활동 의사 대비 연간 형사처벌 건수에 대한 선진국과의 비교 수치가 주된 관심사인데, 법조인은 전체 진료량에 대한 소송 비율을 논하는 것이 ‘관점의 차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매우 흥미롭기만 하다.

    우리나라 의료 영역에서 발생하는 전체 소송 건수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적어 소송 건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애절한(?) 직업적 메시지 같기도 하다. 고부담 진료의 위험도는 고려하지 않고, 모든 진료 건수를 일반화하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모든 진료는 전부 다 동일한 소송의 대상이라는 표현 뒤에는 모든 진료는 곧 ‘변호사 업무의 대상’이라는 훌륭한 명제도 따라붙는다. 

    형사처벌을 옹호하는 변호사에 따르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 형사처벌에 대한 위기감은 의사가 갖는 필연적인 의무로써, 형사처벌을 면제하면 환자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의사라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언제든 맞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라는 일부 환자단체의 주장과도 결을 같이 한다.

    폭력과 공포가 우리나라 의료에서 필요조건인 셈이다. 정작 선진국에서 배상을 위한 소송은 우리보다 더 많을지언정 의사가 의료로 인해 전과자가 되는 사례는 아주 지극히 예외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건수가 연간 20~40건에 이른다는 통계치는 선진국에서의 형사처벌 건수에 비해 단순한 숫자 비교에서도 몇십 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심각한 사실은 외면하는 것이다.  

    고부담 영역에 법적 위험도 증가 시 지원자 급감 필수 의료 고갈 거대 싱크홀 형성

    모든 나라에서 의료 소송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방어 진료’에 대한 논문은 21세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된 여러 논문에 대한 종합적인 메타분석을 이용한 논문도 출간됐다.

    법조인의 시각에서 필수 의료 붕괴와 형사처벌의 연관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것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각종 연구 결과와 뚜렷한 접속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의사 출신 변호사라면, 정량적 사고에 의한 의학 논문을 접할 수 있을텐데 이들의 집합적인 의견도 궁금하다. 

    ‘방어적 의료’에 관한 논문들을 보면 방어 진료 현상은 의사가 지식과 기술에 대한 고부담뿐 아니라, 생명의 위중함에 대한 고부담과 이로 인한 중증과 복합 질환의 기피로 이어지고, 마취과를 비롯해 외과 계열, 산부인과, 응급의학 등 필수 의료가 무너지게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방어 진료에 따른 심각한 폐해와 결과는 미래의 고부담 전공과의 지원자도 급격히 감소시켜, 결국 필수 의료인력의 공급이 끊겨 마침내 의료의 거대 싱크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무서운 변화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의료의 본질적 가치인 소신 진료나 임상적 판단보다는 법적 리스크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돼 근거 중심의 의료가 약화하여 의료가 최적의 치료에서 소송 회피 전략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방어 진료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논문들을 보면, 법적인 위험이 임상 판단을 심각하게 왜곡시켜 투명한 의료(sound medical practice)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달리 설명하자면, 한 나라의 의료문화와 의료체계가 전문성이 감수해야 할 본래의 위험 부담이 아닌, 법적인 위험을 중심으로 그 체계가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다. 민사소송에 더해 형사처벌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이미 의사에게 환자는 ‘잠재적 소송인’으로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화 돼가고 있다. 
     
    방어 진료에서 이미 추락한 환자와 의사 간 상호 신뢰 감소는 과도한 설명과 법적인 기록을 중시하는 법과 행정 중심의 진료와 방어적 소통방식으로 무장하는 사례가 보편화되고 증가한다. 방어 진료의 가장 큰 이유는 소송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의사의 자연적 자동 반응인데 특히, 전과자로 전락하고 의사 면허마저 강탈당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현장에서 전달되는 체감지수는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현재 과잉 진료의 이유 중 하나도 결국은 ‘법치 의료’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개정안 통과 이후 과도한 기록과 검사와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설명의 의무는 더욱 강화돼야 할 모양새다. 모든 진료가 소송의 대상이 된 법치 중심적 시각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치료적 관계는 법적인 관계로 대변혁의 변질을 명문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환자에 대한 사과도 ‘법적 의무’로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앞으로 의사는 자구책으로 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가 아니라, 법적인 위험의 최소화가 의료행위의 새로운 표준과 모델로 바뀔 것이다.  

    소송 공화국 향한 ‘법치 의료’ 방어 진료 만연 위험 부담 최소화 새 표준 모델 등장   

    다양한 논문의 결론에 의하면, 방어 진료는 의료비용 상승과 의료의 질 저하, 소신 진료가 아닌 회피 의료와 의사의 기피 기동에 의한 접근성 저하, 의사 우선 생존전략에 의한 의료윤리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가 손해라는 다층적인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 논문을 인용하자면, 검색된 8892개의 논문 중 23개국 3만 5900명의 의사가 참여한 64개의 연구가 분석됐는데, 방어적 의료행위의 전체 통합 유병률은 75.8%를 차지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의사들 사이에서 방어적인 의료행위가 매우 만연해 있음을 한 눈에 보여준다.

    방어적 의료행위가 이렇게 만연하게 된 배경은 의료 과실 위기 수준 또는 의료의 법적인 위험 환경, 보험료 부담, 의료에 대한 책임보험 보장 범위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법률 체계가 복잡하고 의료 과실 보험료가 높은 국가의 의사일수록 방어적 의료행위를 견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선진국에서는 별도의 ‘형사 특례법’이 없어도 의사에 대한 형사적 고소 건수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참고자료>
    메디게이트 뉴스(https://medigatenews.com/news/932278710)

    Internationanl Journal of for Quality in Health Care, 2023,35(4), 1-17
    Prevalence and determinants of defensive medicine among physicia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Zheng et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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